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를 70년대 가족계획처럼 접근… 정책실패”
“저출산 문제를 70년대 가족계획처럼 접근… 정책실패”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4.0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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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참여연대 ‘탈산업화 시대, 한국 사회복지의 과제’ 포럼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지난 6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 공동기획 포럼 ‘탈산업화 시대, 한국 사회복지의 과제’의 다섯 번째 포럼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6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 공동기획 포럼 ‘탈산업화 시대, 한국 사회복지의 과제’의 다섯 번째 포럼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의 출산율은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낮아지는 중입니다. 출산장려에서 삶의 질 개선으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초래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가 됐습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강조한 것은 결국 ‘복지’였다. 지난 6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참여연대-비판과대안을위한사회복지학회 공동기획 포럼. ‘탈산업화 시대, 한국 사회복지의 과제 - 소득보장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리는 연속 포럼의 다섯 번째 시간이었다.

‘저출산 현상, 인구문제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마련된 이번 포럼에서, 윤 교수는 ‘출산과 양육의 권리를 가로막는 한국 복지체제의 유산’에 대해 발제했다. 포럼의 사회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맡았다. 학계를 중심으로 모두 3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자리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과 양육의 권리를 가로막는 한국 복지체제의 유산’에 대해 발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과 양육의 권리를 가로막는 한국 복지체제의 유산’에 대해 발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외국은 합계출산율 반등… 한국은 이론적 설명 못할 수준”

윤 교수는 몇 가지 그래프를 보여주는 것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우선 ‘OECD 29개국 여성 첫 자녀 출산연령과 합계출산율’. 한국은 합계출산율은 가장 낮고 첫 자녀 출산연령은 가장 높았다. 두 번째 ‘OECD 29개국 GDP 대비 사회지출과 합계출산율’에서도 한국은 합계출산율과 GDP 대비 사회지출 모두 가장 낮았다.

하지만 두 그래프 모두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분포에서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밖에 ‘OECD GDP 대비 가족에 대한 지출과 합계출산율’, ‘OECD 상대빈곤율과 합계출산율’ 등의 그래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윤 교수는 “합계출산율과 각종 사회 지표는 단순 상관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저출산은 결국 개별변수로 설명할 수 없는 총체성의 문제”라며, “출산장려에서 삶의 질 개선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은 사람들의 기대가 삶에서 발현되는 것이 가장 낮은 국가”라며, “아이를 낳고 싶은데 낳지 못하게 하는 문제를 제거해주는 것, 즉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초래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곧 “한국 복지체제의 문제”라는 것이다.

윤 교수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로 ‘불평등’ 문제를 가장 먼저 꼽았다.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고, 상위 10% 계층의 소득은 늘어나는 데 반해 하위 70% 계층과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도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2011~2015년 부분적으로 개선된 뒤 다시 증가했다. 성별 불평등을 나타내는 ‘유리천장지수’도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윤 교수는 “다른 나라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에 합계출산율이 반등했지만 한국은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낮아지는 중”이라며, “내년은 굉장히 충격적인 숫자가 나올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총체적인 삶의 질 저하의 결과로서 초저출산이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 복지체제의 유산인 역진적 선별주의 복지체제가 삶의 질 저하와 불평등의 증가로 개인의 출산권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서 ‘삶의질위원회’를 제안한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토론자로 나서 ‘삶의질위원회’를 제안한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역진적 선별주의 복지체제, 삶의 질 저하로 출산 가로막아”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윤 교수는 “소득을 높이는 정책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가 많아지고 내수가 진작된다는 말이 한국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실제로 최근 10년간 모든 계층에서 소비가 줄었고 소득이 생기면 우선 부동산 부채를 갚는 데 썼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의 대안은 “복지체제의 보편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장하는 제3경로”였다. 윤 교수는 “성평등, 계급·계층 평등, 보편적 복지국가 등의 조건 중 한국이 갖고 있는 조건은 아무것도 없다”고 전제하고, “취약계층을 시작으로 복지의 보편성을 확대하되, 개개인의 개별화된 욕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과 같이 후후발산업국의 후기산업사회 복지확대 전략으로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아니라 삶의질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석 교수는 “그동안 저출산 문제를 70~80년대 가족계획처럼 개별가정의 출산계획으로 접근한 것은 본질을 파악 못한 정책실패”라며, “저출산은 우리 사회의 딜레마의 표출”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석 교수는 “삶의 질 자체가 출산을 가로막는 문제라기보다는 미래에도 총체적 삶의 질이 개선될 희망이 없다는 ‘희망 없는 미래’가 더 큰 문제일 것”이라며, “노력과 미래의 삶이 비례하지 않는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 무기력함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마지막으로 석 교수는 기업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주문했다. 석 교수는 “지속가능한 생태적 관점에서 저출산 문제를 기업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기업도 지속가능성을 위해 내부로 눈을 돌리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봤다. 또한 “사람을 귀하게 생각하는 사회문화적 변혁이 필요하다”며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개혁 운동이 저변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시민사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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