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영의 MOM대로 육아]비슷한 아이 사진, 못 지우는 이유
"엄마 눈엔 한 장 한 장이 소중해요"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연재]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용량을 초과해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이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던 찰나, 휴대폰 용량이 꽉 찼다는 메시지가 떴다. ‘다신 담지 못할 아이 표정을 놓치다니.’ 아쉬움이 밀려온다. 휴대폰 용량은 60기가. 정리한 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용량이 초과됐다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설정 페이지에 들어가 용량을 확인해보자. 그런데 정말 60기가가 빽빽하게 차 있다. 그 중 사진보관함이 반 이상을 잡아먹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생긴 후 휴대폰으로 아이 모습을 얼마나 많이 찍는지 모른다. 사진, 연속사진, 동영상 등 촬영 방법도 다양하다. 아이가 놓인 상황, 행동만 봐도 찍을 것 투성이다. 그냥 셔터를 눌러댈 수밖에 없다. 자는 모습만 해도 젖 먹다 자는 모습, 엎드려 자는 모습, 옆으로 자는 모습, 내 품에서 자는 모습 등 얼마나 다양한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싶은 엄마의 욕심은 끝날 줄 모른다.
사실 휴대폰 욕심이 없어 옛날 기종을 3년 가까이 사용했었다. 전화나 메시지를 이용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니 너무 불편하게 느껴졌다. 셔터 누르는 속도가 느려서인지 아이의 순간순간 모습들을 빠르게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화질도 별로였다. 이렇게나 예쁜 아이 얼굴을 겨우 이 정도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휴대폰이라니. 과감하게 화질 좋은 휴대폰으로 바꿔버렸다.
그때부터 열심히 찍기 시작해 지금까지 ‘찰칵’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먹고 놀고 자고 웃고 하는 아이의 일거수일투족. 하루하루 성장하는 사진들을 보면 ‘이만큼 키웠다’ 뿌듯하다. 다신 오지 않을 순간들이라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다. 차곡차곡 쌓인 아이 사진들을 자기 전에 꼭 한 번씩 보고 자면 얼마나 기쁜지.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긴다. 그런데 사진들이 너무 많아 수시로 용량이 차버리니 정말 필요한 순간에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싶어 사진보관함에 들어갔다. 필요 없는 사진은 좀 지우기로 했다. 하나하나 사진들을 넘기는데 이상하리만큼 지울 사진이 없다. ‘그럼 비슷한 사진 여러 장 중 몇 개씩만 지워나갈까?’ 큰 결심을 하고 다시 사진들을 보는데 역시나 지울 사진이 없다. 사진 몇 개를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비슷하지가 않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저마다 다른 특징이 있다.
‘이 사진은 다른 곳을 보고 있어.’ ‘이건 볼살이 더 귀엽게 나왔네.’ ‘이건 입을 조금 더 벌리고 있잖아.’ ‘이건 눈을 살짝만 감고 있어.’ ‘다른 것보다 더 어정쩡하게 서 있잖아!’
두 장을 놓고 지울 사진을 고르다 결국 포기했다. 엄마의 눈엔 모든 사진이 예쁘고 의미 있어 도저히 못 지우겠다. 괜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소중한 너의 모습을 지우려고 했다니’ 결국 정말 미안하지만 몇 장 있지도 않은 남편 사진을 지워 약간의 용량을 확보한다. 그리고 다시 아이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 남편도 이해할거라 믿으며, 새해에는 남편 사진도 많이 찍어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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