아동학대 대책, 어린이집은 열외?
아동학대 대책, 어린이집은 열외?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3.17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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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지침 논의는 아직…“보육교사 역량 활용하는 지침 필요”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생후 3개월이 채 안된 영아를 학대해 사망케한 20대 부부가 1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소정구 삼정동 소재 집에서 현장검증을 하는 가운데, 네이버 카페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부모들이 아동학대 사망 사건 가해자를 살인죄를 적용하라고 외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생후 3개월이 채 안된 영아를 학대해 사망케한 20대 부부가 17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소정구 삼정동 소재 집에서 현장검증을 하는 가운데, 네이버 카페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부모들이 아동학대 사망 사건 가해자를 살인죄를 적용하라고 외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아이들이 가정에서 살해됐다. 올해 1월에는 아버지가 죽인 초등학생의 시신이 냉장고에서 발견됐고, 이달 12일에는 7살 아이가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목숨을 잃은 사실이 확인됐다. 불과 8일 뒤에는 5살 아이를 계부가 밀어서 죽인 사건이 터졌다.


어린아이들이 가정에서 학대받고 살해당하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사회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7세 아동에게 락스를 뿌린 계모가 현장검증을 할 때는 시민들이 그 곁에서 락스를 바닥에 뿌리며 살인죄를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제60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UN CSW) 연례 총회에 참석한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의무교육 미취학 아동 및 장기결석 아동의 소재 및 안전을 확인해 조처하는 매뉴얼을 개발·보급하고, 아동학대를 전담하는 경찰관·검사를 배치해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15일 발표했다.


영유아를 위한 대책도 마련되는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양육수당과 보육료를 신청하지 않은 가정을 중심으로 아동학대가 있는지 감시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8일 밝혔다. 의료 기록이 없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찾는 일은 14일부터 진행 중이다.


그런데 쏟아지는 대책 중 어린이집에 관한 내용은 눈에 띄지 않는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2014년을 기준으로 발표한 피해 아동 현황을 보면 전체 피해 아동 중 34.6%를 차지하는 피해 아동이 0~6세다. 피해자의 1/3가량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나잇대임에도 세부 지침은 논의되지 않는 셈.


현재도 감시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규정하고 예방 교육을 시행한다. 신고의무자가 만약 아동학대가 발생했다는 걸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은 지금의 제도로는 신고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어린이집은 의무교육기관이 아닌 탓에 문제를 잘못 제기하면 부모가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을 떠나버린다는 것.


김연정 하나푸르니반포어린이집 원감은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가정이 있으면 신고하기 전에 원장에게 보고하고 부모와 상담하도록 한다. 그런데 의심을 받게 된 부모들이 기관을 떠나는 사례가 있다. 그러면 아이를 더 관찰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보육교사들은 자신들이 관찰하며 기록한 자료를 아동학대 모니터링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취재 과정에서 대화를 나눈 보육교사들은 하나같이 “교사들은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를 금방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즉 아이들을 잘 아는 교사들이 작성한 자료를 활용하면 학대받는 아동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설사 아이가 어린이집을 떠나더라도 그동안의 기록은 남아 있으니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호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회장은 “지금은 아동이 임의로 어린이집을 그만둬도 이유를 알 수 없고 기록도 남지 않는다. 그런데 교사는 부모를 상담하면 부모가 어떤 유형인지, 누가 주 양육자인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정도만 자료로 만들어도 나중에 추적 조사 할 수 있다”며 “방임이나 학대가 의심되는 사례를 보고하는 양식과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육교사가 아동학대가 의심될 때 교사가 취할 수 있는 조처가 부모 면담 아니면 신고라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가까이서 보고 관찰하는 보육교사가 직접 피해 아동과 부모에게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


조선경 아이들이행복한세상 대표는 아동학대 사례를 신고한 적이 있다. 한 어머니가 아이를 교사 앞에서 발로 차는 등 폭행을 하기에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그랬더니 기관은 부모와 상담하고 정 안 되면 신고하라고 안내했다. 조 대표는 부모와 면담하고 아동과 부모에게 상담과 심리검사를 받으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부모는 거절했다.


조 대표는 “해당 가정은 아동의 소아우울증이 의심됐고, 보호자의 심리도 불안해 심리 검사가 필요해 보였다. 그런데 현재는 검사조차도 부모가 거절하면 강요할 수 없다. 보육교사가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하면 심리 검사나 상담을 바로 진행하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에 관련된 매뉴얼은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조만간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아동학대 대책을 총괄하는 교육부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대응 매뉴얼을 검토하겠다고 14일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교육부 장관이 주재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통합해 아동학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18일 열리는 회의에서 아마 관련 내용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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