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폭탄'…7월 요금만 60만원
우려가 현실되자 엄마들 "망친 성적표 받는 기분"
"손주 봐주시느라 에어컨 가동했더니 이 난리가 났네요."
3살 아들을 둔 이다선(가명, 용인시) 씨는 부모님 댁의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전해 받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무려 60만 원에 육박하는 전기료가 청구됐기 때문.
이 씨는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시고 계신데, 부모님, 아이 모두 땀범벅에 땀띠가 나니 에어컨을 풀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에어컨이 오래된 제품이긴 해도 전기료가 너무 많이 나온 것 같다"며 "집에 있는 사람들은 이 더위에 에어컨도 못 틀고, 더위를 얼마나 견디나 수양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육아맘 김설희(가명, 종로구) 씨도 29만 원짜리 전기요금 고지서 때문에 입맛이 싹 가셨다. 김 씨는 "대부분 에어컨 사용료라 다음 달 전기료가 더 대박일 것 같다"며 "아기들 더울 때 잠깐씩 틀어줬는데 이 사달이 났다. 종일 틀어놓고 시원하게 산 것도 아닌데 억울하고 열받는다. 뒷골까지 당긴다"고 넋두리를 했다.
7, 8월 전기 사용분에 대한 요금 고지서가 일부 가정에 청구되기 시작하면서 전기료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전력소비가 급격히 늘고, 요금 단가도 덩달아 높아져 적지 않은 가구가 '요금폭탄'을 마주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부터 전기 사용량에 따라 6단계 요금을 차등 부과하고 있는데 1단계와 6단계의 요금 차이는 무려 11.7배에 달한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단가가 올라가는 '누진제' 때문에 가정에서 전력 소모가 큰 냉방 장치를 가동할 경우, 전기료가 가파르게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16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기요금 납부 대상 2200만여 가구 중 960만여 가구에게 7, 8월분 전기요금 고지서가 배달되고 있다. 나머지 가구의 고지서는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발송될 예정이다.
먼저 고지서를 받아본 사람들은 예상보다 높은 전기요금에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어컨을 틀었다고는 하지만 누진제 때문에 평소보다 요금이 크게 올랐기 때문. 특히 일반인보다 체온이 높은 임신부, 체온 조절 능력이 불완전한 아이들이 있는 가정 등 장시간 에어컨 가동이 불가피한 가정은 요금폭탄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아이 둘을 키우는 박나미(가명, 대전) 씨는 "이달 전기료 납부할 금액이 38만 원이다. 너무 슬프다. 애 둘 데리고 에어컨을 안 키고 살 수가 없다"며 "돈 낼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고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아직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지 않은 가정은 "성적표 기다리는 기분"이라며 빠듯한 살림살이를 걱정하고 있다.
정희진(가명, 목포) 씨는 "지난달 말부터 아이가 너무 더워해서 낮이고 밤이고 에어컨을 틀어댔다. 고지서가 두렵다. 망친 시험 성적표 기다리는 마음"이라며 "아직도 더위가 남았다는 예보가 기운 빠지게 한다"고 토로했다.
박설아(가명) 씨는 "좀 있으면 우리 집에도 고지서가 날아올 텐데 두렵다. 에어컨 안 켠 날이 없을 정도로 수시로 켰는데 이달 생활비가 완전 바닥날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처럼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지난 11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올해 7~9월까지의 전기료를 완화해 가계부담을 줄인다고 밝혔다. 누진제 구간의 폭을 50㎾씩 높여 요금 부담을 줄이기로 한 것. 당정은 "모든 가구가 혜택을 보고 석 달간 평균 20%의 전기요금 경감 효과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누진제 상승 한도만 늘려줬을 뿐, 단계마다 요금이 크게 오르는 것은 마찬가지. 또 실제 전기료 인하를 체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논의 중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6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전력 수급,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기요금 누진제의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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