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위한 국정조사 방향은?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국가와 기업 책임 입증해야"
【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가습기살균제 사태는 국가적, 사회적 재난입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규모는 30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700여명에 이른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은 국민이 피해자가 된, 그리고 누구든 피해자가 됐을 뻔한 사건이다. '대한민국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린 사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사태기도 하다.
‘안전하다’는 광고를 믿은 소비자와 국민들은 무고하게 죽고 다쳤다. 대한민국 사회는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피해구제와 제2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이제서야 한 걸음 나아가는 단계다. 20대 국회는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를 만들고 3개월 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어렵게 꾸려진 국정조사 특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국회 가습기살균제 재난 국정조사가 시작되면서 피해자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1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소속 의원이 공동 주최한 ‘가습기살균제 재난 국정조사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각계 전문가와 3당의 국회의원들이 모여 긴 시간 자리를 지키는 등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 국가적 재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구제 우선시해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우선 피해자와 시민단체 등이 나서 발제를 진행했다.
발제자들은 모두 피해구제에 입을 모으며, 이번 국정조사에서 반드시 사회적 재난인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실을 규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강찬호 대표는 “공감하고 피해자의 삶을 원래대로 돌려놓겠다는 자세로 출발해야 한다”며 몇 가지 제언을 전했다.
“우선 국정조사에 기대하는 것은 특별법 제정이다. 19대 국회서 특별법이 시행령 한 줄로 맞바꿔졌다. 이번 국정조사에선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폐만 다칠 리 없지만, 환경부는 폐 이외 손상부분에서 손을 놨다. 피해자 구제 후 과학적 증명을 했으면 한다. 피해자들을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신속하게 논의해 긴급구제를 마련해야 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기호 변호사도 “피해구제를 위해, 우선 국가책임부터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검찰 수사가 가장 중요하다. 국정조사에서 반드시 검찰이 왜 제때 수사를 하지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송 변호사는 피해자 구제에 앞서 국가책임이 왜 중요한지도 덧붙였다.
“이 사태는 가해기업과 소비자 간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으로 인한 피해를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것은 두 번의 고통이다. 이는 확연한 국가 책임이다.”
'안방의 세월호', '한국의 탈리도마이드사건', '세계 최초 최악의 바이오사이드 대량살상 사건', '화학물질 안전관리 실패의 환경 대참사', '국민을 상대로 한 화학물질 테러사건' 등으로 이 사건을 표현한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판매해 온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사용했는지, 집요하게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망자를 발생시킨 모든 제품에 대해서는 청문회에 세우고 살인죄로 단죄해야 한다. 피해자 외 일반 시민들은 관전하는 문제가 되선 안 된다.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야만 한다.”
◇ 국정조사, 사건 해결서 놓친 부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EH R&C 환경보건안전연구소 이종현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정부의 책임을 ▲ 가습기제품의 안전관리 책임 ▲ 소비자 제품 안전관리 책임 ▲ 화학물질의 용도관리 책임 등 세 가지 측면에서 바라봤다.
“가습기살균제는 의약외품으로 관리됐다. 안전관리 지침이 명확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었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 또한 일부 제품에 국가기술표준원이 KC마크를 부여했다. 제대로 된 유해성평가능력도 없었으면서 말이다.”
이어 이 소장은 “가습기살균제를 유독물로 지정하지 않고, PHMG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후속 조치 없던 정부는 책임있는 행정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임종한 교수 역시 국정조사를 통해 2001년 가습기살균제 출시 당시, 용도변경이 됐음에도 허가를 내준 정부의 책임을 밝혀야 한다.
“독성은 제품의 용도가 바뀌면 독성 노출경로도 바뀐다. 그 많은 사람들이 사람이 사망했음에도 법적인 틀은 변한 것이 없다. 유사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외국에서는 이런 사건 발생 시 지자체에서부터 건강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국정조사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돌이켜봐야 할 때다.”
끝으로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박태현 교수는 "가습기살균제를 비롯한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 분류방식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험물질인지, 안전한 물질인지로 나누는 분류방식이 아닌 위험이 확인된 물질인지 잠재적 위험성이 있는 물질인지로 나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용도변경이 됐지만 그에 대한 유해성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제품이 많다. 이에 따른 장치 마련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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