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위기 어린이집을 초등 방과후 돌봄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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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7.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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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3차 육아정책 심포지엄 ‘지역사회 중심 돌봄체계 구축의 쟁점과 과제’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우리는 저출산 정책을 펴면서 ‘돈을 지급하면 아이를 낳을 것이다’라는 착각 속에 빠져 살아왔다. 이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할 시점에 놓여 있다. 아이를 존중하고, 양육에 대한 책임을 마을공동체가 함께 나눠야 하는 것이다.” (정영모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 교수)

‘지역 중심 돌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18일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2018년 제3차 육아정책 심포지엄이 열렸다. ‘초저출산 시대 육아정책의 패러다임 전환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연중 이어지는 심포지엄. 이날 열린 세 번째 토론의 주제는 ‘지역사회 중심 돌봄체계 구축의 쟁점과 과제’였다.

토론은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주제발표를 통해 ▲성북구 아동청소년 통합 돌봄망 구축 기본계획 ▲예술인자녀 시간제돌봄사업 ▲세종시 공동육아나눔터 및 가족품앗이 사업의 운영 사례를 공유하고, 그에 대한 평가와 그밖에 지역사회 중심 돌봄체계 구축에 필요한 여러 의견들을 나눴다.

18일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지역사회 중심 돌봄체계 구축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2018년 제3차 육아정책 심포지엄이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8일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지역사회 중심 돌봄체계 구축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2018년 제3차 육아정책 심포지엄이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아이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운동장 ‘울타리 돌봄’

박영주 성북아동청소년센터장이 발표한 성북구 아동청소년 통합 돌봄망 구축 기본계획은 초등 온종일 돌봄의 수요를 시간대별로 예측해서 아동·마을·생활권 중심의 돌봄시설 통합 운영 모델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울타리 돌봄’이다. 학교 교실이나 지역아동센터와 같이 주로 실내 공간에서 이뤄진 방과후 돌봄의 공간을 확장했다. ‘학교 울타리 안은 모두 돌봄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체육관과 운동장 등을 활용하고, 놀이큐레이터와 안전요원을 배치해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아동의 생활권 안에 돌봄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 영유아 수 감소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집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제시됐다. 공급초과로 폐업 위기에 처한 어린이집을 지역아동센터·온종일키움센터·다함께돌봄센터로 전환해 접근성과 돌봄 수요를 충족한다는 아이디어다.

토론자인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성북구의 울타리 돌봄 정책에 대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학교 운동장·체육관 사용에 관한 제안은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었다”며, “안전문제 해결 방안으로 안전요원 배치 및 놀이큐레이터 배치 등에 관한 사업계획과 실현은 선도적”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최효미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돌봄서비스 수요를 시간대별로 예측해 어떤 시간에 이용하고자 하더라도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축사를 맡은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시설보육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필요와 욕구에 맞춰서 정책을 세우는 게 오늘 집중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축사를 맡은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은 “시설보육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필요와 욕구에 맞춰서 정책을 세우는 게 오늘 집중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주말·휴일에 일하는 예술인들은 어디에 아이를 맡길까?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윤경아 YMCA 서울아가야 대표는 ‘부모의 작업환경에 따른 수요 대응 : 예술인자녀 시간제돌봄사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YMCA 서울아가야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휴일 등으로 활동시간이 다양한 예술인 부모들을 위해 서울 대학로와 망원동 두 곳에서 시간제 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생후 24개월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평일은 물론 주말과 휴일까지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연령통합·놀이중심 프로그램과 예술인 부모교육 등으로 호평받고 있다. 예술인들이 많이 활동하는 대학로와, 그들이 많이 모여 사는 망원동의 지역 특성을 살린 ‘틈새 보육’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정림 연구위원은 “예술인이라는 직업 특성을 고려하고 부모가 가진 재능과 인프라를 활용하는 독창적인 운영 방식은 앞으로 특정 직업군이 모여 있는 곳의 돌봄 사업에 좋은 예시가 될 것”이라며, 정서발달과 놀이중심의 돌봄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건강하고 건전한 영유아 발달의 지향점”이라고 높이 샀다.

