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서울시 강서구에 사는 직장맘 A 씨는 만 3세 자녀가 다니고 있던 민간어린이집이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된다며 2월까지만 운영하니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큰 고민에 빠졌다.
A 씨는 11월 경 해당 어린이집이 2월까지 운영하고 폐원한다는 얘기를 다른 학부모를 통해 들었고 “안내문과 같은 문서로 공지를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폐원 이유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라는데 기존에 다니던 원아를 우선적으로 배치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40% 확대. 민간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 절차와 진행에 문제는 없을까. 베이비뉴스 취재 결과, 민간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 시 사실상 매뉴얼이 없으며 전환 과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기존 원생이 보고 있었다.
◇ 기존 어린이집 영유아 전원조치, 누가 책임지나?
해당 어린이집 관할 구청 담당자는 베이비뉴스와의 통화에서 '민간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에는 여러 경우의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해당 어린이집의 경우, 원장이 개인 사정으로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기로 결정한 상황이라 2월까지만 운영해달라고 구에서 부탁했다. 해당 지역은 어린이집 수요가 많아 시에서 어린이집을 매입한 것인데 환경이 국공립어린이집에 적합하지 않아 신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축하는데 최소 1년 정도 기간이 소요될 예정이라 기존 원생을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존 원생 학부모들에게 어떻게 공지를 했는지’, ‘원생 전원조치는 어떻게 되는지’ 묻자, 강서구 관계자는 “구에서는 (어린이집의) 폐지계획서와 전원조치 계획서를 받았고, 어린이집 학부모운영위원회를 통해 내용이 다 전달돼 무리 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설명이 필요하면 직접 가 학부모들에게 설명하겠다고 했는데 더 요구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운영위원회에서 어린이집 신축이 끝나면 기존 다니던 원생을 우선적으로 배치해달라는 요구를 했고, 명단은 다 확보하고 있으니 그렇게 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A 씨는 “어린이집으로부터 폐지 안내를 비롯해 완공 후, 기존 원생 우선 배치 등 어떤 설명도 직접 듣지 못했다. 국공립으로 전환된다면서 학부모에게 이렇게 아무런 안내도 없고 소문으로만 들어야 하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2018 보육사업 안내 지침에 따르면, 어린이집을 폐지하거나 일정 기간 운영을 중단하려는 자는 폐지 또는 휴지 2개월 전까지 어린이집 폐지·휴지·재개 신고서와 보육 영유아에 대한 전원조치 계획서 등을 의무 제출해야 한다.
유의사항에 폐지 또는 휴지 사실을 2개월 전까지 보육교직원 및 부모 등 보호자에게 사전 고지해야하고 신고를 받은 해당 지자체는 보육 영유아에 대한 전원조치가 이뤄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 “국공립 전환에 따른 매뉴얼 따로 없어”
그동안 강서구 측과 해당 어린이집은 기존 원생의 전원조치에 손을 놓고 있다가 베이비뉴스가 취재에 들어가자, 강서구 관계자는 현재 전원조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이후 강서구 관계자는 “30명 원아 중, 8명이 졸업예정이고 22명은 옮길 곳이 확정된 것으로 확인했다. 연락처를 파악해 직접 학부모들과 통화해 보겠다”고 전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전원조치와 관련한 ‘구청과 해당 어린이집의 역할’에 대해 “인근 어린이집 티오(TO, 규정에 따라 정한 수)를 안내하고 있다. 자리가 없는 곳에 억지로 아이들을 맡아달라고 강요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정원이 다 찬 곳을 정원을 늘릴 수도 없고 입소대기 순번도 다 있는데…”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전원조치 계획서대로 잘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구에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원장을 통해 문제없이 (전원조치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원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매입을 취소하거나 중단할 수 있고 이 점은 원장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공립 전환 시, 기존 원아에 우선권을 주라는 법령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국공립 전환 관련 담당자는 베이비뉴스와 통화에서 “서울시는 민간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 시, 기존 원생을 다 수용하는 것을 방침으로 하고 있다. (국공립) 전환하면서 규모를 축소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다니던 아이들에게 피해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민간어린이집에서 국공립으로 전환되면, 기존 교사와 원생을 승계하는 것으로 안다. 폐원, 신축 등으로 인해 전원조치가 필요한 경우, 원칙적으로 해당 어린이집 원장이 계획한 전원조치 계획서대로 실행에 옮기고, 지자체는 이행 여부를 지도 점검해야한다”고 말했다.
영유아보육법에는 사실상 전원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처벌이나 입소대기에 우선권을 주는 것을 규정하는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