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딸 살해', 법정 최고형 선고 환영한다
'입양딸 살해', 법정 최고형 선고 환영한다
  • 정리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7.09.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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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던 아동학대범죄 판결에 경종

[특별기고]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장화정 관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끔찍한 아동학대범죄자들에게 엄벌을 주장해왔다. 저항 능력이 없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학대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최악의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추운 겨울, 락스물과 찬물 세례로 끝내 숨졌던 ‘원영이 사건’에 대해 계모와 친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에서는 각각 징역 27년과 17년을 선고해 죄목에 비해 낮은 형량으로 국민적 공분과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국민의 법 감정과 법원의 판결 사이의 괴리를 보여 왔던 재판부는 지난해 9월 경기 포천에서 입양한 딸(당시 6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불태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모에게 중형을 확정했다. 살인·사체손괴·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양모와 양부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학대에 가담했던 동거인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법감정 논란을 잠재우는 판결이 나왔다. 2014년 9월 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 가장 무거운 판결이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재판부는 “무자비하고 반인륜적인 점을 고려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피고인들을 엄벌에 처하는 건 아동학대에 대한 안전망을 마련하지 못한 우리 사회가 피해자에게 보내는 죄송함의 고백이자 최소한의 예의”라고 판시했다.


아동인권 침해에 매우 엄중한 미국과 독일,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경우 대부분 살인죄를 인정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베이비뉴스
아동인권 침해에 매우 엄중한 미국과 독일,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경우 대부분 살인죄를 인정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베이비뉴스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처벌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동학대는 아동의 정서와 건강 등에 영구적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불합리한 양형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또 양형기준의 권고형량도 성폭력 범죄보다 미흡한 상황이다.


더욱이 아동이 사망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살인죄로 인정되기까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아동학대 사망 사건 판결 31건 가운데 살인죄가 인정된 건은 단 5건뿐이었다. 나머지는 상해치사(7건), 유기치사(4건), 폭행치사(4건), 학대치사(3건) 등으로 처벌됐으며, 판결에서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평균 형량은 7년에 불과했다. 일례로 14년 7월, 친딸을 목검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친부에게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6년의 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계부가 의붓딸을 학대해 요로염이 생기자 방치해 숨지게 한 ‘에드나 헌트’ 사건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영국에서도 계부에 의해 수개월간 감금과 체벌받아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한 ‘다니엘 펠카’ 사건에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동인권 침해에 매우 엄중한 미국과 독일,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경우 대부분 살인죄를 인정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미국의 경우 각 주의 법률로 정하는 아동학대 사망에 관한 입법례를 살펴보면 '중상해나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고의로 아동에게 정당화될 수 없는 육체적 통증·정신적 고통 또는 아동의 건강이 위험할 수 있는 상태에 둔 경우', '고의∙인식 또는 부주의하게 18세 미만 아동을 고문·구타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부당한 취급을 하는 경우' 등도 사망에 이른 아동학대와 동일하게 처벌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춰 법령 개정이 필요해짐에 따라 국회에서도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형량을 높이고자 ‘아동학대치사죄와 아동학대중상해죄의 기본 형량 상향과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범위 확대 등’을 담은 내용으로 아동학대처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아동학대치사죄의 기본 형량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서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아동학대중상해죄는 ‘3년 이상의 징역’에서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민은 양형 기준에 따라 범죄의 심각성을 판단한다. 양형 기준이 법 감정과 격차를 가질수록 국민은 법원의 양형 과정을 불신하게 되고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무뎌지게 된다. 기존 판례를 상한선으로 두지 말고 개정되는 법 이론과 적극적인 법 해석으로 아동인권증진과 국민감정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양형을 집행하는 것이 범죄의 예방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더불어 국민은 아동학대에 관심을 가지고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현재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조직돼 운영되고 있으며 양형과정에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해 양형기준을 설명, 변경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국민은 이러한 위원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위원회가 이를 반영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자 하는 재판부의 의지와 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합리적 양형기준 정립과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이 함께 높아져야 하며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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