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육아 끝에 선택한 ‘미니멀’… 비우니 행복이 왔다
전투육아 끝에 선택한 ‘미니멀’… 비우니 행복이 왔다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4.29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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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글쓰는 엄마’ 이소영 「육아가 유난히 고된 어느 날」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육아가 유난히 고된 어느 날」을 쓴 이소영 작가.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육아가 유난히 고된 어느 날」을 쓴 이소영 작가.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미니멀 육아의 중심은 바로 나 자신, 엄마입니다. 완벽한 결과보다 중요한 건,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만족하는가 하는 점이에요. 저는 비움의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알아가면서 저를 긍정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지난 23일 서울 목동 YES24 중고서점 목동점에서 열린 「육아가 유난히 고된 어느 날」(씽크스마트, 2018년) 저자 이소영 작가의 특강. 이 작가는 위와 같은 말로 특강을 마무리했다.

‘초보 엄마가 감당할 만큼의 미니멀 육아습관’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육아가 유난히 고된 어느 날」은, 작가 스스로 “나만의 미니멀 육아를 바탕에 두고 초보 엄마의 머릿속에 있던 여러 가지 생각을 ‘주워 담기’한 것”(12쪽)이라고 소개한 책이다.

단순히 미니멀 육아의 ‘꿀팁’만을 전하는 책이 아니다. 첫 아이를 낳고 ‘현실육아’의 벽에 부딪힌 뒤 우여곡절 끝에 ‘미니멀’이라는 대안을 찾은 작가의 경험과 고민, 실천과 철학이 고루 담겨 있다.

저자 이소영 작가는 자신의 명함에 “글쓰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책날개에는 ‘꽃가마’, ‘미니멀’, ‘에코맘’, ‘강원도 횡성’, ‘필사’, ‘사람’이라는 여섯 개의 키워드로 자신을 소개하는 말을 빼곡히 적어뒀다.

“꽃가마 대신 전투기 타는 남편을 만나 묘하게 평화로워 보이는 ‘전투 육아’”를 하고, “불어나는 살림 때문에 육아가 더 버거워져 장난감, 옷가지, 부엌살림 등 집안 물건을 정리”했고, “육아와 일에서 생태적 삶을 추구”하며, “호젓한 동네 횡성에서 나름대로 ‘자연 육아’를” 하고 있는 “글쓰는 엄마”다.   

이 작가가 자신을 소개한 키워드들 가운데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니멀’이다. 작가는 왜 미니멀 육아의 길을 선택했을까. 매일같이 산처럼 쌓인 빨래에 치여 살고, 분유병을 닦는 일도 벅찬 순간을 겪고, 설거지를 하다 눈물을 쏟기도 하며 결국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10쪽)는 것이 그 까닭이다.

“한동안 집 안에 있는 물건부터 정리했다. 창고로 전락한 베란다 정리가 끝나니 답답한 게 한결 나아졌다. 설거지, 빨래 등 여전히 해야만 하는 집안일은 있지만 물건이 줄자 금방 끝났고, 집 정리 역시 대충 해도 봐줄 만했다. 그제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의 총량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11쪽)

“결국 나를 위해서”(10쪽) 선택한 미니멀 육아의 길. 작가가 실천하고 있는 미니멀 육아는 이런 식이다. 장난감은 적지만 놀잇거리가 많은 집을 만드는 것. 집 안에서 장남감을 없애는 대신 집 안의 모든 물건을 장난감으로 만들었다. 장난감을 사지 않고 ‘창조’하는 것이다.

작가는 “놀잇감은 예상치 못한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154쪽)는 것을 깨달았다. “팔뚝에 방귀 소리 내기, 손바닥에 뿌려준 바디로션으로 거울에 낙서하기, 텀블러에 얼음 넣고 흔들어 소리내기, 안 쓰는 엄마 카드와 통장 들고 다니기, 좋아하는 이불 얼굴에 둘러쓰고 오줌싸개 흉내내기”(154쪽)로도 아이는 잘만 놀았다.

