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걱정말고 보육정책이나 잘 만들길"
"애착 걱정말고 보육정책이나 잘 만들길"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6.23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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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맞춤형 보육 학부모·교사 집담회 개최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그간 보육단체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었던 맞춤형보육 관련 토론회에서 학부모, 교사가 주가 되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장이 마련됐다.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공공운수노조보육협의회, 민주노총, 서울교육보육포럼, 인천보육교사협회, 인천보육포럼, 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 구성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3일 오전 10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맞춤형보육에 대한 학부모, 교사의 곡성’집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집담회는 맞춤형보육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그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없었던 맞벌이·외벌이 가정 학부모, 보육교사 2인의 맞춤형교육 관련 목소리를 듣는 자리다.

김진석 교수(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가 사회를 맡아 진행되었으며, 보육현장을 경험하고 있는 맞벌이 가정 학부모, 외벌이 가정학부모, 보육교사 2인이 본인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참여연대와 참보육을위한학부모연대, 공공운수노조보육협의회 등이 마련한 '맞춤형 보육에 대한 학부모, 교사의 곡성' 집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23일 오전 서울 종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참여연대와 참보육을위한학부모연대, 공공운수노조보육협의회 등이 마련한 '맞춤형 보육에 대한 학부모, 교사의 곡성' 집담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 엄마들의 고충

▲ 프리랜서 전업맘, “내 아이의 애착은 알아서 할 테니 정책이나 잘 만들길”

고양시에 거주하는 만4세, 만1세 남아를 키우는 안○○ 씨는 집에서 번역, 자료조사 일을 하는 프리랜서다.

안 씨는 “어린이집 프로그램이 10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전업주부인 경우 9시부터 맡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원시간인 3시는 낮잠에서 깨는 시간이라 2시 반에 아이를 깨워 간식도 못 먹고 급히 데려와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계산 된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종일형을 신청하기 위해 회사에서 나오는 재직증명서가 아닌, 자기기술서를 작성해야 하는 마음의 참담함도 호소했다.

“집에서 일하는 엄마로서 3시는 너무 빠듯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을 증명할 서류가 없다. 종일반 신청 자기기술서를 작성하다보니 재직증명서를 떳떳하게 내지 못하는 내 처지가 한심하게 생각됐다. 급여가 들어온 통장사본 6개월치를 내란 요청도 받았는데 고작 1~2시간 더 맡기자고 생활비 통장을 다보여주며 나라에 읍소를 해야 하나.”

마지막으로 맞춤형보육의 목적이 아이와 부모의 애착관계형성이라는 정부의 말에도 반박했다.

“맞춤형보육의 목적이 아이와 부모의 애착관계형성이라고 한다. 그런 경우라면 맞벌이 부모의 애착은 중요하지 않다는 건지, 야근으로 허덕이는 아빠의 애착은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 내 아이의 애착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정책이나 잘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 직장맘, “보육시간의 축소는 공공보육의 축소”

만 2세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김OO 씨는 육아문제로 인해 강북구의 친정집에 같이 살고 있는 맞벌이 가구다.

김 씨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외벌이 가정이 많아 하원 시간인 오후 4시에는 아이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심리적으로 불안해 해 외조부모가 4시 이후에 아이를 돌보고 있다. 하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에 대한 심적부담이 커져 내년부터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더 오랜 시간 머물도록 할 예정이다.

김 씨는 “우리나라처럼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경우, 아이들 하원은 제3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둘째 낳으면 대체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는 푸념을 하는데 이는 푸념이 아닌 처절한 현실”이라면서 “정부의 소위 맞춤형보육은 내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현재 받고 있는 지원마저 받지 못하게 하겠다고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국공립어린이집과 같은 공공보육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보육시간이 축소되면 공공보육의 축소를 불러올 것이고,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한 시장친화적 보육서비스가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제는 보육의 ‘시간’을 논할 것이 아니라 보육서비스 ‘개선’에 대해 신경을 쓸 때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보육은 가정과 사회전체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권리로서, 소득 사회적지위와 관계없이 제공돼야 한다”며 “‘아이의 애착형성’이란 말로 부모의 책임감을 옥죄이고, 국가 자신의 책무는 cctv에 달아서 벽에 걸어 놓고는 부모에게 덮어씌우려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 보육교사의 호소

▲ “맞춤형보육으로 인해 실익 보는 계층 없어”

15년 교사생활을 했던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은 맞춤형보육은 무상보육으로서의 대선공약을 포기하는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모들이 ‘무상보육을 가져가도 된다’라고 이야기 한 적이 없고, 절차를 밟은 적이 없다. 맞춤형보육은 정부가 보편적 복지제도 자체를 철회시키는 것이고, 비취업맘 취업맘 상관없이 정책의 방향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맞춤형보육을 마치 부모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처럼 하는데 사실 이로 인해 실익을 보는 계층은 아무도 없다. 왜 우리끼리 싸우게 만드는 건지 분노스럽다.”

김호연 교사는 맞춤형을 만약 시행하고자 한다면 전제조건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인 상황에 월 20만 원 보육수당으로는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가 없다. 저출산이 국가적 아젠다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것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

교사들의 요구사항은 ▲초과보육 금지 ▲교사 대 아동비율 준수다.

김 교사는 “내가 아동학대를 하는 괴물이 되지 않았음 좋겠다”며 때로는 0세 아이들을 6명까지도 돌보는 보육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더불어 ▲어린이집 감독 복지부 공무원 증원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 부모들의 노동시간 단축 ▲부모 육아휴직제 강제실시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 등을 해결과제로 꼽았다.

▲ “보육교사로서의 희망 없어”

최경숙 교사는 자신의 의견이 단순한 개인적 의견이 아닌, 밴드 보육교사 1000여 명 모임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사도 교사의 요구사항으로 교사 대 아동 비율과 초과보육을 꼽았다.

“현재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너무 높은 것이 문제다. 우리 5세 반이 한 반에 15명 정원이었는데 작년에는 16명을 돌봤다. 또한 우리 원의 아이들 다툼 대부분은 좁은 공간으로 인해 서로 부딪히거나 손발을 밟아 일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초과보육까지 허용된다는 게 말이 되나.”

또 cctv가 설치 된 이후 아이들과의 스킨십을 꺼리게 됐다는 고백도 했다.

최 교사는 “cctv로 인해 아이들과 작은 벽이 생겼다. 어린이집에선 교사가 엄마인데, 세상 어느 엄마가 스킨십 같은 표현을 (카메라를 의식해) 계산을 하면서 하나”라고 전했다.

최 교사는 “초등학교 5학년 막내의 꿈 중 하나가 보육교사인데 지금 현실이라면 권해줄 수 없다”며 “출근할 때 가고 싶던 화장실을 퇴근할 때 가고, 부모님들 연락 언제든 받아야 하는 대기걸이라서, 최저임금급여가 보편화된 짠순이라서가 아니다. 보육교사로서의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집담회에 참석한 한 공동육아어린이집 교사는 “공동육아 쪽은 다른 곳에 비해 교사대 아동비율이 낮아 교사의 만족감이 높다”면서 “부모의 애착을 가정에만 맡기고 그것을 조성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며 현장 교사로서의 안타까움을 말했다.

사회를 맡은 김진석 교수는 논의를 정리하며 “가정양육시간의 확대가 필수적이라면 모성휴가와 부성휴가의 확대, 유급육아휴직급여의 현실화, 보편적 아동수당의 도입을 통해 부모가 가정양육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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