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정치 극복, 엄마한테 비례대표 주면 된다”
“엘리트정치 극복, 엄마한테 비례대표 주면 된다”
  • 이중삼·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1.2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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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mom)대로 정치②]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조성실·이고은 공동대표 인터뷰

【베이비뉴스 이중삼·권현경 기자】

육아에 대한 사회의 책임이 점점 강조되면서 ‘엄마정치’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맘(mom)대로 정치’ 기획을 통해, 일상의 문제를 정치로 해결해나가는 당당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 기자 말

<기사 싣는 순서>
① “선거 때만 엄마들 표 달라… 선거 끝나면 유령 신세”
② “엘리트정치 극복, 엄마한테 비례대표 주면 된다”
③ “살림하던 여자들이 뭘 알아?”라는 말 안 들으려면…
④ 걸림돌도 분명하지만… “엄마정치의 발전은 필연”

지난 1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조성실·이고은 세 공동대표를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올해 주력할 분야, 그리고 엄마정치의 미래까지 이야기 나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정치하는엄마들’ 이고은·조성실·장하나(왼쪽부터) 세 공동대표를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올해 주력할 분야, 그리고 엄마정치의 미래까지 이야기 나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당은) 당사자가 정치할 수 있게 엄마한테 비례대표 주면 됩니다. 기초의원이든 뭐든.”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 공동대표는 ‘엄마정치 플랫폼을 위해 기존 정당이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조성실 공동대표는 “직업으로 하는 엄마 정치인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엄마라는 직업에 월급을 준다거나 업을 정치로 가져가는 게 필요해요”라고 덧붙였다.

엄마들의 직접 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해 6월 11일 창립과 동시에 국회 앞에서 ‘칼퇴근법 촉구’ 기자회견, ‘광화문 1번가’ 정책 제안,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집단휴업 우려 기자회견 등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동안 ‘진짜 엄마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는 단체가 없었던 터라 짧은 시간 내 큰 관심을 받았고 2018년 활동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조성실·이고은 세 공동대표를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올해 주력할 분야, 그리고 엄마정치의 미래까지, 세 시간 넘게 뜨겁게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그림자였던 엄마가 강력한 유권자다!”

Q. 창립 당시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보육 문제와 노동 문제를 꼽으셨습니다. 지난 활동을 평가해보면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이고은(이하 이): “우리 단체가 제시하는 의제들이 시대적 화두랑 잘 맞았던 운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정부가 바뀐 것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엄마들의 독박육아, 경력단절, 아이 키우는 어려움 등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에 부응해 우리 단체가 만들어진 것도 있고요. 시급한 문제로 꼽았던 보육·노동과 관련해선 실질적으로 문재인 정부 대선공약이기도 해요. 국공립어린이집 40% 이용률 확대, 노동시간 단축 등 정부가 이행해가는 과정에 채찍질하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의 성과랄까요(웃음). 시대적인 흐름과 맞물려 우리 목소리도 어느 정도 견인하지 않았나 하고 자평해봅니다.”

조성실(이하 조): “지난 촛불을 경험하면서 우리의 일상적인 참여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시대적 흐름을 같이해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동안 조직화 돼 있지 않아 그림자처럼 존재했던 엄마들이 누구보다 강력한 유권자라는 것을 실력을 행사하는 기제로 작용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책 테이블 참여도 중요하지만, 상징적 의미도 있다고 봐요. 그리고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는 게 만족할 만한 성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떠세요?

조: “보육·노동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학회, 토론회, 부처 TF 회의 등 참여 제안을 많이 해주셨어요. 아쉬운 점은 ‘원하는 것에 한해 답을 주세요’, ‘엄마들만 줄 수 있는 깨알 같은 아이디어를 주세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그 말은 결국 엄마들에게서 본질적인 정책 제안이 나올 수 없다고 한계를 긋고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딱 그 수준까지만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하나(이하 장): “절반 여성이 경력단절을 당하고 있는데 교사, 공무원,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계속 일을 해요. ‘육아기 단축 근로 하자’는 건 공무원들 아이디어에요. 해보니까 자기들 입장에서 단축 근로만 하면 되겠거든요. 지금도 양극화가 심한데 다 누리고 있는 위에 있는 사람만 올라가면 차이가 더 벌어져요. 상위 50%와 하위 50%는 분단 상황입니다. 이제는 보육과 노동은 하위 50%를 줄여 격차를 줄여야 해요. ‘일반기업에 다니는 여성들 육아휴직 이용률이 35%인데 이걸 어떻게 50%까지 올릴까’, ‘노동문제는 여성들이 어떻게 경력단절을 안 할 것인가’ 이게 저출산 극복에서도 키(key)입니다.”

