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127조 썼는데 출산율 제자리... 무엇이 문제였나?"
"10년 동안 127조 썼는데 출산율 제자리... 무엇이 문제였나?"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7.12.1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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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위원회 출범 앞두고,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 추진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10년 동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127조 원을 썼는데 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저출산 관련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평가한 후 제대로 된 정책 방향을 수립할 수 있다. 우리의 노력은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권을 보장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이는 김상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출범에 앞서 12일 오후 2시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기존의 저출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새 정부 저출산 정책을 어떻게 전환해야 할지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오후 2시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12일 오후 2시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상희 부위원장은 “저출산은 사회 구조적 문제의 결과다. 국민들과 함께 공감하고 해결 또한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새 정부에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아빠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맥을 짚어가는구나’ 하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공동 부위원장을 맡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초저출산국가를 경험하고 있다. 40만선 출산이 무너졌고 젊은 층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이는 미래를 설계하기 어려운 사회 경제적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며 “미래 설계가 가능한 안정된 직장과 살 곳이 마련되는 기본적 생활이 보장돼야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패러다임의 획기적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명연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사회로 두 세션으로 나누어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다. 제1세션에서 박종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기존의 저출산 정책에 대한 평가’라는 주제로 발제했으며, 제2세션에서는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저출산 기본계획의 성과와 과제, 삶의 질·행복수준 향상을 통한 저출산 현상 변화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새로운 저출산 정책의 방향을 논의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2일 오후 2시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새로운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가졌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2일 오후 2시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새로운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가졌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 기존 저출산 정책, 무엇이 문제였나?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정부가 들인 노력과 투입한 예산에 비해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1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왜 효과가 없었을까.

박종서 연구위원은 “1·2차 기본계획(2006~2015)에 현재까지 집행된 3차 계획(2016~2020)을 합쳐 저출산 분야에만 122조 4000억 원이 투입됐다”며 “저출산·고령화 예산 3분의 1은 보육예산, 3분의 1은 기초연금에 들어가고 나머지 3분의 1로 200여 과제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1,2,3차 기본계획 수립에 있어 비전과 목표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하면서 3차 기본계획에 청년일자리·주거대책 문제를 의제화했다는 것을 의미 있는 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인구 규모가 곧 국가 발전이자 경제 발전이라는 1960~70년대식 발전주의 모델을 바탕으로 정책을 펼쳤다. 과거 출산 억제 정책이 현재 출산장려 정책으로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었을 뿐 전제가 달라지지 않았다”며 저출산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우리의 저출산대책이 갖고 있는 한계점을 지적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를 대상으로 가치관 조사 결과, “‘좋은 가족을 만드는 것’이 포함돼 있었으나 우리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다.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며 “가부장제가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 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목표와 정책”을 지적했다.

반면,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출산율이 낮기 때문에 지표 숫자에만 취중해 현재 정책평가 결과 실패로 보는 점이 안타까운 듯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범 전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경험을 털어놨다.

이 교수는 “당시 위원회 출범에 참모진 모두가 반대했다. 이유는 서구사회 사례를 보니 아무리 열심히 해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을 것 같아 이민정책으로 가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저출산 정책을 해서 출산율이 늘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결혼하고 출산하는데 국가가 도움을 줘야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미 위원회를 시작할 때 출산율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고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본래의 취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지난 10여 년 정책에도 불구하고 결혼 출산 및 양육을 둘러싼 거시적인 사회구조와 문화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며 “일부 영역에서는 오히려 악화됨에 따라 미시적인 출산 의사결정 및 행태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세하거나 아주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여성 패널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돌봄’에 대한 서비스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허백윤 서울신문 기자는 5살 아이가 있는 워킹맘으로 ‘독박육아’라는 책을 집필한 경험을 토대로 실질적인 돌봄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우리가 왜 애를 안 낳는지? 왜 둘째를 안 낳는지? 정부가 알고 있지 못하다. 10년 동안 정책을 봤을 때, 출산율에 집착하고 정책대상자들은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 기자는 “젊은이가 처한 현실은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둘의 힘만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 돈과 시간이 너무 부족한데 시간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다”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전 부처를 총괄해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아이 낳아 키우고 싶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선언적인 의미를 선포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바람을 전했다.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 시대의 돌봄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전제조건으로서 국가는 단순한 비용지원 역할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공공성 높은 인프라를 확충해 질 높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2일 오후 2시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어떻게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것인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가졌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2일 오후 2시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어떻게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것인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가졌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 어떻게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평등 복지국가의 자연스런 결과로서 저출산의 늪을 탈출할 수 있다고 봤다.
 
“필요조건으로서 보편적 사회보장제도와 충분조건으로서 성평등 사회와 다양한 삶의 형태가 만나면 저출산 문제의 필요충분조건인 ‘성평등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저출산 기본계획을 재구성하면, 양성평등과 보편적 사회보장제도 확대에 따른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비전으로 두고 출산율 1.5명 목표를 폐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위원회의 컨트롤 타워 기능 회복과 강화로 양적 관리차원의 인구정책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전문가 패널 사이에서도 저출산 극복을 위해 출산율 목표 폐기, 성평등 사회 구축, 현 시대에 맞는 남녀 역할 재정리, 돌봄을 강조한 복지국가 실현 등의 정책제안이 나왔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산 예산 100조 원을 넘게 썼는데 왜 그 모양이냐’라는 말씀을 많이 한다. 저는 100조 밖에 안 써서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 역시 “1.5명 출산율 목표를 폐기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 선임연구위원은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익히 알려진 아프리카 속담을 언급하며, 이는 복지국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현대 사회에서 ‘온 마을’은 복지국가라는 것. 구체적으로는 안정성이 있는 나라,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사회 안전망을 최소한 해주는 나라가 복지국가”라며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 재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을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초점을 맞춘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저출산대책의 본질은 성평등에 기초한 사회정책 추진”이라고 주장했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철희 교수의 ‘한국의 합계출산율 변화요인 분해’(2012) 논문에 따르면 1991년 이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감소가 주로 유배우 여성(배우자가 있는 여성) 비율의 감소에 의해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출산율 자체에 집중하는 정책은 합계출산율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지 못하며 유배우 비율의 감소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유배우 비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향의 정책 노력이 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슬기 KDI 국제대학원 사회학과 교수는 복지 측면에 있어 “지원도 중요하지만 고비용도 잡아야 한다. 2012년도 보건사회연구원 양육비 자료를 보면 매해 1000만 원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증가 추세를 완화하거나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최 교수는 “우리 현재 2017년 새로운 성역할의 모델, 서로 상대방에 관한 관계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마련해야한다. 예전엔 출생 성비의 문제가 컸지만 남아선호사상도 어느새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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