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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길 아닌 '사회적기업' 선택한 이유

[인터뷰] 사회적기업 청밀 양창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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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김고은 기자】

“대기업에 다니다 사업을 시작했어요. 돈도 어느 정도 벌었죠. 그런데, 어느 날 생각해보니 저는 항상 위만 바라보면서 살고 있었더라고요. 옆도, 앞도 아니고 위만 바라보느라 제 안에 결핍이 쌓여가는 건 모르고 있었어요.”


시종일관 조심스럽고 조용한 말투로 일관하던 양창국 대표는 “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역시 침착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결연한 의지에 차 있는 듯 과장된 톤이 아닌 깊은 진심이 묻어있는 목소리였다.

“사업할 때 일 때문에 직업재활센터에 갔다가 자폐아들과 노인들의 문제를 처음으로 접하게 됐어요. 충격적이었어요. 겉은 멀쩡하게 생겼는데 속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삶의 모습들이 갑자기 마음에 깊숙이 들어왔던 거죠. 마침 그 센터를 관리하던 재단에서 그 사람들한테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느냐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양창국 청밀 대표.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양창국 청밀 대표.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식자재 유통 전문 사회적기업 '청밀'을 운영하고 있는 양창국 대표는 지난 2008년부터 8년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식자재 유통 기업에서 일했던 노하우를 살려 기업을 설립하고, 장애인과 노인 등 취약계층이 할 수 있는 농산물 소분과 전처리부터 시작해 공공기관과 일반 기업을 비롯한 사회복지시설, 어린이집 등의 식자재 유통, 위탁 급식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40명의 직원들과 1년에 한 번 해외연수를 가고, 단체로 근처 잠실야구장이나 영화관을 다니기도 한다. 또 5년 이상 근속 직원들에게 여행상품권을 주는 등 근사한 복리후생이 있는 기업을 꾸리고 있지만, 지금 같은 갖춰진 기업을 만드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영리를 만들면서 취약계층의 일자리 보장, 수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사회적기업의 책임까지 다하는 것은 때론 그에게 벅찬 숙제였다.

“어떤 일을 할 때보다도 주변을 살피고 사람도 챙기는 걸 보면 청밀 운영하면서 마음이 편해지긴 했어요. 하지만 생계는 곤란해졌죠. 직원들 월급 주고 나면 제 월급이 없었어요. 5년 쯤 그랬나 봐요. 어느 날 집에 가서 냉장고를 열었는데 텅텅 비어 있는 거예요.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 둘이 있는 집에요. 그때부터 월급 대신 식자재를 받겠다고 해서 집에 우유, 계란, 쌀, 김치, 고기 그런 걸 월급으로 가져갔어요. 일은 해야 하는데, 나는 가장이잖아요. 현실적으로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위기가 올 때마다 중심을 잡아준 건 아내였다. 주변 사람들은 “미친 것 아니냐”는 소리도 했지만 아내는 “이런 일 언제 해보겠느냐. 당신이 생각했을 때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해라”라며 양 대표의 의지를 북돋웠다.

“오랜만에 시계를 차려고 봤더니 없더라고요. 결혼할 때 했던 거요. 보니까 아내도 반지며 예물이며 다 팔아서 살림에 보태 쓴 후였어요.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 제 삶이 됐다는 게 너무 기가 찼어요.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는데 현실로 다가오니까 받아들이기 어렵더라고요.”

힘든 시절도 많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며 사회적기업의 노하우를 쌓다보니 더 좋은 비즈니스를 위한 모델도 발견하게 됐다는 양창국 대표. 청밀 인터내셔널이라는 이름으로 아프리카 지역 아동을 위한 베이커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베이커리를 낼 수 있도록 기능 교육부터 가게 설립,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인큐베이팅을 하고, 베이커리의 수익을 통해 더 많은 지역의 아동들을 후원할 수 있는 개념의 사업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라고 해서 먹을 것이나 돈으로 도와주는 건 소용이 없어요. 일자리가 필요해요. 일본의 사회적기업 테이블포투(Table For Two)가 아프리카 초등학생 급식 지원 프로그램 하는 것을 보고 청밀이 조금 더 안정되면 아프리카에 진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우선 케냐부터 오픈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막 뛰어요.”

사회적기업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양창국 대표는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을 내놨다. 좋은 일은 돈이 안 된다는 공식 때문이다. 양 대표는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의 수익모델이 있을 때 그 일로 남과 본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하고, 나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의 네트워크가 충분해야 한다”고 자신의 경영 철학을 말했다.

“직원 중에 37살인 친구가 있는데 여기가 첫 직장이에요. 명절 때 선물세트를 주려다가 ‘손이 불편하니까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했더니 기어이 그냥 가져가겠다면서 ‘직접 들고 가서 어머니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한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인생의 큰 기쁨인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기쁨을 일로서 줄 수 있다는 것에 저는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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