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클럽’ 보며 엄마인 내게 꿈이 생겼다
‘캠핑클럽’ 보며 엄마인 내게 꿈이 생겼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9.08.13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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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친구들과 1박 2일 여행가는 꿈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아이들이 깰까봐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리며 옛 추억에 젖어들던 찰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비친 얼굴을 보며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JTBC ‘캠핑클럽’을 보던 내 모습이었다. “캠핑클럽 봤어? 어릴 때 생각난다. 안 봤으면 꼭 봐”라는 친구의 메시지에 아이들을 재운 뒤 노트북을 꺼내고 이어폰을 낀 채 캠핑클럽 영상을 틀었다. 참 좋아했던 가수 핑클 멤버 모두가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는 이야기. 핑클 앨범을 다 사서 들을 정도로 팬이었던 한 사람으로서 14년 만에 뭉친 네 멤버의 조합이 참으로 반갑고 고마웠다.

초록 풍경과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누는 결혼이야기, 우정이야기 등을 보니 자연스럽게 힐링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깰까봐 크게 소리 내 웃지도 못하고 킥킥대며 보다가 배경음악으로 깔린 노래를 흥얼거리며 옛 추억에 젖었다.

핑클의 ‘내 남자친구에게’ 노래를 들으며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생각했던 순박한 중학생이 이젠 두 아이의 엄마가 돼버렸다. 그 시절 친구가 전부였고 친구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소녀.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떤 꿈이든 다 이뤄질 것만 같았다. 소녀는 멋지고 화려하게 살아갈 거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트북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은 그 작은 소녀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달라보였다. 생기라곤 전혀 없는 기미 가득한 여자, 늘어난 티셔츠가 제법 어울리는, 막 ‘육아 퇴근’한 두 아이의 엄마만이 있었다. 늘 봐왔던 모습이지만 문득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 친구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캠핑클럽을 보라고 했을 것이다. 자주 찾는 맘카페에서도 비슷한 마음을 담은 글들이 속속 보였다. “핑클 노래 들으며 행복해했던 어린 시절 생각했어요. 물론 지금도 행복하지만 언제 이렇게 아줌마가 됐는지 한편으로는 씁쓸해요.”, “캠핑클럽 보니 옛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납니다. 다들 아이 키우느라 바빠서 만나지도 못하는데,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네요.”

가족과 간 캠핑에서 피웠던 모닥불. 활활 타는 저 불을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가족과 간 캠핑에서 피웠던 모닥불. 활활 타는 저 불을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를 낳은 뒤부터는 오로지 아이를 중심으로 살아왔다. 아이 때문에 못자고 못 먹었고 아이 때문에 생활환경이나 패턴을 바꾸고, 아이 때문에 좋아하던 일을 잠시 뒤로 미뤘다. 아이의 일과가 최우선이기에 아이의 컨디션과 스케줄에 따라 약속을 잡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많은 엄마가 아이를 중심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만 육아에 전념하고 다시 일해야지’라는 바람은 기한도 없이 늦춰질 뿐이다. 그렇게 보고 싶은 소꿉친구와의 만남도 언제 성사될지 모르게 미뤄지고 있다. 나도, 친구들도 엄마가 돼버렸기에 가까이 살지 않는 한 시간을 내기도, 맞추기도 쉽지 않다.

엄마가 된다는 것, 새로운 ‘나’를 발견할 때도 있지만 점점 ‘나’를 잊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처음에는 어색하게만 들렸던 ‘ㅇㅇ엄마’라는 이름이 이젠 ‘정가영’이라는 진짜 내 이름보다도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한 친구는 “내 진짜 이름으로 산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 같아. 앞으로 평생 ‘ㅇㅇ엄마’로만 살아가야 하잖아”라고 서글퍼했다.

어쩌면 맞는 말이다. ‘나’로서 살아온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살아야 할 ‘엄마’라는 이름의 시간. 두렵고 험난한 시간일 것이다. 엄마가 된 나에게 내 시간, 나만을 위한 꿈은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캠핑클럽을 보며 소박한 꿈이 생겼다. ‘ㅇㅇ엄마’가 아닌 순수했던 어릴 적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과 단 하루라도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 각자 다른 지역에서 아이 키우느라 몇 년 째 만나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과 말이다. 아이들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 밤새 별거 아닌 이야기에 까르르 웃고 떠들고 싶어졌다. 속에 있는 이야기 꺼내놓으며 위로 받고 위로 하고 싶다. 우리 참 잘 하고 있다고, 언제 이렇게 나이 먹었냐고, 그래도 같이 늙으니 좋다고 서로 토닥토닥 하며 말이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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