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셋 중 하나 ‘임신 결정 자유 없다’… 모성보호 대안은?
간호사 셋 중 하나 ‘임신 결정 자유 없다’… 모성보호 대안은?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9.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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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의료기관 간호사의 모성보호 실태와 해결방안을 위한 토론회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27일 국회에서 ‘의료기관 간호사의 모성보호 실태와 해결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7일 국회에서 ‘의료기관 간호사의 모성보호 실태와 해결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간호사 세 명 중 한 명은 임신 결정에 자율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임신순번제’가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임신 중 야간노동을 경험한 비율도 다섯 명 중 한 명 꼴에 이르렀다.

27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의료기관 간호사의 모성보호 실태와 해결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안종기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연간 실태조사 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의료기관 간호사의 모성보호 노동여건 현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태조사는 최근 3년 내 임신·출산 경험을 가진 간호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우선, 임신·출산·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2019년 21.0%로 집계됐다. 다섯 명 중 한 명 꼴. 2018년 조사에서 21.7%로 조사된 것에 비해 큰 차이는 없었다.

그리고 육아휴직 사용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2019년 63.3%였다. 60.9%로 조사된 2018년보다 다소 증가한 비율. 육아휴직을 쓰지 못했다는 응답자들에게 그 이유를 묻자, ‘직장 분위기상’이라는 응답이 33.8%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인력이 부족해서’라는 응답으로, 25.6%를 차지했다.

다섯 명 중 세 명 꼴로 직장 내 분위기나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한 것. 안 실장은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부담과 조직문화적 특성으로 인한 직장 분위기가 모성보호 노동여건 개선의 장애요인”이라고 짚었다.

한꺼번에 임신을 하게 되면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임신에 순번을 정하는 ‘임신순번제’. 간호사들의 열악한 모성보호 실태를 상징하는 병폐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임신 결정에 자율성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33.9%에 이르렀다. 2018년 36.5%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세 명 중 한 명 꼴의 높은 비율이다.

자율적 임신이 어려운 이유 역시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4.1%로 가장 많이 나왔다. 임신 이후도 문제다. 과중한 업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 임신 중 초과노동 경험은 2019년 38.4%로 조사됐고, 심지어 임신 중 야간노동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2019년 19.1%로 조사됐다.

◇ 자율적 임신 어려운 이유, ‘동료에게 업무 가중되기 때문’ 64.1%

세 사람의 발제자. 왼쪽부터 안종기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기획조정실장,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세 사람의 발제자. 왼쪽부터 안종기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기획조정실장,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를 바탕으로 안 실장은 “모성보호(제도)가 제대로 구축되고 운용되기 위해서는 인력 부족의 문제, 과도한 업무량의 문제,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부담 등이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신순번제나 임신, 출산, 육아휴직 후 원직복직 불가능 등 지금까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반(反)모성보호(제도) 노동환경의 개선과 일터의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은 여성 노동자 비율이 70%를 웃돈다. 특히 20~40대 가임기 및 육아기 여성이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간호사의 모성보호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제안했다.

오 국장은 먼저 공공의료기관 육아휴직 대체충원 방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대부분의 공공의료기관들이 비예산조직으로 대체충원에 따른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경영 상황을 고려해 모성보호에 필요한 충원인력만큼 정규직 정원을 신청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모성정원제’. 오 국장은 “매년 임신과 출산, 육아휴직으로 발생하는 결원 인력을 병원별로 미리 책정하여 별도 정원으로 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이라며, “휴직 발생 시 사전 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력 공백 없이 바로 숙련된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 국장은 “최근 3년간 육아휴직자에 대한 평균 결원인력을 고려해 별도 정원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비예산조직이라 하더라도 모성정원에 대한 인건비는 별도로 지원해 대체충원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모성정원제’ 대안 제시… 결원 미리 예상해 별도 정원으로 정규직 채용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진선미 의원. 여성가족부 장관 퇴임 이후 처음으로 주최한 국회 토론회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진선미 의원. 여성가족부 장관 퇴임 이후 처음으로 주최한 국회 토론회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세 번째 발제의 주제는 ‘간호사의 모성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인프라 구축방안’. 일본 사례를 중심으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이야기했다.

발표의 핵심은 독립법률 제정과 전담부서 설치. 먼저 박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간호사 등의 인재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과 같이 우리도 독립법률을 제정해 법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보건복지부에 간호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는 없다. 2018년 발표한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 대책 등을 추진하기 위해 TF가 구성돼 있을 뿐. 박 선임연구위원은 “후생노동성 의정국 내에 간호과가 설치돼 있는 일본과 같이 우리도 TF가 간호정책담당관(과)으로 확대 개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간호인력의 모성권 보장 방안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1일 2교대’ 가능성 모색. 박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의 일부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고 만족도도 높다고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다양한 근무형태의 도입. “경력단절 간호인력을 대상으로 단기고용, 시간제 고용 등을 확대”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고용형태나 근로형태 등의 차이에 따른 근로조건의 차별금지가 전제”다. 그리고 세 번째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준수, 네 번째로는 근로행정 감독의 강화를 꼽았다.

현재 이미 발표된 대책 중에는 간호사 태움, 성희롱 등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 인권센터(신고·상담)를 설치·운영한다는 방안이 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간호사 인권센터의 기능을 조직진단과 컨설팅 지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유재선 대한간호협회 이사, 박혜원 여성가족부 인력개발과 사무관, 이현옥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장, 홍승령 보건복지부 간호정책TF팀장이 나섰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진선미 의원, 자유한국당 김세연·이명수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주최했다. 대한간호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주관하고,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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