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아이 낳고서야 꿈을 실현하게 됐어요”
“결혼하고 아이 낳고서야 꿈을 실현하게 됐어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12.16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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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생각해보니 멈추지 않았더라구요, 저는」 우야지 작가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연남동 한 카페에서 「생각해보니 멈추지 않았더라구요, 저는」 저자 우야지 작가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27일 서울 연남동 한 카페에서 「생각해보니 멈추지 않았더라구요, 저는」 저자 우야지 작가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가 통잠을 자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슴에 고이 접어둔 꿈을 조금씩 펼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습장에 그려서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잠깐 아이가 자는 사이에도 재빨리 그림을 그려서 올릴 정도로 재미있었다.”(「생각해보니 멈추지 않았더라구요, 저는」 12쪽)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면 대부분 여성은 직장에서, 일에서, 꿈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다음 어린 시절 키워온 꿈을 실현하게 된 경우도 있다. 「생각해보니 멈추지 않았더라구요, 저는」(필름, 2019년 11월) 저자, 우야지 작가가 그렇다.

기자와 우야지 작가의 첫 만남은 지난해 3월. 난임 극복기 웹툰을 「우리 집에 아이가 산다」(랄라북스, 2018년 3월)라는 책으로 출간한 직후 인터뷰에서다. 그 인연으로 그는 베이비뉴스에 한 달에 두 번씩 '육아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우야지 작가의 두 번째 책이 나오자마자 지난달 27일 서울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우야지 작가는 결혼 5년 차에 난임을 극복했다. 첫 번째 책에서는 두 번의 인공수정 실패, 시험관 시술 3차 만에 겨우 임신에 성공한 이야기로 난임 가족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두 번째 책은 웹툰이 아니라 에세이다. 아이 낳고 시간이 없어 도전하지 못하는 엄마들에게, 자신이 만화가의 꿈을 어떻게 펼치게 됐는지 경험담을 들려준다.

우야지 작가의 어릴 때 꿈은 만화가였다. 아이가 통잠을 자기 시작한 돌 즈음부터 짬짬이 난임 웹툰을 그려 SNS(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브랜드 웹툰 요청이 들어왔다. 그때 ‘이런 게 있구나’ 하면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직장에서는 디자인을 했어요. 그 전부터 혼자 몰래 (만화를) 그리기는 했었죠. 볼링 동호회에 다닐 때는 활동 이야기를 그림일기 형식으로 동호회 카페에 올리고, 블로그를 하던 시기에는 신혼일기를 그리거나 아이가 생기지 않을 때 당시의 마음을 그림일기로 그려 올려보기도 했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림을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 “아이를 누구보다 원했지만 그만큼 내 일도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

우야지 작가는 아이만큼 자신의 일도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우야지 작가는 아이만큼 자신의 일도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그동안 우야지 작가는 난임 지원, 고교 무상교육 등 공익광고를 그렸고, 유산균 등 제품을 광고하는 일도 했다. 평일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한두 시간, 밤에 아이 재워놓고 10시 이후에 작업한다.

“프리랜서를 하다 보니 출근도 없지만 퇴근도 없어요. 남편이 아이를 안 봐주면 불가능해서 협력을 잘해야 해요. 낮에는 아이 보고, 밤이나 주말밖엔 시간이 없어요.”

“나는 시간을 들여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아이를 누구보다 원했고 정말 사랑하지만 그만큼 나의 일도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 가득 메운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접어두기로 했다. ‘이건 누구에게도 미안할 일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아이를 사랑하고 내 일을 좋아하니까.’”(188쪽)

프리랜서인 우야지 작가는 자신이 일을 하면서 아이와 보낼 시간이 적어져 미안함도 없진 않았다. 그렇지만 미안한 마음은 접어두기로 했다. 아이도 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우야지 작가는 육아에 대해 “이렇게 제 시간이 없을 줄 몰랐어요. 저는 아이 낳기 전에는 아이는 혼자 잘 크는 줄 알았어요. 아이가 수월한 편이긴 한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제가 다 해줘야 해요. 놀아줘야 하고, 밥 먹여야 하고, 물도 마시라고 해야 하고, 수시로 화장실 갈 거냐 물어야 하고요(한숨). 이렇게 힘든 줄 정말 몰랐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러다가도 네 살인 소망(태명)이가 “이젠 말도 잘해서 재미있어요. ‘어떻게 저런 말도 할까’ 깜짝 놀라기도 해요”라며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금방 '칭찬 모드'로 전환한다.

“어젯밤에 재울 때 ‘엄마는 일해야 하니까 나가서 일해. 나는 아빠랑 잘게’라고 하는 거예요. 엄마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 아빠는 회사 가는 사람, 자기는 어린이집 가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요. 그렇게 얘기해주는 게 고맙죠.”

주말에는 남편이 육아를 도맡아한다.

“(남편이) 불만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늦게 들어가면 표정이 안 좋긴 하지만 남편도 제가 하고 싶은 일 하는 거 좋아하니까요. 주말에는 남편과 아이 둘이서 제가 평소 못 데리고 가는 공연장이나 넓은 공원, 큰 키즈카페 같은 곳에 가요. 소망이도 아빠랑 노는 시간을 좋아하더라고요.”

◇ “무엇이든 한번 시작해보세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우야지 작가는 뛰어난 재주는 없지만 꾸준히 성실하게 오늘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우야지 작가는 뛰어난 재주는 없지만 꾸준히 성실하게 오늘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육아를 하며 진이 빠졌을 땐 일을 하는 성취감으로 충전할 수 있었다. 낮에는 육아, 밤에는 그림 그리는 일을 하며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를 느꼈다. 회사를 다니며 한 번도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다.”(153쪽)

“금액이 크지 않아도 (돈이) 조금씩 모이니까 뿌듯하고 좋아요. 아이 옷을 사줘도 부담이 덜 되고 돈 버는 게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어요(웃음). 돈을 주고 저한테 일을 시켜 만족해한다는 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회사 다닐 때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입니다. 회사 다닐 땐 일을 못 해서 가기 싫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되게 만족스러워요.”

우야지 작가에게 내년 목표를 물었다.

“독립출판물로 만화책 한 권 내보는 게 목표예요. 1년 동안 그린 육아웹툰을 책으로 만들어 소장하려고요. 육아일기를 만화책으로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소망이가 보면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만의 고유영역을 가지고 가고 싶은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끝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저는 내성적이고 말 못 하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정말 비관적이고 앞날이 캄캄하고 그랬어요. 무엇인가 시작하면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시작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꿈꿔온 것이든, 무엇이든 한번 시작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이제야 깨달았다. 나에게는 아주 뛰어난 재주는 없지만 꾸준함과 성실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림을 그린다.”(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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