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협치를 강조하던 새 정부와 정치권의 허니문 기간이 스치듯 안녕했다. 지금 국회는 장관 후보자를 지키려는 여당의원들과 낙마시키거나 안 되면 흠집이라도 내려는 야당의원들의 양보 없는 전쟁에 불이 붙었다.
6월 29일 오전 10시,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최순실 국정농단 발단이 된 정유라 이대 부정입학 사건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교육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바람이 크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보육정책,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문제까지. 많은 국민들의 눈과 귀가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쏠린 까닭이다.
베이비뉴스 취재팀은 교육부장관 인사청문회를 현장이 아닌 국회방송 생중계로 지켜보기로 했다. 이미 야당이 김 후보자의 논문표절과 사회주의 사상검증을 예고하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각자 중계를 지켜보다가 보육·육아·교육 정책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 즉각 한 사람이 기사를 작성하고 나머지 사람은 진행되는 청문회를 챙겨가는 것으로 전략을 짰다.
시작 10분 전부터 국회방송 생중계 사이트에 접속해 이어폰을 꽂고 대기했다. 교문위원들이 보육·육아·교육 정책과 관련해 후보자에게 어떤 질문을 준비했을까. 문재인 대통령 후보 당시 관련 공약을 찾아보면서 주요 내용을 챙겼다.
드디어 청문회 시작. 자유한국당 의원 노트북 앞에 ‘학위취소’, ‘인사 5대원칙 훼손’, ‘보은·코드 인사’ 등이 붙어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청문회장 밖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야당의 주장으로 벽을 도배한데 대해 철거를 요구하는 등 시작부터 달아올랐다. 20분이 지나서야 김 후보자는 후보자 선서를 할 수 있었다.
선서 이후에도 여야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자료 제출 미흡을 집중 공격했다. 고성이 오가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고 사람을 지치게 했다. 고문이 따로 없다. 11시 20분. 김 후보자는 1시간 20분 만에 모두 발언 기회를 얻었다. 그는 “모든 아이들이 유아단계부터 성인까지 전 생애에 걸쳐 국민 모두가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후 2시 청문회는 속개했다. 여당 의원들은 후보자의 논문 표절과 중복게재를 문제 삼았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김 후보자가 과거 속해있던 단체의 활동 내역을 지적하면서 안보관으로 포장된 사상검증을 이어갔다. 질의자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무한반복이다.
오후 6시. 건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를 비롯해 현택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등 4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이들에게도 논문 표절과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청문회를 보고 쓴 기사는 단 하나. 지친다. 정말.
김 후보자가 교육부장관이 되면 어떤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청문회를 통해선 깜깜이다. 단 하루뿐이라고 한 청문회 시청을 일단 접었다.
30일. 여야 의원들이 교육부의 자료 제출 미흡 등을 지적해 차수 변경을 통해 1박 2일로 청문회가 연장됐다. 오전 10시 다시 이어폰을 꼽고 대기에 들어갔다. 35분이 지나서야 속개됐다. 전날과 전혀 질문엔 차이가 없다. 또 논문표절 그리고 사상검증이다.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부터 도입돼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췄는지 국회에서 검증하는 게 목적이다. 1박 2일의 시간을 청문회에 할애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청문회가 종료된 오후 2시 54분. 여전히 김 후보자가 교육부장관을 수행할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 교육정책에 대한 어떠한 철학과 소신을 갖고 있는지 판단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허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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