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환자 공장" 그들은 왜 '안아키스트'가 됐나
"병원은 환자 공장" 그들은 왜 '안아키스트'가 됐나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7.06.09 17:17
  • 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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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키 회원 인터뷰] 의료계 불신 바탕에는 약물 오남용과 과잉진료 있어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는 자진폐쇄를 선택했다. 시민단체는 안아키 운영자인 한의사 김아무개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김 씨를 윤리위에 제소했고, 대한의사협회는 정부를 향해 ‘건강정보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전수조사와 폐쇄 등 형사조치’까지 요구했다.

이른바 ‘안아키 사태’는 의료계과 여론의 강력한 비판 속에 정리돼 가는 듯하다. 하지만 남은 의문이 하나 있다. 왜? 왜 6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은 스스로 '안아키스트'(안아키 카페 회원을 부르는 말)가 됐는가. 사람들의 관심은 그들의 ‘방식’에만 집중돼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그들의 ‘문제의식’을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안아키의 탄생과 자연치유법의 확산에는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안아키 사태를 통해 전화위복의 교훈을 얻는 것은 의료계에 대한 그들의 불신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냉정히 바라보는 데서 출발하지 않을까. 안아키 운영자 김 씨가 2016년에 펴낸 저서인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내용과 안아키 카페 회원 세 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불신의 뿌리를 찾아봤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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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항생제 다큐 방영 이후 회원 폭발적으로 늘었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를 통해 확인한 안아키 카페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크게 약물 오남용에 따른 내성 문제와 의료시장화와 과잉진료 문제로 나뉜다.

약물 오남용에 따른 내성 문제에서 우선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항생제다. 김 씨는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에 “항생제를 오랫동안 사용하면 어떨까요? 병원균들이 다 죽기 전에 우리 몸의 유익균이 먼저 다 죽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항생제는 병원균뿐만 아니라 모든 미생물에 작용하기 때문입니다(84~85쪽)라고 썼다. 또한 “항생제 내성균이 있다는 말은 달리 표현하면 우리 몸의 면역계가 그만큼 무력화됐다는 말과 같습니다(85쪽)”라고 주장했다.

언론사 편집장 출신의 작가인 A(40·여·경기 안양시) 씨는 2014년 지인의 소개로 안아키 카페에 가입했다. “자연주의 치유법에 대해 외국 사례도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조언도 주고받고 자기들의 방식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고민 안 하고 따라가면서 살았는데 그 사람들은 달라서 ‘이런 데도 있구나’ 싶었다”라고 당시의 느낌을 말했다.

A 씨도 항생제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9세인 첫째에게 비염이 있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를 계속 다녔어요. 약도 많이 먹였지만 낫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트에 가보니 그 이비인후과 병원이 항생제를 엄청나게 많이 쓰는 병원이더라고요.(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트에서는 항생제 처방률을 확인할 수 있다. - 기자 주) 화가 났어요. 왜 꼭 그런 병원에 의존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A 씨에게 안아키 카페를 소개한 B 씨는 40대의 평범한 주부로, 카페 내에서 ‘맘닥터’로 활동했다(B 씨는 ‘맘닥터가 무허가 의료상담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 “맘닥터는 의사의 지위나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등급의 하나일 뿐이다. 게시글에 대해 위로와 조언을 하는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 기자 주). 2014년 안아키에 가입한 B씨도 “항생제 문제 때문에 가입한 회원들이 많았다”며 “특히 2015년 SBS 다큐 ‘항생제의 두 얼굴’이 방영된 후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성을 인정받고 있다. 항생제 내성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2016년 영국 정부 Jim O’Neill 보고서). 특히 우리나라 국민의 항생제 사용량 및 내성률은 산출기준이 유사한 OECD 12개국 평균보다 35%나 많았다(2016년 OECD 자료).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16년 8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을 발표하고, 2016년 7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 중인 ‘국제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에 가입하는 등 항생제 내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하고 있다.

