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유죄! 7개월 간의 사건일지
가습기살균제 유죄! 7개월 간의 사건일지
  • 신세연 기자
  • 승인 2012.02.03 18:22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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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피해자 집계조차 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 뒤늦게 인과관계 밝혀냈지만 피해자 대책은 없어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 곽진 연구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기자실에서 가습기살균제 1차 동물흡입실험 최종 결과를 발표한 후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 곽진 연구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기자실에서 가습기살균제 1차 동물흡입실험 최종 결과를 발표한 후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전병율)가 지난 2일 원인미상 폐손상 위험요인으로 가습기살균제가 추정된다고 발표한지 7개월만에 폐손상과 가습기살균제와의 최종 인과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7개월 동안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집계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만도 171명. 아직까지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공식적인 집계는 나와 있지 않은 현실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0세부터 5세까지의 영유아가 29명 사망했으며 영유아 외에도 태아 2명, 산모 7명 등 총 51명이 사망했다.

 

베이비뉴스가 함께한 지난 7개월간의 기록을 시간의 순서 따라 정리해본다.

 

프롤로그. 2011년 봄, 원인도 모르게 죽어간 산모들

 

지난해 봄, 각종 언론은 미확인 바이러스 폐질환으로 임산부들이 사망하거나 입원 중이라고 잇따라 보도했다.

 

임산부라는 특정 계층에 발병한 원인 모를 질병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고, '임산부 폐렴' 등의 별칭으로 불려지며 전국의 많은 산모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질병관리본부가 6월 발표한 중증 폐질환 환자들에 대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중증 폐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는 총 8명이며, 이 중 산모 2명이 2011년 5월 10일, 26일에 각각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 현상으로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침투 등 다양한 추측을 내놓았지만 중환자실에 입원한 산모들은 원인도 모른 채 치료할 방법도 찾지 못하고 사망했다.

 

첫 번째 달. 2011년 8월 31일, 정부 "위험요인 가습기살균제로 추정"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봄 산모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원인미상 폐손상의 위험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추정된다고 2011년 8월 밝혔다.

 

질병관리본부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A 의료기관 입원 환자 중 원인미상 폐손상 환자 정의에 부합한 18건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폐손상 발생 위험도가 47.3배 높다는 것.

 

또한 제한적으로 예비독성실험을 실시한 결과,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호흡기로 침투할 가능성도 확인했다. 더불어 정부는 정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습기살균제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국민들에게 요청했다.

 

두 번째 달. 2011년 9월, 사람 죽인다는 가습기살균제 리콜요구 빗발

 

8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 이후 시민들은 산모들을 사망에 이르게한 가습기살균제 제품명 공개를 요구했다.

 

특히 환경보건시민센터는 9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8건의 피해사례를 발표했으며 시중에 판매중인 가습기살균제를 공개하고 정부의 강제리콜을 요구했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이 2011년 9월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가습기살균제 영유아, 산모 피해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 속 제품은 아직도 시판 중인 가습기 살균제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이 2011년 9월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가습기살균제 영유아, 산모 피해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 속 제품은 아직도 시판 중인 가습기 살균제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당시 민주당 전현희 의원도 같은 달 21일 열린 국감에서 "임산부와 영유아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지목된 가습기살균제의 제조사 및 제품명을 공개하고 강제적으로 회수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법무법인 관계자 및 피해자 가족들은 같은 달 29일 서울 서초구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를 즉각적으로 회수 조치하고, 제조업체들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라"며 가습기살균제 업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은 "시중에 판매되는 가습기살균제를 수거해 동물독성흡입 실험 중이다. 관련 법조항이 없어 명확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강제리콜이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세 번째달. 2011년 10월, 알고 보니 가습기살균제 규제는 아무것도 없어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자 여러 매체에 의해 숨겨진 진실들이 드러났다.

 

특히 한 매체는 가습기살균제가 의약외품을 관리하는 식약청에도, 공산품을 관리하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도 관리 받지 않고 있음을 밝혀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습기살균제는 현재 품목이 공산품으로 돼 지식경제부 허가 난 상태도 아니었고, 보건복지부의 의약외품으로도 등재가 돼있지 않은  허가가 나 있지 않은 사각지대에 있었다. 가습기에 넣는 살균제가 인체에 그렇게 피해가 있을 거라 생각을 못한 것 같다"고 정부의 과오를 인정했다.

 

취재진은 보다 자세한 성분조사를 위해 국내연구소에 성분분석을 의뢰했지만 "가습기살균제는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에 표준물질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표준기준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네 번째 달. 2011년 11월, 일부 가습기살균제 리콜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매체를 통해 보도될수록 피해자는 더 나타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은 2011년 11월 1일 국회에서 개최한 2차 피해사례발표 및 토론회를 열고 58건의 피해사례가 공개했다. 사망자는 18명(영유아 16명)으로 늘었다.