‘정치하는엄마들’ 이고은·조성실·장하나(왼쪽부터) 세 공동대표는 '2018년 주력할 사업'으로 EBS 국정감사·맘충 여성혐오 금지법·비리 유치원·어린이집 명단공개 등을 꼽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치하는엄마들’ 이고은·조성실·장하나(왼쪽부터) 세 공동대표는 '2018년 주력할 사업'으로 EBS 국정감사·맘충 여성혐오 금지법·비리 유치원·어린이집 명단공개 등을 꼽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EBS 국정감사·맘충 여성혐오 금지법·비리 유치원·어린이집 명단공개”

Q. 2018년 계획하고 있는 가장 주력할 분야와 활동을 꼽아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장: “비리 유치원·어린이집 명단 공개요. 지난해 경기도와 국무조정실에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를 요청했는데 못 준다고 했어요. 전수조사가 아닌 특정감사라 불평등해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17개 시·도교육청에 유치원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하라 했지만 안 주고 있어요. 또 부당해고는 공소시효가 없어요. 엄마들의 경력단절, 말이 좋아 경력단절이지 부당해고입니다. 특정 회사는 임신하면 사직해야한다는 동의서를 쓰는 경우도 있고요, 관둔지 오래된 엄마들은 입증이 힘들겠지만, 당시 직장동료들 통해 ‘당시 여직원에 대한 압력이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해 여러 사람 중에 한 사람만 이겨서 복직하게 되거나 보상받게 돼도 사회적 파장이 클 겁니다.”

이: “맘충 여성혐오 금지법 팀이 있어요. 해외 법안 사례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처벌의 목적보다는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을 환기하고 문화적 배경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 등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 “EBS 국정감사 해야 해요. 지난해 국정감사 때 자료 요청 다 해놓고 교문위에 다른 이슈가 있어 제대로 안 됐어요. 영유아가 시청하는 콘텐츠에 대한 심의가 거의 없어 반드시 필요합니다. 7세 이상 관람가로 나오는 만화가 폭력이 난무하고, 여성의 몸이 너무 굴절돼서 표현되기도 해요.”

장: “EBS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터닝메카드, 공룡메카드 등 상품화, 제품화를 예고하는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어요. 프로그램 내 성역할을 왜곡하고 상품화 하는 것 또한 문제 제기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을 소비자로, 엄마를 ‘호갱님’으로 보고 있어요. EBS는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다른 회사랑 EBS가 똑같으면 안 되죠.”

장하나 공동대표는 "엄마 입장, 국회의원들은 몰라요, 각자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장하나 공동대표는 "엄마 입장, 국회의원들은 몰라요, 각자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엄마 입장, 국회의원들은 몰라…각자 정치를 해야 한다”

Q. 정관을 보면 창립 배경에 우리 사회가 돌봄과 살림을 사사로운 일로 치부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셨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돌봄의 가치를 높일 방법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장: “엄마도 4대 보험 들어주고, 배우자 수입의 절반을 주는 겁니다. 결국,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되니까 엄마들의 노동이 가치로 증빙됐으면 좋겠어요. 결국에는 물적으로 남아야 바뀝니다. 엄마가 직업으로 인정받아야 해요.”

조: “개헌에 돌봄권 신설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생애 주기별 돌볼 권리가 있어요. 헌법에 국가의 의무를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중년여성들이 돌봄 의무를 하고 있으니 직업으로 증빙해 연금이나 보조금 형태로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거죠.”

Q. 정치하는엄마들은 회원들의 직접 정치를 목적으로 공표하고 있습니다. 엄마들이 ‘정치’라는 단어에 낯설어하거나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장: “정관에서부터 직접 정치를 명시했고 동의하신 분들이 모여 거부감 같은 건 없어요. 엄마들은 강제로 집에 감금돼 있습니다. 우리 입장을 국회의원들은 몰라요. 20대 국회 국회의원 평균연령 55.5세, 남성 비율 83%, 평균 재산은 41억 원입니다. 일부러 배제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을 모르는 거예요. 학생은 학생정치, 엄마는 엄마정치, 각자 정치를 해야 합니다. 자기 정치를 하지 않으면 절대 알아서 해주지 않아요.”

