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정책 진단]누리과정, 국가책임은 '축소' 부모 걱정은 '확대'
[보육정책 진단]누리과정, 국가책임은 '축소' 부모 걱정은 '확대'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6.12.08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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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되풀이되는 예산 논란, 근본 대책 필요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긴급 진단] 거꾸로 가는 보육정책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현 정부 정책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그중에서도 보육정책에 대한 부모들의 불신은 걷잡을 수없이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부모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무상보육’이라고 내세웠던 보육 정책들이 현재 후퇴의 길로 들어서며 부모는 물론, 보육 관계자들까지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뉴스는 2017년을 앞두고 보육정책의 전반적인 흐름과 현실을 짚고자 기획특집으로 ‘보육정책 진단-거꾸로 가는 보육정책’을 진행한다.

<기사 싣는 순서>

“맞춤형 보육은 부모 기만”
누리과정, 국가책임은 ‘축소’ 부모 걱정은 ‘확대’
③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은 어디에?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소속 보육교직원들이 '맞춤형보육 저지 및 누리과정 예산 근본해결 촉구대회'를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소속 보육교직원들이 '맞춤형보육 저지 및 누리과정 예산 근본해결 촉구대회'를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베이비뉴스


누리과정 논란이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았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부담하기로 해 당장의 보육대란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어 부모들의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논란은 수년째 계속돼왔다.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아동에게 공통으로 가르치는 교육과정이다. 2012년 만 5세 아동을 시작으로 2013년 만 3~4세까지 확대되고 재원 규모도 커지면서 누리과정 예산 부담을 누가 할 것이냐는 논란으로 번졌다.

정부는 매년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누리과정 예산분이 포함돼 있으니, 교육청이 교부금 안에서 해결하는 게 맞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반면 시도교육청은 국책사업인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이 아닌 정부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육기관에 사용하도록 하는 교부금을 보육기관인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에 편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같은 책임공방은 매년 보육대란 위기를 만들어왔고, 그 위기는 올해에도 감지됐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계속되는 누리과정 책임 공방, 예산 미편성 등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해왔다.

이에 국회는 지난 2일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법안’을 통과시켰다. 매년 계속되는 누리과정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특별회계법안은 내년부터 3년간 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8600억 원을 국고로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야권은 ‘누리과정 국고 지원 예산 8600억원 확보’를 주요 성과라고 발표하며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갈등을 해소시켰다는 자체 평가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자치 단체장과 교육감, 의회 의장 등은 지난 11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 재정 확충과 누리과정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국회에 강력히 촉구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수도권 자치 단체장과 교육감, 의회 의장 등은 지난 11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 재정 확충과 누리과정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국회에 강력히 촉구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겉으로는 이 특별회계법안이 갖는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년 그랬듯 누리과정 대책은 미봉책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시도교육청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할 명분조차 없앤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하 협의회)는 6일 “지난 4년여 동안 교육감들과 교육주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핵심문제를 외면한 채, 당장의 갈등만 덮는 임시방편에 그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누리과정 사업이 대통령 공약에 따른 국가정책이라는 점과 보육에 관한 관련 법령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사업 추진 책임의 주체가 중앙정부라는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법률적으로도 명백히 다른 유아교육과 보육을 재원만으로 통합시킨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협의회는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의 소관부처는 보건복지부이고 영유아보육은 시도지사 소관사무인데, 재정만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기형적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국회는 그동안 정부가 법률을 위반한 시행령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집행을 압박해 온 행태를 사후적으로 정당화, 합법화 시켜주고 말았다”고 염려했다.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국고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 누리과정 소요 예산은 유치원 1조 8360억 원, 어린이집 2조 679억 원 등 총 3조 9039억 원이다. 국고로 지원하는 8600억 원은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소요 예산의 약 42%, 전체 누리과정 예산의 22%에 불과하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정부가 지원할 누리과정 예산을 늘린 셈이지만, 나머지는 시도교육청이 특별회계 교부금으로 감당해야 한다.

시도교육감들은 8600억 원의 국고지원만으로 현행 지방교육재정의 위기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요구를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근본적으로는 20.27%로 꽁꽁 묶여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특별회계법안이 3년 한시로 못 박고 내년 예산만 구체적으로 명시한 점은 추후 잡음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으로 내년 예산만 명시할 뿐, 2018년과 2019년 지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은 보육대란 없이 잠잠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하지만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을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내년에도 언제든지 보육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매년 반복되는 논란에 걱정을 놓을 수 없다.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한 엄마는 “작년에도 보육대란이다 뭐다 해서 아이들을 어디에 보내야 하나 걱정이 많았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진다고 했는데, 부모 걱정만 늘었다”며 “지금으로선 내년에도 걱정을 거둘 수 없을 것 같다. 매년 땜질식으로 마련하는 대책 말고,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부모와 보육계가 안심할 수 있는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김종필 정책연구소장은 지난 2일 보육정책 토론회에서 “또 다시 논란에 중심에 선 누리과정은 학부모의 불안해소 및 영유아의 보육권 보장차원에서 예비비지원, 지방채 이자지원 등 땜질처방이 아닌 예산조달에 관한 법 개정 등 근본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며 “국고든, 지방예산이든, 교육재정교부금이든 그 모든 세금의 주인은 국민이고, 그중 가장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 바로 영유아라는 점에서 볼 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당연히, 반드시 편성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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