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세비 반납’ 약속, 의원님은 잊으셨나요?
4년 전 ‘세비 반납’ 약속, 의원님은 잊으셨나요?
  • 최규화 기자
  • 승인 2020.04.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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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라진 “대한민국과의 계약”…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서명일로부터 1년 후인 2017년 5월 31일에도 5대 개혁과제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서 1년 치 세비를 국가에 기부 형태로 반납할 것임을 엄숙히 서약합니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한 일간지에 게재한 광고다. ‘5대 개혁과제’를 이행하겠다고 선언하며, 1년 뒤까지 이행을 못하면 1년 치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내용. 그 아래에는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큼지막한 자필 서명과 함께, 공약에 동참한 50여 명 후보들의 명단이 나열돼 있다.

“대한민국과의 계약”이라는 이름 아래 새누리당이 약속한 5대 개혁과제에는 ▲‘임신에서 입학까지’ 엄마의 일과 자립을 도와주는 마더센터 공약이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모두를 위한 갑을개혁 ▲상속자의 나라에서 혁신가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일자리규제개혁 ▲청년의 주거독립과 재정독립을 위한 청년독립 ▲40대·50대의 새로운 인생도전을 돕는 4050자유학기제까지 다섯 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게재한 광고 ©새누리당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게재한 광고 ©새누리당

2017년 5월 31일, 그들이 약속한 날. 하지만, 그때는 바른정당 소속으로 갈라진 여섯 명은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약속을 지키기 못했기 때문이다. 정병국 당시 바른정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바른정당 국회의원 여섯 사람은 대국민 개혁을 온전히 이행하지 못한 점을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사과하지 않았다. 당시 약속했던 5대 개혁과제 법안을 모두 ‘발의’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킨 거라는 말이었다. 그중에는 기한을 하루 앞두고 부랴부랴 발의한 법안도 있었다. 약속을 지켰다고 주장하니, 세비 반납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그 점은 유의동 의원을 제외한 바른정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유의동 의원실은 14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2017년 사과 기자회견 이후 사회단체 기부 형식으로 현재까지 세비 반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는 않았다. 유 의원은 당시에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매우 송구한 일"이라며, "이러한 반성의 연장선상에서 세비 반납이라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 마더센터 공약 “엄숙히 서약”해놓고… 이번에는 또 어떤 약속?

그들이 “엄숙히 서약”한 때로부터 지금은 4년이 지났다. 그들은 약속을 지켰나. “‘임신에서 입학까지’ 엄마의 일과 자립을 도와주는 마더센터”는 대체 대한민국 어디에 생겼는지 묻고 싶다. ‘법안을 발의했으니 약속을 이행한 거다’라는 말은, ‘음식을 주문했으니 먹은 것과 다름없다’는 소리와 같다.

2016년 당시 “대한민국과의 계약”에 서명하고 20대 국회의원이 된 뒤, 이번 21대 총선에도 출마한 의원들이 있다.

▲김명연 미래통합당 경기 안산시단원구갑 ▲김석기 미래통합당 경북 경주시 ▲김선동 미래통합당 서울 도봉구을 ▲김정재 미래통합당 경북 포항시북구 ▲오신환 미래통합당 서울 관악구을 ▲이만희 미래통합당 경북 영천시청도군 ▲정유섭 미래통합당 인천 부평구갑 ▲지상욱 미래통합당 서울 중구성동구을 ▲홍철호 미래통합당 경기 김포시을.

2015년 개봉한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포스터 ©㈜영화제작전원사
2015년 개봉한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포스터 ©㈜영화제작전원사

2015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한 적 있다. 무려 “대한민국과의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고도 세비 반납 약속까지 지키지 않은 분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마음으로 4년을 지나오신 건 아닌지. 아니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국민 여러분, 이 광고를 1년 동안 보관해 주세요.”

2016년 당시 새누리당 광고의 제목이다. 당부(?)대로 국민들은 보관하고 있다. 기억하고 있다. 기억하지 못하는 건, 기억 안 나는 척하는 건 국회의원들뿐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또 어떤 약속을 하셨는지, 어떤 계약서에 “엄숙히 서약”하셨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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