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부럼 깨려다 치아 깨진다
밤, 호두 등 잘못 깨물면 치아 균열…치료시기 놓치면 발치 외 방법 없어
【베이비뉴스 안은선 기자】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정원대보름에 한 해 동안의 부스럼을 예방하고 만사태평하게 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밤, 호두, 은행, 잣 등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무는 풍속이 있다. 하지만 이런 딱딱한 열매는 치아가 약한 어린이와 노인이 깨물면 치아가 손상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성복 강동경희대병원 보철과 교수는 “우리 선조들은 치아의 건실함을 건강의 척도로 삼았다. 그래서 부럼 깨기를 통해 치아의 이상 유무를 알아보고자 했다”며 “하지만 부럼을 이로 악물어 깨뜨리는 동안 치아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받게 될 수 있다. 실제 정월대보름 부럼 깨기로 인해 치아가 손상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인 치아마모, 서양인보다 빨리 시작
이성복 교수에 따르면, 마른 오징어, 쥐포 등 질기고 단단한 음식을 즐겨 먹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20대부터 이미 서양인의 30대에 해당하는 치아 마모를 갖고 있다. 따라서 40대 중반쯤에 이르러서는 서양인의 60대에 해당하는 치아 때문에 음식을 씹을 때 시큰거림을 호소한다. 40대 이후에 치과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육안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치아가 씹을 때 자꾸 아프다고 말한다. 그 아픈 정도는 심할 경우 생활 의욕까지 저하시킨다.
김치, 깍두기를 비롯해 우리 주변에 있는 일반적인 음식물들을 씹기 위해서는 최소한 70~100kg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턱을 악무는 힘이 200kg 이상을 기록할 때가 많다고 한다. 이정도 되면 치아가 바스러지고 깨져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기껏 힘들게 치료받았던 치아보철물(금, 포세린 크라운)까지도 으깨지면서 파손되기에도 충분한 힘이다.
이성복 교수는 “음식을 씹을 때 예리한 치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아에 특수한 약물이나 광선을 이용해 검사하면 표면에 살짝 금(파절선, crack line)이 간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며 “육안으로 발견하기 힘든 미세한 균열로 음식을 씹을 때마다 치아 신경관을 자극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치아 균열, 치료시기 놓치면 방법 없어
사람의 치아는 하루 중 음식물을 섭취하는 2시간 정도를 제외하고 그 외 시간은 치아 사이가 자연스럽게 떨어져 있어야 치아와 주위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을 수 있다. 힘들거나 초조할 때마다 이를 악무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부분 30초만 치아를 악물고 있어도 금방 안면 및 턱주위 근육에 피로가 오며 저작근통이나 두통을 유발하게 된다. 이때 유발된 근육통은 쉽게 해소시킬 수 있겠지만 치아 자체에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손상이 바로 치아에 발생하는 금(파절선, crack line)이다.
이 교수는 “씹을 때마다 치아가 심하게 새큰거리는 증상과 더불어 치아뿌리까지 충격이 파급돼 결국 대개는 치아신경을 죽이는 치료(근관 치료, canal treatment)를 받은 후 치아를 깎아서 금관을 씌워줘야 금(파절선)이 뿌리쪽으로 더 진행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며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 이 금이 치아뿌리 쪽으로 진행돼 쪼개지기 때문에 결국 치아를 뽑아서 제거하는 것 외에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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