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문제 해결? 물고기 잡는 방법 알려줘야"
[인터뷰]박명광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베이비뉴스 정가영·이중삼 기자】
“스스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그물을 짜거나 낚시하는 법을 알려줘야지, 물고기를 계속 잡아 줄 순 없다.”
박명광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은 단호했다. 국제개발 NGO단체의 수장으로서 세계 각지의 빈곤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공짜는 없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특히 ‘사람 중심’이라는 기조 아래 사람을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하며 단체 활동의 의미를 찾고 있다.
다른 NGO단체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원칙을 고수하며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지구촌나눔운동. 지구촌나눔운동의 사업들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박 이사장을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실에서 만났다.

박 이사장은 “우리가 가난을 막아줄 순 없다. 깨진 독에 물붓기다. 가난을 물리쳐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극복할 것인지 해결책을 줘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람이다. 사람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교육하고 투자하는 것이 원조의 기본이라고 여기는 지구촌나눔운동. 지역 주민들이 국제개발사업에 스스로 참여하도록 적극적으로 기회를 제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업 초기단계부터 주민들이 함께하지 않으면 사업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구촌나눔운동은 주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빈곤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일부 단체들이 아동결연사업 등에 집중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1998년 설립된 지구촌나눔운동은 현재 베트남, 몽골, 케냐 등 7개 국가 9개 사업소에서 가난한 이웃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철저한 지역조사,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동참하고자 하는 마을 주민, 커뮤니티와 대화를 진행한 후 사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지구촌나눔운동은 NGO단체치고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하지만 작지만 강한 ‘강소 NGO단체’로 소문이 나면서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NGO단체 대표로 코이카(KOICA)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특히 베트남에서 진행하는 ‘암소은행’은 대표적인 성공 사업으로 손꼽힌다. 말 그대로 지역 주민에게 암소 한 마리를 빌려주고 송아지를 낳으면 갚도록 하는 시스템인데, 베트남 농가의 소득 수준을 높여주는 소액대출형 가축 지원사업이다.
“소 한 마리를 빌려주면 그 소를 키우면서 농가에서 짐도 나르고 일도 한다. 소가 농업생산량에 크게 기여한다. 나중에 송아지를 낳으면 우리에게 갚는 것이다. 갚은 송아지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다.”
현금이나 비료를 지원하는 대신 암소라는 노동력을 제공하니 농가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새끼도 낳기 때문에 그 자체로 목돈이 된다. 일부 농가는 암소 한 마리를 받아 15마리까지 늘리기도 했다. 지역 주민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구촌나눔운동의 사업 방식이 제대로 통한 셈이다.
물론 암소은행이 모든 나라에 맞는 사업 방식은 아니다. 물이 부족한 케냐는 암소은행보다 양계은행이 적합하다. 현지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다. 박 이사장은 “단순히 지원하고 상환 받는 것에 끝나지 않고 양계은행 참여자들을 그룹으로 이어주고 함께 양계교육을 진행한다”며 “개개인의 유통망 확보가 쉽지 않다. 지구촌나눔운동이 판매 연결다리 역할을 해 작은 소농들의 소득을 보존해주고 양계조합을 만들어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뜻 깊은 일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국내에도 빈곤층이 많은데 해외에만 집중하냐는 지적이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4년을 제외하면 평생을 경제학자, 교수로 살아온 박 이사장은 “대한민국 국격을 올리는 방법은 다른 무엇보다 공적개발원조(ODA)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를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수출국가로 해외의존도가 매우 크다. 일본, 미국 경제의 해외의존도가 20%라면 우리나라는 100%를 넘는다. 선진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리는 경제인 셈이다. 선진국보다 훨씬 국제화돼 있어야 할 이유다. 해외 원조를 효과적으로 하는 것이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이 같은 그의 철학이 영향을 미친 걸까. 그가 이사장에 취임한 지 2년 만에 단체의 사업비 규모는 28억원(2014년)에서 43억원(2016년)까지 2배 가까이 늘었다. 투명성을 강조하는 박 이사장은 활동비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사비를 털어 단체 발전에 열정을 쏟고 있다.
박 이사장에게 꿈이 있다면 후원자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단체로 성장해 함께하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지원을 해주고,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NGO단체라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충분한 급여도 못주고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3년 뒤 100억원 규모의 NGO단체로 성장해 직원 복지를 개선하고 다양한 사업을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엄마 해외 봉사체험단이나 청년들의 해외참여 프로젝트를 기획해보고 싶은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박 이사장은 “다양한 영역, 더 세분화된 영역에서 시민단체나 NGO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 지구촌나눔운동이 20년간 쌓아온 활동, 노하우를 통해 가난한 이웃의 자립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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