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학대 피해아동이 치료·보상 위해 직접 기관 찾아다니는 구조 문제"
“성학대 피해아동이 치료·보상 위해 직접 기관 찾아다니는 구조 문제"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4.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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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학대 피해아동의 지원을 위한 정책적 대안 세미나 주요 내용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학대 피해아동의 지원을 위한 정책적 대안’ 학술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학대 피해아동의 지원을 위한 정책적 대안’ 학술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성학대 피해아동이 사건 직후, 치료 또는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직접 각각 기관을 찾아다니며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신청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원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까다로운 지원규정으로 분명한 성학대 피해임에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피해아동과 부모는 그 상태로 지원받는 것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지난 20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학대 피해아동의 지원을 위한 정책적 대안’ 학술세미나에서 ‘성학대 피해아동의 외상치유를 위한 전문적 지원체계 구축에 관한 소고’라는 주제 발표를 맡은 임예윤(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씨의 말이다. 임 씨는 사회복지학과(학사), 법학(석사)을 전공했으며 서울서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피해자 지원 업무를 2년 6개월 맡은 경험이 있다. 이론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성학대 피해아동의 지원을 위한 연구를 통해 여러 대안을 제안했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미투(#Me Too)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아동 성폭력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피해아동의 처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날 열린 학술세미나는 한국아동보호학회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 강동구갑)이 주최하고,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와 무궁화복지월드가 주관한 자리로 ‘성학대 피해아동의 외상치유를 위한 전문적 지원체계 구축’과 ‘성학대 피해아동의 처우에 관한 개선방안’ 등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대안 마련에 나섰다.

임 씨는 “(아동 성폭력은) 사건 자체로도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보지만 이후 언론보도나 수사과정에서의 2차 피해를 겪기도 한다”면서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 아동기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성인이 경계선 성격장애나 우울증, 성적 장애, 자아정체감 혼란 등 다양한 정신적 후유증을 경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전문적인 지원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성학대 피해아동, 정서와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 성인기까지 지속”

주제 발표를 맡은 임예윤(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씨는 아동기 성학대 피해는 아동에게 외상으로 누적돼 성 개념이나 성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는 성인까지 지속된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주제 발표를 맡은 임예윤(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씨는 아동기 성학대 피해는 아동에게 외상으로 누적돼 성 개념이나 성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는 성인까지 지속된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성폭력 범죄로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 중 아동 피해자에게는 아동학대의 한 유형으로서 ‘성학대’라고 지칭한다. 아동 성학대는 자기보호 능력과 성적 결정 능력이 없는 아동을 성적활동에 개입시키는 모든 행위를 말하며 그 유형은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부터 강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임예윤 씨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성학대 피해아동 성별은 여아가 93.4%, 남아가 6.6%로 여아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는 13세 미만에서 1229명, 13세~20세는 7319명으로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성학대에 노출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성폭력범죄 유형에는 아동의 경우, 강제추행이 76.7%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강간/간음으로 15.2% 차지했다”고 전했다.

성학대는 피해자의 경우, 어려서 학대 행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신고할 능력이 없어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사건이 가정 내 친부, 의붓아버지, 오빠, 삼촌 등 친척관계에서 발생해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의 특수한 관계로 피해의 중대성과 높은 발생빈도에도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임예윤 씨는 “아동기 성학대 피해는 아동에게 외상으로 누적돼 성 개념이나 성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외상 후유증으로 아동기에는 분노조절의 어려움이나 공격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청소년기에는 가출이나 약물과 같은 공격성, 품행 문제 등의 문제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동의 정서와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은 성인기까지 지속 된다”고 강조했다.

◇ “피해 아동이 직접 각 기관 찾아다니며 신청해야”

김봉수 김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성학대 피해아동의 처우에 관한 개선방안-학대전담경찰관의 전문 집단면접을 중점으로' 발표 장면.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봉수 김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성학대 피해아동의 처우에 관한 개선방안-학대전담경찰관의 전문 집단면접을 중점으로' 발표 장면.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현재 성학대 피해아동과 그 가족에게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여성가족부의 성폭력상담소, 해바라기센터, 법무부에서 위탁한 스마일센터, 검찰청에 설치된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있다.

