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몰아내는 게 ‘일자리 창출’인가요?
기간제 몰아내는 게 ‘일자리 창출’인가요?
  • 정리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7.08.30 1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공립 유치원방과후과정 시간제·기간제교사 호소문

[특별기고] 유치원 기간제교사 ○○○ 씨

 

 ‘국공립 유치원방과후과정 시간제기간제교사 무기계약전환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국공립 유치원방과후과정 시간제기간제교사 무기계약전환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저희는 병설유치원 방과후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유치원 시간제·기간제 교사들입니다. ‘교사라는 이름도 싫다, 다른 시도처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만 해달라’는 저희들에게 사람들은 되묻습니다. 무엇이 불만이냐고, 그리 불만이면 정정당당하게 임용시험을 치라고.


임용시험을 쳐서 붙은 사람만이 우수한 교사라고 그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요? 특히 인성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아교육에서…. 선생님의 자질도 성적순이던가요? 정녕 시험에서 1등 한 교사가 아이들에게도 1등인 교사인지, 저희는 오히려 세상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좋아서 뒤늦게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큰 욕심 없이 이 자리에서 일해왔습니다. 유아교육을 천직으로 알았고, 나름 유아교육에 작으나마 이바지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제 자부심과, 제가 유아교육에 몸담아온 10년 세월은 정녕 아무것도 아닌 것인가요?


저는 지난 17일 교육부에서 열린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 출석했습니다. 그날은 ‘당사자 면담’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가 무기계약직이 되면 신규채용 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저는 숨이 턱 막혔습니다.


우리는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니던가요? 저희가 필요할 때 입맛대로 골라 쓰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하루아침에 아무렇게나 버려도 되는 소모품 같은 존재란 말입니까? 우리도 이 나라의 국민이며, 누군가의 엄마이며, 누군가의 귀한 딸들이며,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가장이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일자리에서 하루아침에 그 사람을 몰아내고 다른 사람을 뽑아 넣는 것이 진정한 새 일자리 창출인가요?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 한 자리에서 10년 넘게 일해도… 매년 재계약 해야 하는 ‘기간제’

 

똑같은 일을 하지만, 서울이나 부산에 사는 교사들은 무기계약직이 되어 당당하게 자신의 교육관을 가지고 아이들의 교육에만 전념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남, 전남, 광주, 충북에 사는 교사들은 명칭도 낯선 ‘유치원 방과후과정 시간제·기간제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매년 재계약을 해야만 합니다. 한 학교에서 6~7년, 길게는 10년이 넘게 1년 열두 달 계속 근무하는 상시직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정규교사에게 불려가서 채용면접을 보기도 하는 악순환의 반복 속에, 왜 우리는 하루하루를 계속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하나요? 대한민국 헌법에도 나와 있듯이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면, 이런 차별이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저희는 정규교사를 시켜달라는 게 아닙니다. 정규교사가 되려면 당연히 정정당당하게 임용시험 쳐서 합격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문재인 대동령님은 선거 때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똑같이 유치원 방과후과정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사는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구는 무기계약직이 되고 또 누구는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저희는 같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유치원 방과후과정 담당자들과 똑같이 고용이 안정되는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간절히 바랍니다.

 

*이 글은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국공립 유치원방과후과정 시간제기간제교사 무기계약전환촉구 기자회견’(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주최)에서 낭독된 익명의 호소문을 다시 편집한 것입니다. - 편집자 말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