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 있으면 구해보세요" 귀 체온계 찾아 32군데 돌아다녔더니...
"재주 있으면 구해보세요" 귀 체온계 찾아 32군데 돌아다녔더니...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0.03.1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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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귀 체온계 품귀 현상...평소 가격보다 5~6만원 폭등

【베이비뉴스 김정아 기자】

마스크, 체온계 등 코로나19로 인해 판매가 급증한 품목이 모두 품절됐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종로의 한 약국 입구. 김정아 기자 ⓒ베이비뉴스
마스크, 체온계 등 코로나19로 인해 판매가 급증한 품목이 모두 품절됐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종로의 한 약국 입구. 김정아 기자 ⓒ베이비뉴스

◇ "재주 있으면 한번 구해보세요!"

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만큼 몸값이 올라간 제품이 있다. 바로 체온계이다. 영유아나 노인, 기저질환자가 있는 가정이 아니고서는 평소 귀체온계를 구비한 집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대표 증상이 '발열'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체온계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면서 체온계를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워졌다.

12일 서울 중랑구의 한 약국에 들어가 최근 몸값이 잔뜩 올랐다는 '귀 체온계'를 구매할 수 있는지 물었다. 약사에게 돌아온 답은 단호했다.

"없습니다."

"재입고 언제 되는지 알 수 있나요?"

"재주 있으면 한번 구해보세요."

인근 다른 약국에 들어가봤다.

"귀체온계는 없고 구강·겨드랑이에 재는 전자체온계는 있어요. 이것도 겨우 들여놓은 거에요."

바로 건너편 다른 약국에서도 "종류를 불문하고 모두 품절이고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약국과 각종 의료기기 판매점이 밀집해 있는 종로5가로 발걸음을 옮겨봤다. 유동인구가 많은만큼 체온계를 찾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는지 약국마다 입구에 친절하게 '체온계 품절'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둔 곳이 많았다. 의료기기 판매점도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며 "체온계 있…"까지만 말했는데도 손사레를 치며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곳도 있었다. 

종로5가 한 약국 앞에 내걸린 체온계 품절 안내문. 김정아 기자ⓒ베이비뉴스
종로5가 한 약국 앞에 내걸린 체온계 품절 안내문. 김정아 기자ⓒ베이비뉴스

11일과 12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시내 약국 및 의료기기 판매점은 모두 32곳이었는데 이중 귀 체온계를 판매하는 곳은 단 한 곳, 종로구 의료기기 매장뿐이었다. 해당 업체 관계자에게 제품 가격을 묻자, "12만원인데 그것도 현금을 내셔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기자에게 "지금 꼭 사야겠느냐. 급한게 아니라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사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공급가격이 너무 올라 우리도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 지금 사면 너무 비싸다."

강남구의 한 약국에서는 체온계를 문의하자 수은 체온계 밖에 없다고 답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강남구의 한 약국에서는 체온계를 문의하자 수은 체온계 밖에 없다고 답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이밖에 중랑구 약국 1곳에서 구강·겨드랑이용 전자체온계를, 강남구 약국 1곳에서 수은 체온계만 발견할 수 있었고, 귀 체온계 재고를 확보해 놓고 있는 곳은 찾을 수 없었다.

◇ "5일만에 가격 5만원 올랐더라…" 그나마 재고도 없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촉발된 불안감에 많은 사람들이 체온계를 사들이면서 제품을 구하기 힘든 것도 문제지만, 평소보다 가격이 폭등한 것도 큰 문제다.

지난 2월 22일 아기를 출산한 최윤숙 씨는 11일 베이비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22일 아이를 출산하러 가던 날 서울 노원구 한 산부인과 앞 유아용품 매장에서 8만 원에 판매하는걸 봤는데 제왕절개 출산 후 5일 뒤 퇴원하며 사려고 매장에 들렀더니 12만 9000원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바로 살 수도 없고, 예약을 해야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8만 원에 판매하던 체온계가 5일만에 12만9천원으로 올랐다. 해당 사진은 제보자가 처음 해당 매장을 방문한 날 직접 찍은 것이다. ⓒ제보자 제공
8만 원에 판매하던 체온계가 5일만에 12만9천원으로 올랐다. 해당 사진은 제보자가 처음 해당 매장을 방문한 날 직접 찍은 것이다. ⓒ제보자 제공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최 씨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의 불만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지역 맘카페에서는 "체온계 고장인 거 같아 주문하려보니 25만 원. 공식홈에서도 12만 5000원이던데 이때다 기회다 이건가봐요. 씁쓸하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누리꾼도 "며칠 전에 8만 5000원주고 구매했는데 지금 사이트 들어가보니 14만 5000원에 판다", "이때다 싶어 한탕하려고 하는건가. 체온계는 신생아나 어린 아이 있는 집에선 생활필수품인데 이렇게까지 올리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등의 글을 올리며 현 상황을 꼬집었다. 

실제로 기자가 온라인 상에서 한 유명 브랜드의 귀 체온계 구매 시도를 해봤더니 배송비 2500원을 포함해 14만 1500원에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해당 제품이 코로나19 사태 전 8~9만 원 대에 판매되던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개당 5~6만 원 가까이 가격이 오른 셈이다.

◇ 체온계 업체 측 "체온계 공급 가격 인상한 사실 없어"

이처럼 체온계 품귀현상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가장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수입 체온계 업체에서는 지난 4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해당 업체는 "이번 코로나19 비상사태로 인해 체온계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일부에서 최종 소비자 가격이 크게 상승했으나 이는 판매자에 의해 임의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 재난 상황에서 유통업체와 판매자를 대상으로 체온계 공급 가격을 인상한 사실이 일절 없다"고 강조했다. 

즉, 본사의 가격 정책으로 인한 소비자 가격이 상승한 것이 아니라 일부 중간 업자들이 사재기 등을 통해 가격을 임의로 올린 것으로 해당 업체에서는 가격 폭등의 원인을 설명했다.

국산 체온계를 생산하는 또 다른 업체 측에서는 "기존 유통사, 약국, 의료기기 판매업체는 물론이고, 국내 보건소, 지자체,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수요가 평소 대비 10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하다보니 개인 유통 공급이 부족해진 상황"이라며 "원자재 공급 또한 부족해져 수요 대비 생산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간 유통 업자들의 사재기 등 부당 행위는 적극적으로 식약처 등 관련 기관에 통지하는 등 자정 노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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