임예윤 씨는 “여러 기관에서 범죄피해 회복을 돕기 위해 활동을 하고 있으나 각 주체 간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지원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성학대 피해아동이 치료나 보상을 받기 위해선, “직접 각각 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신청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까다로운 지원규정으로 지원을 포기하기도 하고 명확한 입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사절차와 동일하게 반복 진술의 문제점도 발생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피해아동은 2차 피해 노출 위험이 있고, 지원 받으면서도 외상을 경험하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는 것이다.

임 씨는 “검찰에서 증거보강을 위한 진술 등 여전히 반복진술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수사절차에서 실무자의 이해 부족으로 2차 피해를 경험하기도 한다”며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에 관한 질문을 받거나 취조하듯 무례한 대접을 받아 상처를 받기도 하고, 가족이 범인인 것처럼 의심해 심문당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 “성학대 피해 아동 지원 위한 코디네이터 배치 제안”

송귀채 서울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총장은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아동·청소년의 친권자나 후견인인 경우 법원에 친권상실선고 심판청구나 후견인 변경을 반드시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송귀채 서울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총장은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아동·청소년의 친권자나 후견인인 경우 법원에 친권상실선고 심판청구나 후견인 변경을 반드시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임예윤 씨는 ▲코디네이터 배치 ▲방문상담 확대 ▲지역사회 내 공동 네트워크 구축 ▲성학대 피해의 중상해 인정을 위한 심의기준 마련 ▲가족 지원 확대를 제안했다.

코디네이터는 성학대 피해아동의 수사과정부터 지원까지 피해아동을 전담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으로 1차적으로 피해아동과 가족을 만나 피해사실을 명확하게 조사해 피해아동에게 수사 관련 정보나 지원정보를 제공하고, 피해아동과 가족을 면접해 필요한 지원기관으로 연계한다. 전담 코디네이터를 통해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아동이 없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임 씨의 설명이다.

아울러 방문상담 확대로 지원제도의 접근성 향상과 피해아동과 가족의 심리적 안정을 도울 수 있을 것이고, 지역사회 내 공동 네트워크 구축은 사건 관련 정보 교류로 필요한 서비스가 누락되거나 중복수혜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중상해 심의기준 마련과 관련해, “2015년 처음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 피해자에게 구조금이 지급된 바 있으나 정신적 상해에 대해선 보편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신적 피해로 인한 상처는 매우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치료가 되지 않을 경우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므로 정신적 피해를 중상해로 인정해 구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기준이 개선되면 치료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고 보다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에 대한 지원이 소홀히 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아동의 가족이 아동의 치료나 지원과정에서 직장을 읽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피해아동 가족에 대한 생계비, 학자금, 주거비 등의 경제적 지원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며 “이 외에도 심리상담과 치료, 직업훈련, 취업연계 등 취업지원에 대해서도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성학대 피해아동의 외상 치유를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체계는 가족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제안에 대해 송귀채 서울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총장은 토론에서 “성학대 아동에 대한 별도의 자격을 갖춘 코디네이터가 운영돼야 한다는 것인지, 이러한 상담시설 내의 지정 코디네이터가 운용돼야 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대안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 소견으로는 이런 관련 시설 내의 코디네이터가 운영된다면 보다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성학대 피해의 정신적 외상에 대한 중상해 기준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한편, 송귀채 사무총장은 “친족에 의한 성학대 아동의 경우, 가해자와 영구적으로 분리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 수밖에 없고 회복도 어렵다”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는 피해자의 근친 또는 이해관계인의 의사에 따라 그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아동·청소년의 친권자나 후견인인 경우 법원에 친권상실선고 심판청구나 후견인 변경을 반드시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사무총장은 “현행 법률구조법에 따르면, 법률구조사업을 수행할 때 범죄피해자를 법률적으로 보호·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친권상실 심판청구나 후견인 변경청구가 검사의 임의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므로 과중한 업무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검사가 스스로 이런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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