다만 “시간제 돌봄센터 운영에 관한 법적 기준이 없어 제1호 예술인자녀 시간제돌봄센터인 반디돌봄센터가 문을 닫을 위기에까지 처해진 점을 고려할 때,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최효미 부연구위원은 “우수한 민관 협력 모형”으로 예술인자녀 시간제돌봄사업을 주목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시범사업으로 예산을 지원하지만 민간이 매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토론자인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지기도 했다. 예술인자녀 시간제돌봄사업은 “틈새를 잘 보완하는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지만, “돌봄의 틈새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기존 사업 속에 포함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러한 틈새는 지역사회에서 해결해줘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2017년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다함께돌봄사업’에도 이러한 일시·긴급돌봄이 모두 포함돼 있어 아마도 다함께돌봄이 확산되면 예술인자녀 돌봄사업도 이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사회 내 돌봄사업 간 연계 부족으로 유사·중복 문제와 돌봄 사각지대 문제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사회 내 돌봄사업 간 연계 부족으로 유사·중복 문제와 돌봄 사각지대 문제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탈가족화 돌봄은 아이 ‘사육’… 가족화 정책과 같이 가야”

마지막 발표를 맡은 김하진 세종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팀장은 ‘세종시 공동육아나눔터 및 가족품앗이 소개’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세종시는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도시. 원주민보다 이주민이 많고, 젊은 세대가 많다는 지역적 특성이 있다. 현재 일곱 곳의 공동육아나눔터가 운영되고 있다.

공동육아 모임인 가족품앗이는 2018년 현재 24개. 모두 290명의 부모와 자녀들이 품앗이 모임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고 있다. 가족품앗이 활동에 참여한 연인원은 2015년 1700여 명에서 2017년 360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김하진 팀장은 “가족품앗이 사업에 대한 수요가 많아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부터 실시한 아버지 참여 프로그램 ‘대디데이(Daddy day)’ 사업의 인기는 폭발적”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인 정영모 교수는 세종시의 공동육아나눔터 운영 사례가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부모들이 함께 모여 육아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식을 느끼게 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또한 정 교수는 “가족 간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결합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진정한 부모로서 성장해갈 수 있도록 부모와 아이를 함께 지원하는 특징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돌봄정책은 가족화 정책하고 같이 가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보육시설 위주의 탈(脫)가족화 정책은 아이를 부모하고 분리시킨다. 좀 속되게 이야기하면 사육하는 거다. 초등학교에 가보면 아침돌봄부터 시작해서 밤 10시까지 있는 애들이 있다. (가족화 정책을)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안에 굉장히 큰 사회적 비용으로 다가올 거다. 양육에 대한 주제에서 가족에 대한 주제로 끌어가야 한다.” (정영모)

정영모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 교수는 “지금까지 해온 보육시설 위주의 탈(脫)가족화 정책은 아이를 부모하고 분리시킨다”고 비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영모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 교수는 “지금까지 해온 보육시설 위주의 탈(脫)가족화 정책은 아이를 부모하고 분리시킨다”고 비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지역별 특징 살려 ‘다르게’ 부처 간 벽 없애 ‘같게’

그밖에도 토론자들은 지역에 따라 개별적인 특성들을 돌봄정책에 ‘다르게’ 반영하되, 부처별로 제각각인 지원사업이나 가이드라인, 데이터베이스 등은 ‘같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교수는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다함께돌봄사업, 교육부의 방과후학교·초등돌봄교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아이돌봄서비스·공동육아나눔터 등 돌봄사업이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돌봄사업 간 연계 부족으로 유사·중복 문제와 돌봄 사각지대 문제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런 의미에서 “연계협력 강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첫 단계로서 중복의 가능성이 높은 초등돌봄교실, 지역아동센터, 방과후아카데미 등의 돌봄서비스를 총칭할 수 있는 명칭의 통일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일률적이지 못한 현재 각 부처별 돌봄서비스의 내용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해 각 부처의 돌봄사업이 일정 수준 이상 유사한 내용으로 제공되도록 서비스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돌봄서비스에 대한 통합 DB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지역사회 내 연계 및 사각지대 해소에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모 교수도 “현재 지역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돌봄은 지원방식, 예산, 서비스의 내용이 모두 다르다”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돌봄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질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가 전국적으로 균질적인 서비스의 지원에 대한 기준을 정립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지방정부는 지역 상황에 맞춘 정책 수행으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실질적 주체로서 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정책의 개발과 적용을 통해 수요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최효미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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