 

특히 영유아 외에도 산모, 성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피해가 나타났으며 피해자 중 45%가 가족단위 피해자로 나타났다.

 

정부는 같은 달 11일 동물독성흡입실험에 대한 중간결과를 보고하며 일부 가습기살균제 6종에 대해 리콜을 명령했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2011년 11월 11일 질병관리본부는 위해성이 확인된 6종의 가습기살균제(사진)에 대해 수거를 명령했다. 수거 대상은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한빛화학)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용마산업)▲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용마산업사) ▲아토오가닉 가습기 살균제(에스겔화장품) ▲가습기 클린업(글로엔엠) 등 총 6종이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2011년 11월 11일 질병관리본부는 위해성이 확인된 6종의 가습기살균제(사진)에 대해 수거를 명령했다. 수거 대상은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한빛화학)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용마산업)▲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용마산업사) ▲아토오가닉 가습기 살균제(에스겔화장품) ▲가습기 클린업(글로엔엠) 등 총 6종이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9월부터 가습기살균제 3종에 대해 동물독성흡입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2종의 실험군에서 호흡이상 및 폐섬유화 현상이 나타났다.

 

문제가 된 성분은 PHMG(polyhexamethylene guanidine), PGH(Oligo(2-(2-ethoxy)ethoxyethyl guanidium chloride)으로 정부는 문제성분을 주성분으로 하는 4종의 가습기살균제를 추가해 총 6종에 대해 리콜명령을 내렸다. 또한 남은 1종에 대해서는 아직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12주 실험을 완료할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리콜 명령된 제품은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액체>(한빛화학)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상품/용마산업사)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홈플러스 PB상품/용마산업사) ▲아토오가닉 가습기 살균제(에스겔화장품) ▲가습기 클린업(코스트코 PB상품/글로엔엠) 이다.

 

그러나 정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나 대화 요구에는 입을 다물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은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국무총리 면담과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아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대표자들이 2011년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 153건의 명단과 피해대책 건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대표자들이 2011년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 153건의 명단과 피해대책 건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2011년 9월 8명으로 발표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어느 새 153명으로 늘었고, 6명이던 사망자는 43명으로 늘었다.

 

다섯 번째 달. 2011년 12월, 가습기살균제 의약외품 지정

 

2011년 12월 말 가습기살균제가 의약외품으로 지정됐다.

 

향후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자는 사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게 의약외품 제조업 신고를 하고, 생산·판매를 위한 품목허가 신청 시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자료 등을 첨부해서 심사를 받도록 했다. 이제야 정부가 가습기살균제를 제대로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

 

여섯 번째 달. 2012년 1월, 기업과 정부를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 첫 소송 제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한 첫 소송도 제기됐다.

 

법무법인(유) 정률 외 가습기살균제소송 공동대리인단은 1월 17일 가습기살균제 피해 유가족을 대신해 가습기살균제 판매업체, 제조업체, 대한민국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법무법인 정률 김석배 변호사는 “부모가 아이의 위생을 위해, 누구보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쓴 가습기살균제였는데 그것이 문제가 돼 자기 손으로 애를 죽인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큰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소송은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돼 있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보건환경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를 지닌 소송으로 다시는 이번 사건과 같이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일곱 번째 달. 2012년 2월, 1차 동물독성흡입 실험 완료. 끝 아닌 이제 시작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일 지난해 임산부와 영유아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 미상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것이라고 최종 확정했다.

 

정부는 그동안 '원인미상 폐질환'으로 불리던 해당 질환의 공식 명칭도 '가습기살균제 관련 폐손상'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중간보고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남은 가습기살균제 1종은 폐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다른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동물독성흡입실험을 2차, 3차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1차 실험완료 보고를 접한 환경보건시민단체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동물실험은 어떤 성분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확인하기 위한 보조적인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의 피해내용에 대해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보다 정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소송 공동대리인단 관계자 역시 “공정거래위원회의 형사소송 및 다른 피해자들의 연이은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제 진짜 싸움이 시작될 것이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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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go**** 2012-02-06 15:11:00
가습기
이제 더 사용할 생각이 없어요..
피해자들에

sid**** 2012-02-06 01:05:00
가습기 안쓰는게 좋은듯해요
빨래 널어놓는게 제일

jihye**** 2012-02-05 22:51:00
정말 가슴아픈 일이예요..
이런 제품은 출시되기전에 성분분석 철저히 했어야했는

luck**** 2012-02-05 07:35:00
전 사용안합니다.
ㅠㅠ 이젠 사용을 안합니다 대책이

jej**** 2012-02-05 00:07:00
넘 무섭네요~
이제 가습기 사용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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