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판단에 엇갈린 시민사회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단에 엇갈린 시민사회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4.11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단체 ‘환영’ vs. 천주교·프로라이프 ‘유감’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11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자 기쁨을 표시하는 사람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1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자 기쁨을 표시하는 사람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 조항에 ‘헌법불합치’ 판단을 했다. 낙태를 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규정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고를 두고 관련 단체들은 환영과 유감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동안 낙태죄 폐지를 위해 노력해온 여성단체 측은 이번 판결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논평을 내고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성평등 사회를 향한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렸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헌재 결정을 “국가가 발전주의를 앞세워 여성의 몸을 인구 통제를 위한 출산의 도구로 삼았던 지난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이러한 여성들의 분투의 성과이자 여성운동의 역사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국회와 정부에 “젠더 관점의 성과 재생산 교육을 포함해 안전하게 성적 권리를 누리고 피임, 임신, 출산, 양육과 관련한 정보와 보건 의료 시스템에 모두가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민우회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를 환영한다”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냈다. 민우회는 “형법 제정 이후 66년 만에 우리는 ‘낙태’가 죄가 아니라, ‘낙태죄’가 바로 명백한 인권 침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며 “역사적인 선고는 수많은 이들의 용기와 싸움, 그리고 연대를 통해 함께 이뤄낸 귀중한 성취”라고 밝혔다.

민우회 역시 “국회와 정부는 임신중지에 대한 비범죄화를 분명하게 매듭지어야 한다”며 “다양한 상황에 처한 국민들의 삶을 통제하고 낙인찍는 것이 아닌, 더 낳은 삶을 지지하고 보장하는 국가, 시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한국지부도 이번 판결을 “여성 인권의 역사적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로젠 라이프(Roseann Rife)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국장은 성명에서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통해 이러한 관행이 이제 변해야 하며, 앞으로 여성과 소녀의 인권이 전적으로 보호받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정부에 형법개정과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서비스 접근 보장을 촉구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여성의 존엄을 최우선할 것을 강조했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측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자 눈물을 보이는 등 안타까움을 보였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측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자 눈물을 보이는 등 안타까움을 보였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천주교, “태아의 기본 생명권 부정…가르침에 변화 없어”

한편, 천주교는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수정되는 시점부터 존엄한 인간이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존재인 태아의 기본 생명권을 부정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면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의견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생명운동연합, 프로라이프 의사회 등이 함께하는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도 헌재 판결 이후 입장문을 내고 “2012년의 선고를 뒤집는 헌법 불합치 결정은 시대착오적이며 비과학적인 판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여성단체의 ‘낙태죄 폐지’ 활동을 부당한 입법 요구라고 주장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선고는 낙태죄가 폐지되었을 때에 예측되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관련기사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