지난 23일 서울 목동 YES24 중고서점 목동점에서 「육아가 유난히 고된 어느 날」 저자 이소영 작가의 특강이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23일 서울 목동 YES24 중고서점 목동점에서 「육아가 유난히 고된 어느 날」 저자 이소영 작가의 특강이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비우며 얻은 깨달음… “많이 소유할수록 행복한 건 아니라는 사실”

또 다른 방식은 장난감을 찾아 집 밖으로 떠나는 것이다. 장난감도서관에서 빌리거나 가끔 키즈카페에서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실컷 놀고 오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장난감보다 엄마와 함께하는 놀이가 더 ‘기쁨 유효기간’이 길다는 걸 몸소 체험하니 자신감이 붙었다. 장난감을 하나둘 사더라도 내 에너지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들이니 스트레스도 줄었다. (…) 장난감 없이 살겠다는 말은 아니다. 항상 ‘자각’하겠다는 게다. 장난감을 또 사줄지, 라면박스 하나로 아이와 장난치며 놀아줄지.”(156쪽)

살림살이도 줄였다. 오늘은 안방 장롱을 정리했다면 내일은 싱크대 위 선반을 치우는 식으로 비워 나가면서, 비움도 점점 탄력을 받았다고 한다. 헌책은 중고서점에 팔고, 안 쓰는 가방과 옷은 기증하고, 옷장에는 그 계절에 입을 옷만 걸어놓는 식이었다.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 샘플도 다 버렸다.

작가는 “물건을 향한 집착과 욕망을 버리게 되자 내 삶의 다른 부분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났다.”(167쪽)며, 그가 얻은 짧지만 중요한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리할 물건이 늘어난 데는 일정한 흐름이 있었다. 물건이 자꾸만 쌓이고 쌓여서, 그 물건을 담아 둘 공간박스를 샀고, 공간박스가 쌓이고 쌓여 보는 것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많이 소유할수록 행복한 건 아니라는 사실.”(167쪽)

작가는 자신만의 미니멀 육아를 “엄마 에너지 총량 컨트롤 하기”(12쪽)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각자의 분야에서 ‘미니멀’ 할 부분을 선택·집중”(12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게으름 육아’, ‘귀차니즘 육아’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엄마로 버텨내려고, 견뎌내려고 찾은 삶의 방법”(12쪽)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고민과 실천은 집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비우고 줄이며,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느리게 살아가겠다는 그의 생각은 공동체와 사회를 향해 확장된다. 미세먼지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던 날, 혼자 피켓을 만들어 1인시위에 나서고, 플라스틱 나라에서 아이와 살아가기 위해 작은 실천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책에는 경력단절, 아빠육아, 노키즈존, 공동육아 등 사회적 주제에 대한 작가의 시선도 담겨 있다. 작가는 ‘즐거운 불편함’을 스스로 선택해온 과정을 “가족, 지역, 공동체, 소비, 양육, 꿈… 이런 주제를 두고 깊이 생각하며 보낸 시간들이 나를 더 단단하고 단순하게 만들어주었다”(12~13쪽)고 설명했다.

이 작가의 바람은 뭘까. 이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의 책 「자기만의 방」을 언급하며 여성의 ‘꿈’과 ‘권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엄마가 되고 나서 ‘자기만의 방’이 사라졌다는 생각 때문에 “방황하고, 자책하고, 울부짖었다”(270쪽). 그리고 스스로 택한 ‘비움’을 통해 다시 조금씩 ‘시간’의 주인이 돼갔다.

“어떻게 하면 이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으로선 그저 더 많은 엄마가 ‘자기만의 방’을 가졌으면 좋겠다. 여성이자, 엄마로서의 자신을 존중하기 위해 내 주변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것이 허락되는 사회, 당연시되는 사회를 꿈꿀 따름이다.”(272~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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