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관련 법·제도 촘촘히 하자"
"아동학대 관련 법·제도 촘촘히 하자"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4.12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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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변호사회 심포지엄, 법원, 수사기관 등 관계자 참석해 토의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11일 오후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아동학대의 현주소! 예방과 근절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이 좌장으로 권양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등 법조계 인사들이 참석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11일 오후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아동학대의 현주소! 예방과 근절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고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이 좌장으로 권양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등 법조계 인사들이 참석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이 사건에서 우리 사회는 피해 아동이 스스로 세탁실 창문을 넘어 배관을 타고 탈출하기까지 피해 아동에게 아무런 도움이나 관심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그러한 점에 대하여 우리는 뼈아픈 반성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만 11세 자녀를 학대한 친부와 계모에 대한 판결문에서 담당 재판부인 인천지법 형사14부(신상렬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모두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친부 징역 7년, 계모 징역 10년보다 높은 형량이다.


이렇듯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기까지는 2013년 칠곡과 울산에서 각각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부터 지난해 말 홀로 집을 탈출한 11세 소녀까지 학대받은 아동들의 희생이 큰 계기로 작용했다. 그렇기에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온다는 사실에 많은 이가 가슴 아파한다.


아동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펼쳐온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자 1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아동학대 근절 및 예방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논의했다.


심포지엄에는 변호사와 판사, 검찰과 경찰, 공무원 등 아동학대에 관련된 분야의 인물이 모두 참석해 현장에서 실제로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의견을 나눴다. 심포지엄에 온 50여 명의 참석자도 종료 예정 시각을 지나서까지 질문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토론회는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신수경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상근 변호사가 ‘주요 아동학대 사건 판결 및 입법례, 관련 통계’를 주제로, 신진희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가 ‘수사와 재판 절차, 사후관리 절차에 대한 제안 및 법령개정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권양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한진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이용욱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여성계 경정, 홍우석 서울시 아동복지팀 팀장이 각각 토론했다.


심포지엄에서 한국여성변호사회 아동학대피해자지원특별위원회는 예방 대책부터 대응 체계까지 전방위에 걸친 대책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제도 중 적극적으로 활용 가능한 것을 홍보하자는 주장부터 관련법 신설까지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먼저 13세 미만의 피해 아동은 의무적으로 국선변호사를 선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진희 인권이사는 “아동학대 대부분이 친부모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피해아동의 법정 대리인이 수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선변호사를 배정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관해서는 판사와 검사는 견해를 달리했다. 현행 제도로도 국선변호사를 선임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


권양희 판사는 의무제 전환보다는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하다 보면 국선변호사님마다 편차가 너무 크다. 피해아동 많이 만나고 특징과 상황 정확하게 판단 파악한 사람이 있는 반면, 가해 행위자에게 피해아동을 무고로 고소하라고 자문까지 한 사람이 있었다. 국선이 최소한 어떤 일을 하고 재판부에는 어떤 의견을 줘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기본적인 매뉴얼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책 중 아동학대 보호 체계의 일원화와 공공성 확보, 아동학대솔루션위원회의 신설 등은 관계 기관의 원활히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참석자 다수가 공감했다.


특히 현재 대응 체계에서는 피해 아동과 가해 행위자에 대한 처분이 별도로 진행되는 탓에 피해자를 담당하는 법원과 담당 변호사, 가해자를 수사하는 검찰 사이에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이 문제로 거론됐다.


권양희 판사는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법원으로는 피해아동 보호 신청이 제일 먼저 온다. 임시조치로 아이를 보호시설에 위탁한 뒤 필요한 경우 가해 행위자와 함께 심리해야 한다. 하지만 가해자가 아동보호 처분을 받을지 기소유예를 받을지 알 수가 없다. 피해아동 보호를 명령한 뒤 6개월 지나서 행위자가 온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안성희 검사는 “어떤 형태로든 법원과 수사기관 사이의 네트워킹 필요하다. 다른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지금 현재로써는 피해아동 변호사가 정보 공유의 역할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경찰과 공무원들은 피해아동 맞춤형 보호시설 및 위탁가정 확충 등 인력과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우석 팀장은 “학대조사원 수가 가장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서울시 전체에 조사원이 91명인데 1인당 조사 사례 건수가 35건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현장에 갈 수가 없다. 적정 건수는 15건 내외인데, 두 배도 넘게 차이가 난다. 조사원이 늘어야 한다. 복지부도 고민을 많이 하고 서울시도 추가 활용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용욱 경정은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에 나가서 피해아동을 원가족에서 분리해 다른 곳으로 인계하고자 할 때 적절할 시설이 없을 때가 많다는 것. 그는 특히 “최근에 사건을 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 아동을 방임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 아동을 별도로 양육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아동의 사후처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법원의 아동보호사건 이행 실태 조사 의무화 및 불이행자 적극 통보 ▲아동보호사건 처분 내용 공유 및 불이행자 처벌 강화 등이 제시됐다.


그 밖에도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피해아동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검찰의 증거보전청구, 법원의 증거특례규정 활성화 ▲전담재판부의 확대 설치 ▲아동학대 조기 인지 및 예방 프로그램 ▲아동학대예방교육 의무화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강화 등을 논의했다.


가장 의견이 분분한 내용은 아동학대 살인죄의 신설이었다. 신진희 인권이사는 “아동학대 살해죄는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인 13세 미만의 아동을 학대하고 살인까지 하는, 행위의 불법이 중한 범죄”라며 다른 살인과 다르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안의 신설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반대 의견을 표한 이들은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이 문제가 될 수 있고, 현재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비속살해죄로 처벌할 수도 있으며, 현행 양형 기준에도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엄격히 처벌한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이은경 회장은 심포지엄을 마치면서 “오늘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입법과 개정에 노력을 다하고 협력 체계를 강력히 구축하겠다”며 특히 “학대와 훈육의 구분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 부분을 법률가들이 구체적으로 한계를 설정하도록 머리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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