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엄마라면 누구나 거실의 서재화를 꿈꾼다. 나도 한때는 거실의 서재화 로망에 빠져 살았다. 우리집을 작은 도서관으로 개방하는 건 어떨까 고민한 적이 있고, 아이가 학교에 가면 학교친구들이 우리집으로 몰려와 책을 읽고 가는 멋진 상상도 했다.
그런데 뭐든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책은 많을수록 좋다고 했는데 아이 책이 늘어남으로 인해 집안 곳곳에 문제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첫째, 엄마가 찾고자하는 아이 책을 찾을 수 없다. 아이가 찾고자하는 책을 아이 힘으로도 찾을 수 없게 된다. 이건 책꽂이 정리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집에 책이 많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둘째, 비슷한 스타일의 책이 쌓이기 시작한다. 누가 준다고 해서 받아온 전집, 할인행사 한다고 해서 구매한 전집은 결국 중복되어 들춰보지 않는다.
셋째, 책꽂이를 보고 있으면 숨이 막혀 되레 책을 안 읽게 된다.
며칠 전 동네엄마를 만났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녀도 나와 비슷한 책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지금 집이 엉망이에요. 친척분이 이민을 간다면서 애들 책을 주고 가셨는데 거절을 못하고 받았더니 집에 발 디딜 틈이 없어요.”
그녀의 집은 평소에도 책이 넘치는 상태였는데 지금은 어떤 풍경일지 안봐도 짐작이 갔다. 다른 건 몰라도 책은 끔찍이 사랑하는 엄마였기 때문에 다른 조언을 해줄 수 없었다.
우선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문제였다. 책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주변을 수소문해 과학전집이 없는 엄마를 알아냈다. 그 엄마에게 우리집 책장에 묵혀둔 과학전집을 선물했다. 마침 도서관에서 북바자회를 한다기에 단행본 14권을 기증했고 다소 오래된 수학스토리텔링책은 가까운 교회 유치부에 기증했다. 지인에게 주기 민망한 단행본 20권은 폐품으로 처리했으며 전래동화 전집은 또 다른 지인에게 주려고 기회를 살피고 있다.
아깝지 않았느냐고? 사실 조금 아까웠다. 하지만 후련함이 더 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은 귀한 물건이다. 두고 볼수록 가치를 더해가는 물건이기에 집에 두고 두고 읽는게 옳다. 하지만 무리한 책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 아이를 위해 구매하고 얻어온 책이 더 이상 핸들링되지 않는다면, 책장이 터질 듯해 숨이 막힌다면 선물하거나 정리해야한다는 뜻이다. 과감히 판단하길!
책을 선별하며 지혜가 생긴다. 책장에 여유가 생기면 아이는 책꽂이에 더 자주 올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에세이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네가 잠든 밤, 엄마는 꿈을 꾼다> 에세이집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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