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에게 "아기 언제 낳아?" 그만 물어보세요
산모에게 "아기 언제 낳아?" 그만 물어보세요
  • 칼럼니스트 이하연
  • 승인 2019.10.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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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분만 사이, 이게 가장 궁금했어!] 출산예정일은 아기를 꼭 낳아야 하는 날이 아닙니다

대부분 산모는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면 불안해한다. 산모들에게 출산예정일을 앞두고 언제 가장 불안하냐고 물어보면 같이 임신한 지인이 모두 출산을 했거나, 주변에서 자꾸 출산할 징조나 진통이 없는지 물어볼 때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산모들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출산예정일은 아기를 낳아야 하는 날이 아니라 임신한 지 40주가 되는 첫날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잘 몰라서 연락할 수 있으니 정중하게 부탁하세요. 출산하면 연락할 테니 자꾸 물어보지 말라구요."

사람들은 임신한 산모에게 관심을 보이는 방법의 하나로, 혹은 출산을 앞둔 지인이 걱정돼서 가볍게 묻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모에게 똑같은 질문을 자꾸 반복하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안 그래도 산모 마음은 조급하다. 임신 이후 입덧, 요통, 소화장애, 소양증, 치질 등을 겪으며 마지막까지 잘 버텨온 산모는 이제 하루라도 빨리 아기가 태어났으면 좋겠다. 예쁜 옷도 못 입고, 피부는 뒤집어지고, 자도 자도 졸립고, 손발이 퉁퉁 붓는 것이 임신 막달을 맞이한 산모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산모는 내게 이런 하소연도 했다. 

“선생님, 제가 20대 후반이라서 주변에 임신한 친구들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남들도 다 하는 출산, 너도 잘 할 수 있다’고 하는 말이 제게 너무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하지만 출산은 취업이나 결혼과는 다르다. 산모가 직접 몸으로 아이를 낳아야 하는 인생의 큰 ‘숙제’다. 초산이든, 둘째든, 셋째든 산모는 임신 막달이면 긴장되고 조바심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지난번 출산교실에는 넷째를 임신한 산모도 와서 수업을 들을 정도였다. 

"출산하면 연락할테니 자꾸 언제 낳냐고 묻지 말아줄래?" ⓒ베이비뉴스
"출산하면 연락할테니 자꾸 언제 낳냐고 묻지 말아줄래?" ⓒ베이비뉴스

출산을 앞둔 산모는 아기 낳는 꿈을 계속 꾸고,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다가 새벽녘에나 잠든다. 초산 트라우마 때문에 불안이 끊이지 않는 경산모도 있다. 나는 그들을 다독이고 또 다독인다. 누구나 그런 마음이라고, 하지만 산모 컨디션이 안 좋으면 아기 상태도 나빠지니 최대한 이완하면서 잘 자고, 잘 먹고, 기분 좋게 지내라고 말한다. 

임신 막달에 양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기준치 이상으로 양수가 줄어든 산모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보면 왜 양수가 기준치 이상으로 줄어들었는지 알 수 있다. 산모가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잠을 잘 못 자서 아기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 출산예정일 지났더라도 42주까지는 자연 진통 기다려도 괜찮아 

출산예정일에 아기가 태어날 확률은 5%에 불과하다. 특히 첫째 아기의 경우 늦게 태어날 확률은 약 16%다. 출산예정일이 지나면 아기가 커져서 자연분만을 못 할까 봐 걱정하기도 하고, 태반노후를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출산예정일 이전 유도분만에 실패할 확률은 약 50%. 과연 이 확률이 아기가 커져서 자연분만을 못 할 확률보다 높은가? 태반노후는 42주까지는 정상적인 속도로 진행된다. 왜냐하면 태반노후는 임신 20주부터 꾸준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20주부터 아기가 커지면서 자궁도 커지고 호르몬 분비도 활발해 진다. 산모의 몸은 임신 기간 절반에 해당하는 20주 동안 출산을 준비하는 셈이다. 그러니 몸에게 재촉하지 말고 몸이 반응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을 것이다. 

