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보도블록에 '흔들흔들' 유모차
'울퉁불퉁' 보도블록에 '흔들흔들' 유모차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9.2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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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부터 괴로운 유모차①] 불량한 보도환경과 불법주차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는 유모차(유아차)를 끌고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2013년부터 매년 ‘유모차는 가고 싶다’ 영유아 보행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집 앞 골목길부터 유모차를 괴롭히는 보도 환경과 불법주차 문제 등을 집중 조명한다. - 기자 말

“보도블록 다닐 때 울퉁불퉁 고르지 못하고 경사진 곳도 많아서 유모차가 전복될 뻔한 적도 많아요. 보도블록이 유모차 운전에 제일 어려운 곳이죠. 인도 턱도 신경 쓰이고요, 저희 동네는 길이 노후화 돼서 유모차 가지고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 서오릉로에서 만난 김지예(가명·33) 씨는 ‘유모차와 다닐 때 가장 불편한 점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위와 같이 대답했다.

이날 지하철 6호선 역촌역 인근에서, 아이를 유모차에 데리고 나온 시민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집 근처 가까운 거리를 유모차로 이동할 때 인도의 턱과 고르지 못하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때문에 유모차 운행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차량 불법주차로 보행로가 좁아 유모차 통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서울시 은평구 지하철 6호선 역촌역 1번 출구 인근 울퉁불퉁한 보도에 유모차를 끌고 실험카메라를 설치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하철 6호선 역촌역 인근 울퉁불퉁한 보도에서 유모차를 끌고 실험카메라를 설치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울퉁불퉁한 보도에 유모차를 끌어 보니 '덜컹', '덜컹'의 연속이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울퉁불퉁한 보도에 유모차를 끌어 보니 '덜컹', '덜컹'의 연속이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대 환경대학원 구민지 씨의 논문 ‘근린생활권 내 보행환경에 관한 연구 : 유모차 이용자의 보행 활동을 중심으로’(2017년)에 따르면, 약 3개월간 유모차 보행에 대한 온라인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유모차 동반 외출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1.52점에 그쳤다. 특히 조사 참가자들은 유모차 이용 시 불편사항으로 '보행환경의 열악함'(34.07%)을 첫 번째로 꼽았다.

최근 서울 은평구는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 시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이 가능하도록 보도 정비공사를 실시했다. 베이비뉴스는 역촌역을 중심으로 보도를 정비한 곳과 정비하지 않은 곳에서 각각 100M 구간을 유모차를 끌고 이동해봤다. 도로 표면에 따라 유모차의 흔들림에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먼저 유모차에 비커를 설치하고 250㎖의 물을 부었다. 눈에 쉽게 띄게 하기 위해 물감으로 색을 탔다. 정비되지 않아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100M 구간을 유모차를 끌고 이동했다. 울퉁불퉁 보도의 크고 작은 굴곡에 걸릴 때마다 ‘덜컹’ 비커의 물이 쏟아졌다. 구간을 다 지나고 남은 물의 양을 확인해보니 150㎖만 남아 있었다. 100㎖나 쏟아진 셈이다.

반듯하게 정비한 보도는 어떻게 다를까. 은평구가 최근 보도 정비공사를 실시한 곳으로 이동했다. 똑같이 250㎖ 물을 채우고 출발. 크게 덜컹거리는 곳은 없었지만 간간이 턱이 있었다. 100M 구간의 끝에서 비커에 남은 물 높이를 쟀다. 230㎖. 울퉁불통한 길에서보다 80㎖나 적은 20㎖의 물이 쏟아졌다. 유모차에 탄 아이에게 보도의 상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차이를 확연히 확인할 수 있었다.

출발 전 250㎖ 였던 비커 속의 물이 울퉁불퉁한 보도를 지나자 '덜컹' 물이 쏟아졌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출발 전 250㎖ 였던 비커 속의 물이 울퉁불퉁한 보도를 지나자 바로 물이 쏟아졌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근 정비한 보도에서 유모차를 끌어보니 덜컹거림 없이 씽씽 잘 나갔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근 정비한 보도에서 유모차를 끌어보니 덜컹거림 없이 씽씽 잘 나갔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인근에서 아이를 태우고 유모차를 끄는 시민 몇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래도 이 정도 길은 양호해요. 횡단보도 앞이나 길이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 구간에 턱이 있어서 전복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횡단보도의 턱도 좀 없었으면 좋겠어요.”

