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 다쳐” 세상은 위험한 것투성이야
“조심해, 다쳐” 세상은 위험한 것투성이야
  • 칼럼니스트 한희숙
  • 승인 2018.10.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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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 육아일기 한 줄] 우리 아이 제대로 놀고 있는 걸까?

아이를 낳고 키우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이에게 밥을 해 먹이면서 먹거리의 안전성에 관심이 커졌다.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생각해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에도 나서게 되었다. 아픈 아이들 이야기를 접하면 내 자식 일인 양 눈물이 앞서게 된 것도 엄마가 된 후의 변화다. 달라진 건 또 있는데 아이에게 위험한 환경이 귀신같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침대나 소파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모서리에 찧지는 않을까 늘 신경이 쓰였다. 여섯 살인 지금도 때마다 당부하고 있고 아이 스스로도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어린아이들이 다치는 건 순간이라서 방심할 수는 없다.

집안을 벗어나 바깥으로 나오면 아이에게 위험 요소는 더 많아진다. 아파트 산책로의 야트막한 내리막길이 어린아이에게는 위험할 수 있음을 내 아이가 뛰는 걸 보고 느꼈다. 바깥에 나와 신이 난 아이는 “조심해, 다쳐”라는 엄마 말에도 내처 달려간다. 모퉁이에서 기습적으로 나타나는 자전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아이 눈높이로 다가오는 애완견도 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비오는 날에도 아이는 즐겁게 놀 수 있다. 엄마가 말리지만 않는다면... ⓒ한희숙
비오는 날에도 아이는 즐겁게 놀 수 있다. 엄마가 말리지만 않는다면... ⓒ한희숙

아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찾는 공간,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놀이터에서조차 걱정은 계속된다. 아이는 쇠봉을 잡고 부들부들 떨면서도 놀이기구에 기어오른다. 엄마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까지 이르러 주춤대기도 한다. 다행히 아이는 위험해 보이는 거의 모든 순간을 안전하게 넘기지만 내 입장에서는 순간순간이 아찔하다. 놀이터에서 아이 뒤를 쫓아다니다 보면 이렇듯 걱정도 되지만 아이의 성장이 느껴져 대견스러울 때도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엄두도 못 내던 놀이터 암벽 타기를 아이는 언젠가부터 성큼성큼 기어오르고 있다. 놀이터 구조물의 경사면을 와다닥 뛰어 내려가다 멈추기도 잘한다. 흔들기구에도 스스로 오르며 흔드는 힘도 매우 세졌다. “한번 해볼까?”라며 그동안 시도하기를 두려워했던 놀이기구에 도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 입에서는 “조심해, 다쳐” “뛰지 마, 넘어져”가 끊임없이 나온다. 아이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데 양보가 있을 수는 없지만 아이의 성장에 따라 이 문제를 반드시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일견 모순적으로 보이는 제목의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라는 책에서 놀이 전문가인 저자는 “회복 가능한 부상에 대해서는 열린 태도여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실수하고 깨지며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아이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원천봉쇄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위협을 가할 만한 것은 반드시 살펴야 하겠지만, 놀이터에까지 가서 아이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어른들의 월권이다. 꼭 이렇게 어른들이 간섭할 때 아이들 사고는 증가한다”는 저자의 말에도 공감한다. 놀이든 또 다른 과제든 아이가 지레 겁을 먹고 주저한다면 혹은 새로운 것에 아이다운 호기심을 내보이지 않고 지루해 한다면 이 또한 풀기 어려운 숙제일 것이다.

그림책 『별 거 없어!』의 한 장면. ⓒ한희숙
그림책 『별 거 없어!』의 한 장면. ⓒ한희숙

최근 자전거 타기에 맛을 들린 아이가 속도를 내서 달리다 한 차례 넘어진 일이 있었다. 살짝 긁힌 정도였는데 그 후로 자전거 타기에 겁을 먹고 주저하는 눈치다. 넘어졌던 순간만큼 실수가 반복될까 두려운 감정을 드러내는 지금도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넘어져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알려줘야 하지만 두려운 감정도 이해하고 용기를 북돋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책 『별 거 없어!』의 아기 거미는 생애 최초로 집짓기를 앞두고 겁이 난다. 여기저기 조언을 구해보지만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친구들의 멋진 거미집을 보고는 자신감만 더 떨어진다. 하지만 이내 “두려워하고만 있을 수 없”다며 용기를 내서 집을 짓고야 만다. 그림책의 아기 거미는 어린아이와 닮아 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아이들은 두려워 하지만 스스로 해보고자 하는 힘과 용기가 있다. 그러니 부모가 아이가 다칠 것을 염려해 대신 집을 지어줄 까닭은 없다. 아기 거미의 집을 보고 “멋진데!” “좋아!” “잘했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다른 거미들처럼 부모는 충분한 격려와 지지를 보내면 될 것이다. 두려움과 위험을 이겨낸 결과물이 엉성하더라도 아이는 성취의 기쁨을 맛봤고 그만큼 성장했을 테니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 아기 거미도 두 번째 집은 모양새가 한결 근사해졌다. 그리고 사냥 성공도 목전에 뒀다. 실패와 실수를 딛고 서서 아이는 자라난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의 아빠 말린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식 니모를 지키기 위해 “절대 아무 일이 생기지 않게 해줄게”라고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작았고 여섯 살인 지금도 또래보다 매우 왜소한 아이를 키우고 있어 아빠 말린의 심정이 퍽 이해된다. 아이가 작다는 사실 때문에 걱정과 불안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또한 안전을 지향하고 정적인 내 성격이 아이가 놀이를 즐기는데 영향을 줬던 것도 같다. 모험심과 도전 정신, 창의성을 아이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말하면서 아이를 반대의 길로 이끌었던 순간도 많았음을 인정한다. 아이가 놀이의 순전한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기를 바란다. 그러니 아이를 믿고 괜한 걱정과 불안은 거둬야겠다. 말린과 비교되는 유쾌 발랄한 캐릭터 도리의 대사는 의미 깊다.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다면 아무런 재미도 없잖아요.” 아이가 놀다 다칠까 걱정 많은 엄마에게 전하는 명징한 메시지다.

*칼럼니스트 한희숙은 좋은 그림책을 아이가 알아봐 주지 못할 때 발을 동동 구르는 아기엄마이다. 수년간 편집자로 남의 글만 만지다가 운 좋게 자기 글을 쓰게 된 아기엄마이기도 하다. 되짚어 육아일기 쓰기 딱 좋은 나이, 여섯 살 장난꾸러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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