임신 39주를 넘어 출산예정일이 다 되도록 이슬도 없고 가진통도 없으면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출산예정일 또는 그 전에 아기를 낳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출산 전 간헐적인 가진통이나 이슬 없이도 한 번의 진통만으로 출산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분만시스템이 출산예정일도 되기 전에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를 권할지라도, 산모만큼은 막달의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한다. 37~42주 사이 아기를 낳으면 되고, 또 낳을 수 있다. 37주 이전 출산은 조산이지만 그 이후는 만삭이다. 또, 예정일이 지나도 아기 상태가 양호하고 산모 컨디션만 괜찮다면 42주까지 기다려도 된다. 

맘카페에선 이런 질문 글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지금 38주인데 아기도 안 내려오고 아직 자궁문도 안 열렸대요. 저 그냥 수술할까요. 선배님들 조언 좀 해주세요.”

이 글에서 알 수 있듯이 38주에 자궁문이 안 열리고 아기가 안 내려온 것이 산모의 잘못처럼, 또 비정상적인 현상처럼 여겨지고 있다. 

◇ 한국에서 제왕절개해야 하는 산모, 영국에선 자연분만 할 수 있다 

영국에서는 어떨까?

영국에서는 42주가 지나도 진통이 없다면 그때 유도분만을 실시한다. 42주 이후는 태반노화 등의 이유로 아기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전에 양수가 파수되거나, 산모의 건강 상태나 아기의 발달 상태가 양호하지 않다면 유도분만을 시도하거나 제왕절개를 한다. 한국에서처럼 아기가 많이 커질거라고 예상해서, 머리둘레가 크다는 이유로, 노산이라는 이유로 출산예정일 전에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를 권하지 않는다. 

한편 영국과 한국의 또 다른 점은 바로 노산의 기준이다. 한국에서는 35세 이상을 모두 노산으로 분류하지만, 영국에서는 만 40세 이상을 고령 산모로 본다. 계류유산 경험이 있거나, 첫째를 제왕절개로 낳았거나, 노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제왕절개를 권하지 않는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제왕절개 비율은 39%. 유럽의 약 2배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노산 산모가 많아서 제왕절개가 많다는 이유를 대지만 실제로 노산은 유럽이 더 많고, 네덜란드나 스웨덴의 제왕절개 비율은 15~17%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산모의 신체적·정신적 준비다. 얼마 전 둘째를 순산한 산모에게 연락이 왔다. 이완과 호흡으로 진통을 했단다. 아니 흘려보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며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출산교실 수업을 듣고, 유튜브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며 유도분만이나 무통주사 없이 아이를 낳는 산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쁜 일이다. 기존 분만시스템이 바뀌려면 산모 한 명 한 명의 인식이 바뀌고 직접 경험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자연분만 할 수 있는 산모가 한국에서 원하지도 않는 유도분만을 하고 제왕절개를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출산예정일 지났더라도 산모가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진통을 기다릴 수 있게 병원 시스템 바뀌길. ⓒ베이비뉴스
출산예정일 지났더라도 산모가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진통을 기다릴 수 있게 병원 시스템 바뀌길. ⓒ베이비뉴스

지인이 내게 왜 제왕절개보다 자연분만이 산모나 아기에게 좋으냐고 물었다. 그 대답은 이 연구결과로 대신 할 수 있을 것 같다.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학 간호·조산대학(School of Nursing and Midwifery)의 해나 달렌 교수 연구팀이 2000~2008년 20~35세 만기 출산한 산모 49만 1590명을 대상으로, 그 아이들의 생후 5년간의 건강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도분만이나 촉진제를 사용해서 태어난 아이는 자연분만으로 낳은 아이들에 비해 황달이 나타날 확률이 3배가 높고 수유 문제 발생도 많았다고 밝혔다. 

제왕절개로 출생한 아이들은 돌이 지난 후 대사장애 발생률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보다 2.5배가 높고 호흡기 감염률도 높았다. 평균적으로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가 건강상 문제를 겪는 확률이 가장 낮았다.

무조건 유도분만, 촉진제 사용이나 제왕절개가 나쁘거나 불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의료적인 상황에 따라 병원에서는 산모의 출산에 개입하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외 상황이라면 출산예정일이 지나도 산모가 자연진통을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게 병원의 시스템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유도분만 피하자고 모든 산모가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할 수도 없으니. 한편 자연주의 출산 병원에서는 유도분만과 같은 의료상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칼럼니스트 이하연은 대한민국 출산문화와 인식을 바꾸고자 자연주의 출산뿐만 아니라 자연 분만을 원하는 산모들에게 출산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로지아'에 다양한 출산 관련 영상을 올리며 많은 산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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