◇ “가습기살균제 사건 후 화학제품 불신… 아토피 호전 소문에 가입”

약물 오남용에 따른 내성 문제에서 또 주요하게 등장하는 것이 스테로이드다.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에는 “스테로이드를 바르면 일단 피부가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피하에 과산화지질로 된 변질 조직을 만들어 태선화라는 코끼리 피부 같은 상태로 이끌어가게 됩니다. 태선화가 되면 피부는 땀도 나지 않고 피부호흡이 불가능해져서 점점 더 딱딱해지고 빠르게 건조해집니다(171쪽)”라는 식으로 스테로이드 내성에 대해 설명돼 있다.

B 씨의 말에 따르면 안아키 회원들의 상담글 가운데 아토피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그들의 고민은 대부분 스테로이드 성분의 아토피 치료약에 대한 걱정이었다. B 씨는 “스테로이드 내성 때문에 더 강한 약, 더 강한 약으로 계속 바꾸면서, 그런 치료에 회의감에 느낀 부모들이 안아키 카페를 많이 찾아왔다”라고 설명했다.

공무원인 C(34·여·경기 부천시) 씨가 안아키 카페에 가입하는 데도 아토피에 대한 고민이 한몫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후로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C 씨는 “한 소아과에서 일어난 한약 탈모 사건을 접하면서 약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가지게 됐는데, 엄마들 카페에서 약을 안 쓰고도 아토피를 호전시키는 방법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 반으로 가입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스테로이드 내성을 우려해 “스테로이드 연고제는 증상이 개선되면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알리고 있다. 5월 4일 발표된 보도자료에는 “장기간 사용 시 피부가 얇아지고 혈관이 확장되거나, 튼살·여드름, 상처치유 지연, 심한 경우 성장지연, 쿠싱 증후군 등의 전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져 있다. 쿠싱 증후군에 대해서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과다한 경우 생기는 질환으로, 얼굴이 달덩이처럼 둥글어지고 팔, 다리는 가는데 몸에 살이 많이 찌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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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은 아프지 않은 사람까지 ‘평생 환자’ 명찰 달고 나오는 곳”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에서는 의료시장화와 과잉진료 문제도 주요하게 제기하고 있다. 단적으로, “지금의 병원은 아픈 사람은 물론이고 아프지 않은 사람까지 온갖 정밀 검사를 통해서 진단을 받고 많은 사람이 죽을 때까지 약을 먹어야 하는 평생 환자 명찰을 달고 나오는 곳”이라는 비판과 함께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환자를 생산하는 공장(26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B 씨가 안아키 카페에 가입하는 데도 병원에 대한 불신이 영향을 줬다. B 씨는 자연주의 출산으로 첫 딸의 출산을 준비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안아키 카페를 알게 됐다. 산모가 아닌 의사와 병원 중심의 출산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으로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했고, 그 관심이 자연주의 치료법과 육아법으로 이어진 것이다. 출산과 육아에 문외한이었던 B 씨는 “의료적인 도움 없이도 엄마와 아이 스스로의 힘으로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사실 의료계에 만연해 있는 과잉진료 논란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갑상선암 수술은 그 단적인 예. 4월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갑상선암 수술 환자는 2012년 4만 1306명에서 2016년 2만 3832명으로 5년 새 42.3%가 감소했다. 2014년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가 만들어지는 등 의료계 안팎에서 일어난 논란과 무관하지 않은 변화다.

대한의사협회가 발행하는 JKMA(대한의사협회지) 최근호에도 과잉진단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실려 눈길을 끌었다. 5월 11일 라포르시안 보도에 따르면, 고려대 의대 안형식 교수는 갑상선암, 전립선암, 유방암 과잉진단 문제점을 집중 조명하고, “건강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학기술의 적용이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치는 역설을 불러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척추수술 역시 과잉진료 논란에서 빠지지 않는다. 2013년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2009년 1만 9000건이던 척추과잉수술 조정건수는 2012년 3만 6000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해 7월 척추수술 관련 의료기기 업체로부터 2억 원이 넘는 돈을 받은 의사와 병원 관계자 등 49명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다. 끊임없는 의료계와 제약 또는 의료기기 업체 간의 리베이트 사건들 역시 불신을 쌓는 중요한 이유다.