“자동차 급정거 할 때처럼 인도 턱에 유모차 바퀴가 걸려 아이가 확 앞으로 쏠렸어요. 여러 번 유모차가 전복될 뻔했는데 다행히 안전벨트를 한 상태라 아이가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았죠. 인도 턱을 없애고 보도블록을 평평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울퉁불퉁한 보도 때문에 간이 유모차 같은 걸 끄면 더 심하게 흔들려요. 흔들리는 게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진 않을지 신경이 쓰이긴 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 황당한 불법주차, 유모차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횡단보도에는 연석을 부분적으로 낮추어 완만한 기울기로 연결하는 턱을 설치했으나 트럭의 불법주차로 유모차는 지날 수가 없다. 최규화 기자 ⓒ베이비뉴스
인천 석남동의 한 횡단보도. 유모차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연석을 부분적으로 낮추어 완만한 기울기로 연결하는 턱을 설치했으나 트럭의 불법주차로 유모차는 지날 수가 없다. 최규화 기자 ⓒ베이비뉴스
또 다른 횡단보도. 양쪽이 다 완벽하게 차량이 막아서서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이 어렵다. 최규화 기자 ⓒ베이비뉴스
인천 석남동의 또 다른 횡단보도. 검정색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게 턱을 없애 놓은 부분을 완벽하게 막고 서 있다.(위) 같은 횡단보도의 반대편 역시 마찬가지다.(아래)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유모차나 휠체어는 횡단보도 이용이 불가능하다. 최규화 기자 ⓒ베이비뉴스

손주 둘을 데리고 온 한 할머니는 “인도 길이 고르지 못해 불편하고 불법주차 때문에 인도가 좁아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다니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구 씨의 논문에 따르면, 유모차를 이용하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폭은 70~80cm. 휠체어를 이용하는 보행자의 경우보다는 작고 일반 보행자들보다는 크다. 유모차는 자녀가 어떠한 반응을 보이면 즉시 멈춰 세우고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야 해서 보행 공간이 더 필요하다. 보행도로가 좁은 곳에서는 갑자기 멈춰 섰을 때 보행자 간의 충돌이나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성인 보행자 한 사람은 어떻게든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도 유모차는 못 지나가는 길이 많다는 말이다. 주택단지 쪽으로 자리를 옮겨 유모차 보행로를 확인해봤다.

집 앞 골목길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유모차를 끌고 지나기 어렵다. 큰길은 어떨까. 횡단보도 앞. 횡단보도의 경우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공간에서 일시적으로 보행자가 차도를 건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석을 부분적으로 낮추어 완만한 기울기로 연결하는 턱 낮춤 시설을 설치한다. 하지만 그곳에 떡 하니 트럭이 주차돼 있다. 이번에도 유모차는 지나갈 수가 없다.

왼쪽은 빌라 주차장으로 경계에 높은 턱이 있어 유모차는 갈 수가 없고 오른쪽엔 차량이 불법주차돼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중으로 주차된 차량이 길을 막아버렸다. 왼쪽은 빌라 주차장 경계에는 턱이 있어 유모차는 올라갈 수가 없다. 보행자는 걸어갈 수 있으나 유모차가 지나가기에는 폭이 좁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왼쪽에 불법주차된 차량을 비껴 운행 중인 차량 사이를 유모차가 아슬아슬하게 지날 수밖에 없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왼쪽에 불법주차된 차량과 주행 중인 차량 사이를 유모차가 아슬아슬하게 지날 수밖에 없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면도로에서 만난 한 아이 엄마는 "유모차를 끌고 다닐 때 보도블록 폭이 좁아 유모차가 차도에 노출돼 위험하다"며, "인도가 좀 넓어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손주를 데리고 나온 또 다른 할머니는 “불법주차도 주차지만 차가 비켜주지 않아서 유모차가 알아서 비켜야 한다"며, "운전하시는 분들이 전혀 배려하거나 양보해주지 않고 너무 위험한 것 같다”고 전했다.

구 씨의 논문에서 심층 면담에 참가한 연구 참가자들도 "불법주차가 유모차를 동반한 외출을 힘들게 만든다"며 “그렇지 않아도 인도 폭이 좁은데 인도 위 입간판이나 불법주차한 차들 때문에 유모차 보행이 더 힘들다. 외출할 때 아기띠를 할지 유모차를 끌지 항상 고민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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