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휴원 어린이집에서 집집마다 '김밥' 돌린 까닭
코로나 휴원 어린이집에서 집집마다 '김밥' 돌린 까닭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3.16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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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어린이집, 가정보육 엄마들에게 선물 보내… "휴원 길어져 퇴소할까봐"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일부 어린이집에서 가정보육 중인 부모와 원아들을 위한 선물을 제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일부 어린이집에서 가정보육 중인 부모와 원아들을 위한 선물을 제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외부활동에 지장이 많으신 부모님들께 소중한 아이들의 건강을 관리하여 면역력을 길러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OO어린이집 교직원 올림.”

코로나19로 전국 모든 어린이집이 오는 22일까지 휴원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어린이집에서 가정보육 중인 부모와 원아들을 위한 선물을 제공해 화제다.

최근 여러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어린이집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는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게시물 사진으로 확인된 선물 품목도 다양하다. 김밥과 샌드위치가 든 소풍 도시락, 고구마 한 상자, 쿠키 만들기 세트, 마스크, 소독제, 어린이용 주스, 딸기, 바나나, 토마토 등이다. 이것을 큰 장바구니에 담아 집 앞에 두고 갔다거나, 원장이 직접 가정에 전달했다는 게시물도 보인다.

게시물 작성자들의 반응은 주로 고맙다는 것이 많았다. 작성자 A 씨는 “이런 사태에도 직장을 못 빼서 아이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맡겨두고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 이번에 이렇게 김밥과 샌드위치까지 맛있게 만들어 보내주셨어요”라면서, “선생님들도 바쁘고 정신없으실 텐데 너무 감사하네요”라고 글을 남겼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 역시 “너무 좋은 어린이집이네요”, “좋으셨겠어요”, “대박이네요! 멋져요”, “좋은데요, 마음 씀씀이가”, “선생님들의 세심한 배려가 너무 좋네요”, “칭찬합니다” 등 긍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일부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고가의 선물이어서 좀 놀랐어요”, “다른 데서 듣기론 ‘우리 어린이집에 계속 보내주세요’ 하는 홍보용이라고 하더라고요” 등의 댓글도 있었다.

보육노조 "경영 어려워 인건비 깎는다면서 학부모에게 ‘보여주기식’ 서비스"

왜 어린이집에서는 원아 가정으로 선물을 하게 됐을까. 서울의 한 민간어린이집 원장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원장 B 씨는 16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휴원이 길어지면서 부모들이 가정양육수당을 받고자 아이를 퇴소시키지는 않을지 불안하니까, 붙들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다”고 짐작했다.

하지만 “(휴원 기간) 인건비가 제일 문제인데 (많은 어린이집들이) 급여 문제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 운영비를 임의로 지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보육교사 노조 역시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은 16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새 학기 준비와 코로나19로 미등원한 원아 등원 처리 서류 등 영유아를 맞을 준비에도 빠듯한 보육교사에게 선물을 포장하게 하고 직접 가정으로 배달을 시키는 등 보육교사의 업무가 도대체 어디까지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함 지부장은 “학부모에게 ‘보여주기식’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서, “(많은 어린이집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인건비 지급이 어렵다며 교사들 인건비 삭감 동의서까지 받고 있는 상황인데 도대체 이 선물 비용은 어디에서 지출한 것이냐”고 물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16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안전하게 돌봄받을 수 있는 방역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이런 선물을 받고 좋아해야 하나 혼란스럽다”면서, “양육자로서 어린이집에서 선물을 사는 비용과 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공동대표는 “원장 사비라면 모르지만 급간식비를 사용해 생색낸 것은 아닌지, 보육으로 지친 양육자들이 (이 같은) 조삼모사 행태로 상처받지 않도록 관리 당국의 면밀한 점검체계가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 유행 중에도) 대면보육을 할 수밖에 없는 교사들에 대해 마스크나 손 소독제 등을 지급해 안전한 노동환경을 제공하는 게 더 급한 일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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