부모들이 많이 찾는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치과 등에서도 과잉진료가 이뤄진다는 주장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치과의 예를 들면, 2014년 MBC 소비자 프로그램 ‘불만제로 UP’이 치과 과잉진료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어린이, 20대 여성, 30대 남성, 40대 여성 등 4명의 실험군을 선별하여 일반치과 22곳, 어린이치과 10곳에서 검진을 받은 것이다.

실험 결과 보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던 20대, 40대 여성은 현재 아무 문제가 없는 기존의 보철을 교체하라는 진단을 받았고, 예상 치료비용은 최고 550만 원까지 나왔다. 1개의 충치가 있는 30대 남성에게는 충치 11개의 치료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어린이 치과에서도, 대학병원에서 충치가 없다고 진단받은 8세 어린이에게 11개까지 충치가 있다고 진단했다.

◇ 약물 오남용과 내성 문제·의료시장화와 과잉진료가 의료계 불신 키워

B 씨는 안아키 카페에서 익힌 자연해열법 등을 통해 실제로 효과를 본 뒤 ‘맘닥터’가 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다. 반면 C 씨는 치유법을 참고했을 뿐 실제로 적용해보거나 카페 내에서 특별한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안아키의 내용을 받아들이기에는 확신이 부족했고, 어떤 내용은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A 씨 역시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C 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많은 부모들이 ‘안아키스트’가 된 이유에 대해 짐작했다.

“호전되는 자신의 아이들을 보면서 보편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치료방법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됐으니 자신처럼 힘든 상황에 있는 다른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 같아요. 선의로요. 아이가 아픈 것이 자신의 탓만 같아 괴롭고 외로웠던 엄마들이 안아키에서 위안을 얻고 희망을 보았던 게 아닐까요? 물론 그 방법이 의료적으로 잘못됐다는 게 팩트라 할지라도, 아픈 아이 안고 눈물로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면서 지쳤던 엄마들에게는 빛나는 지푸라기였을 것 같아요.”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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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_**** 2017-12-25 18:37:35
저희 돈에 놀이터 옆에 내과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 가면,, 무조건 이렇게 묻습니다. "보험 있으세요? 그럼 영양제 맡고 가세요?" 갈때마다 보험유무를 묻고 영양제를 놔주는 병원,,~ 분명 약물 오남용이지요. 몇년 뒤~~ 몇차례 경험을 통해,, 아니다 싶어 안 가던 그 병원을 다시 찾은 적이 있는데, 역시나 변한게 없더군요. 풋,,~ 오히려 건물을 샀다는 설까지 들을수 있었습니다. 맞아요..~ 약물 오남용과 내성 문제·의료시장화와 과잉진료가 의료계 불신 키워도 너무 키워놓는거 같아요..~~ 이제라도 수습하려면 참 힘들겠지만, 제대로 진료하고 정확한 처방으로 환자를 돈이 아닌 사람으로 봐 주신다면,, 참 좋겠습니다. 고치려갔다가 더 큰 병에 걸린다면 그것보다 더 억울한 일은 없을테니까요~!

rivern**** 2017-12-25 10:06:44
정보를 선별해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해 보이네요

ggom**** 2017-12-25 00:05:32
적당함이 필요한 부분인거 같아요 너무 약에 의존하는것도 좋지 않고 약 없이 해결하는것도 좋지 않고 적당함이..

ha79p**** 2017-12-24 21:19:30
제대로 진료하고 정확한 진단에 정확한 처방을 해서 우리 아이들이 빨리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병원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합니다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진료해주세용~~

dhm**** 2017-12-24 13:14:30
안아키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재조명한 기사네요
안아키가 극단적이긴 했지만 분명 자연치유능력이 있는 신체를 과한약물로만 치료하는것도 문제가 있죠. 저는 그래서 되도록 항생제처방을 안하는 병원으로가서 상담하고 온답니다. 항생제 처방률을 볼수있다는 정보는 처음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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