Q. 엄마정치 플랫폼을 위해 기존 정당이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라나요?

조: “엄마들이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혼자 싸우면 어렵겠지만 이슈가 터졌을 때 같이 반응할 단체와 호흡을 맞춰가는 정치인이 나오지 않으면 전력할 수 없어요. 엄마라는 직업에 월급을 준다거나 업을 정치로 가져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 “엘리트들의 밀실 정치가 아닌 당사자 정치를 하자는 겁니다. 정당에서 엄마한테 비례대표 주면 됩니다. 기초의원이든 뭐든. 그게 최선의 배려입니다.” 

이고은, 조성실 공동대표(왼쪽부터). 조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 만드는 노력에 100점 만점에 60점 줬다. 이유는 ‘광화문 1번가’ 정책 제안을 했을 때 느낀 점이 실익이 없었다는 것.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고은, 조성실 공동대표(왼쪽부터). 조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 만드는 노력에 100점 만점에 60점 줬다. 이유는 ‘광화문 1번가’ 정책 제안을 했을 때 느낀 점이 실익이 없었다는 것.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우리의 목표는 직접 하는 진짜 엄마 정치인”

Q.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자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이나 줄 수 있을까요?

이: “70점. 성과 내기 좋은 정책을 패키지처럼 펴 놓은 모습이 당장 여론 환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책 수혜자들은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림의 떡인 정책만 펼치고 있죠.”

조: “60점. ‘광화문 1번가’ 정책 제안을 했을 때 느낀 점이 실익이 없다는 겁니다. 시도도 좋고 결과도 좋아지려면 당사자들이 발언하고 결정권을 나눠 가져야 합니다. 시나 보건복지부에 갔을 때 ‘깨알 같은 아이디어 주세요’는 참여는 시키지만, 결정권은 우리가 가질 게 였어요.”

장: “30점! 잘한 것도 아동수당, 못한 것도 아동수당. 엄마들과 아이들에게 1조 원 이상을 쓰면서 가치 있게 쓸 수 있는데 생색만 냅니다. 물론 안 쓰는 것보다 1조 원이라도 쓴 것은 좋아요. 그러나 가장 낭비하는 방식으로 썼다는 겁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할 일이 많은데 현금 10만 원 지원으로.”

Q.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가지로 나오고 있습니다. 여성과 엄마를 위한 개헌,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까요?

장: “1~2월 모임에 ‘엄마가 직접 쓰는 개헌안’을 난상토론 해서 쓰려고 해요. 여성단체연합에서 내놓은 개헌안과 정부 개헌안 참고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여러 채널로 의견을 받고 있어요. 모성보호라는 말이 없어져야 되고 국가가 아이들을 책임지는 게 필요해요. ‘아동권, 돌봄권, 성평등(양성평등 아닌 성소수자 포함)’을 포함해 지엽적이지 않으면서 일·가정 양립을 포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Q. 지방선거가 반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계획이 있으신가요?

장: “각 선거 캠프에서 저희가 요구하는 정책들을 채택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한유총 표보다 엄마들의 표가 많아요. 엄마들 눈으로 후보자들을 평가할 수 있도록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주고 싶고요, 저희 목표는 향후 선거에서 직접 진짜 엄마 정치인을 배출하는 겁니다. 당사자, 엄마 정치인을 만드는 것이요.”

Q. ‘엄마’를 주인공으로 하는 정치적 움직임은 시작 단계라 볼 수 있습니다. 엄마정치의 최대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조: “가정 내 민주화. 인식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가정 내 불평등해요. 직장에 다니고 있지 않으면 책무가 집안일, 아이돌보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이에요. (정치에) 참여하는데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게 가정 내 민주화예요. 가장 어려운 과제입니다. 어떤 회원들은 내가 이것(가정)을 뚫고 나가는 게 가장 큰 승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장: “엄마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엄마 스스로 생각하는 게 필요합니다. 혼자서는 힘들어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싸우고 말할 수 있습니다. 행복추구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해요. 내가 안 바뀌면 세상이 안 바뀝니다.”

Q.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정치란?” 한 문장의 짧은 정의 부탁드립니다.

이: “엄마에게 정치란, 나와 내 아이의 삶을 바꾸는 최소한의 사회적 행동이다.”

장: “엄마에게 정치란… 쿠폰북. 모두 유권자고 참정권이 있는데 최고의 쿠폰북을 소소한 할인은 열심히 찾아 쓰면서 좋은 것은 묵혀두고 안 쓰는 것 같아요.”

조: “엄마에게 정치란 삶이다. 엄마들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모든 문제가 결국 정치적인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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