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포비아' 확산..."생리컵으로 바꿨어요"
릴리안 논란 계기로 대안 생리대 찾는 여성 늘어
"이번 사태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요! 바꿔야겠어요."
육아맘 김진주(가명·38·대전) 씨는 얼마 전 큰마음을 먹고 생리컵을 구매했다. 최근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 부작용 논란이 일면서 일회용생리대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김 씨는 "릴리안 생리대가 좋아 쭉 써왔는데, 이 난리다. 배신감에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면생리대는 세탁이 힘들 것 같아 생리컵을 구매했다. 제발 (기업이) 이런 장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 사이에서 일회용생리대에 대한 공포, 일명 '일회용생리대 포비아'(공포증, Phobia)가 퍼지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 차원에서 안전성에 대한 검증 결과를 신속히 내놓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부작용 논란 1년 전부터…"생리량 줄었다"
논란은 1년 전 2030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하던 여성들이 부작용을 호소하는 의견을 커뮤니티 게시판에 쏟아낸 것이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 여성들은 전반적으로 "생리량 또는 생리 일수가 줄었다"거나 "생리 주기가 바뀌었다", "생리통, 염증이 심해졌다"는 식의 생식기와 관련된 부작용을 토로했다.
그러다 최근 몇 달 새에는 릴리안 생리대에 대한 수백 개의 부작용 호소 및 항의 글이 빗발쳤고, 커뮤니티를 넘어 SNS까지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21일 보건당국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달 내 릴리안 제품을 수거, 다음 달 검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것.
생리대 제조사 깨끗한나라는 즉시 홈페이지에 "릴리안은 식약처의 관리 기준을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며 "릴리안이 사용하는 모든 재료는 안정성을 검증받았고 개발부터 생산까지 엄격한 관리하에 깨끗하고 안전하게 생산되고 있다"고 공식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한 '여성건강을 위한 안전한 월경용품 토론회'에서 발표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에 따르면 독성이 포함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가 검출된 생리대 10여 종 중 2개 제품이 릴리안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릴리안 생리대는 그간 '깐깐하게 고른 100% 순면', '스무 살의 까다로운 면' 등의 콘셉트로 소비자 안전성을 강조해왔고, 특히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1+1 행사로 인기를 끌었던 터라 소비자의 배신감은 더욱 큰 상황이다.
◇ 일회용생리대에 등 돌리는 여성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릴리안을 비롯한 일회용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SNS에는 "생리통이 심해져 그냥 몸이 안 좋아진 건 줄 알았는데, 너무 화가 나 잠을 설쳤다", "혹시 나도 생리량이 준 게 생리대 때문인지 모르겠다"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한 여성은 "릴리안 생리대를 썼는데 유산을 두 번 경험했다. 혹시 생리대 때문인가 싶어 속상하다"는 글을 올렸고, 난임을 겪고 있는 한 여성은 "다음 달부터 시험관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이 제품을 계속 써와서 불안하다. 자궁내막증이 재발했을까 겁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일회용생리대 포비아가 확산되면서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는 면생리대, 생리컵 등 생리대를 대체할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한 육아맘은 "다른 생리대를 살까 고민하다 결국 면생리대를 주문했다"며 "어렸을 때 엄마가 항상 면생리대를 쓰고 빨래 대야에 담가 놨던 기억이 있다. 이참에 면생리대를 써야겠다"고 말했다.
이진솔(가명·28·서울) 씨는 "생리컵(질 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는 도구)이 편하다고 말을 많이 들었지만, 겁이 나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독성물질로 몸이 망가지는 게 더 무섭다"며 "생리컵 직구를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생리컵은 아직 국내 판매가 허가되지 않은 탓에 해외 직구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포털사이트에는 '생리컵 직구', '생리컵 공구', '생리컵 종류' ,'생리컵 비교' 등 연관 검색어가 자동으로 추천될 만큼 여성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적지 않은 여성들이 일회용생리대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 시민단체 "여성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여성 소비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생리대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빨리 공개해달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보건당국에 신속하고 정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여성환경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실제로 (제품은) 일회용생리대 속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호소하는 불안감이나 고통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역학조사와 해당 생리대의 성분분석, 공정과정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관리규제가 필요하다"며 "보다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전에 식약처가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일회용생리대 속 성분에 대한 전면적인 위해성 검토, 건강 영향 조사와 관리방안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다음달 조사에 착수해 해당 제품에 대한 유해성 결과는 약 한 달 뒤인 9월 말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깨끗한나라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환불이나 리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많은 여성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가운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소비자를 기다리게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보상이나 환불 등 소비자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공지하고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깨끗한나라는 "식약처가 해당 제품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적극 수용한다"며 "식약처 조사에 필요한 자료 및 정보 제공 등 모든 요청에 최대한 협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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