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안 먹는 아이, 음식알레르기는 아닐까?
밥 잘 안 먹는 아이, 음식알레르기는 아닐까?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2.11.02 10: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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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통, 식욕부진? 만성음식알레르기 의심해봐야 차움 이기호 원장 "진단시스템 통해 원인 파악해 음식 제한해야"

이유 없이 보채고 피곤해하며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들, 피부 가려움을 호소해 피부과에 가도 별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듣는 아이들, 다른 아이들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한 아이들. '별 문제는 없는데, 우리 아이는 도대체 왜 이럴까?' 하는 부모들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아이가 좀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 부모들은 아이가 늘 먹어왔던 밥상을 살펴봐야 한다. 몸에 좋다고 먹던 음식들 중 만성음식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아이의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만성음식알레르기는 빠르게 반응이 나타나는 급성음식알레르기와 달리, 진단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도대체 만성음식알레르기는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부모들은 아이의 건강을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음식알레르기 전문가인 차움 푸드테라피센터 이기호 원장을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차움에서 만나, 만성음식알레르기에 대한 정보와 진단법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이기호 차움 푸드테라피센터 원장.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이기호 차움 푸드테라피센터 원장.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기호 원장은 "왜 우리 아이가 밥을 안 먹을까, 왜 말을 안 들을까 할 때 알레르기 중 만성음식알레르기가 아닐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나쁜 물질, 꼭 없애버려야 하는 물질과 싸우는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정상적인 신체 반응이다. 하지만 싸울 필요가 없는 물질과 싸우거나 조금만 싸워도 될 걸 엄청나게 싸우는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이 바로 알레르기다. 통상적으로 한국인 3명 중 1명은 알레르기를 호소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근 10년간 알레르기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피부나 코, 입을 통해 알레르기에 공격당한다. 피부는 햇볕, 금속류, 페인트 등의 화학성분이, 코는 각종 먼지, 곰팡이, 꽃가루가, 입은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이 원인이 된다. 이런 알레르기로 인해 가려움이나 두드러기 등의 피부반응, 비염, 결막염, 천식이 나타나는데, 특히 음식을 통한 만성알레르기는 소화계나 호흡계는 물론 신경계, 안과계, 골격근계, 인지·심리영역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원장은 "급성음식알레르기는 갑자기 가렵거나 두드러기가 나는 정도지만, 만성음식알레르기는 원인모를 피로감이나 복통, 식욕부진 등 증상이 광범위하다"고 경고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음식도 차이를 보인다. 급성음식알레르기의 원인 음식은 주로 달걀, 우유, 대두콩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각종 견과류다. 아이들이 이유식을 먹을 때 이런 음식을 피해야 하는 것도 급성알레르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만성음식알레르기는 급성음식알레르기의 원인 음식뿐 아니라, 밀가루, 보리,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 완두콩, 마늘, 브로컬리, 양파 등 우리가 식탁에서 흔히 접하는 모든 음식이 해당될 수 있다. 빠르면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음식알레르기와 달리 만성음식알레르기는 기간도 증상도 애매모호하고 다양해 더욱 문제가 된다.

 

"4일 전에 먹은 광어때문에 우리 아이가 소화가 안 된다는 사실을 예측하긴 너무나 힘들다"는 이 원장은 "심지어 한국인의 주식인 쌀에서도 만성음식알레르기에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 세끼 먹는 밥도 만성음식알레르기를 일으켜 몸을 피곤하게 만들고 건강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달 정도 본인이 먹은 음식, 예를 들어 된장찌개라면 어떤 된장인지, 호박은 애호박인지 늙은 호박인지 등 모든 음식을 상세하게 매일 기록하면 교집합이 나올 것이고 원인 음식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확하게 알긴 어렵다. 요즘 시대는 간단한 검사로 만성음식알레르기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어 쉽게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다."
 
이 원장은 “흔히 알레르기와 연관된 면역항체는 급성을 나타내는 ‘IgE’와 만성을 나타내는 ‘IgG’가 있다. 하지만 과거 시행된 검사는 ‘IgE’에만 한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단자검사나 첩포검사를 실시, 항원에 대한 피부반응 등을 통해 특이 항원에 대한 ‘IgE’의 존재 여부를 조사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혈액을 채취해 각종 음식 항원을 넣은 뒤 반응 수치를 확인하는 알레르기진단시스템으로 ‘IgG’에 대한 검사도 가능하게 됐다고. 이를 통해 만성음식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음식까지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 결과 반응하는 수치가 통상적으로 40~50ug/l이상이면 해당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서양인 식단에 맞춰 만들어진 기존 진단검사와 달리, 최근 한국인이 먹는 음식을 빠트리지 않고 검사할 수 있는 한국형 진단시스템이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만성음식알레르기 진단시스템으로는 ‘알로퀀트90G™’ 제품이 손에 꼽힌다. ‘알로퀀트90G™’는  한국인이 주로 섭취하는 90가지 식품의 항원으로 구성돼 있고, 3~5cc의 혈액 채취만을 통해 진단 후 1주일 이내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원장은 "미국인 환자들은 왜 검사를 할까 싶을 정도로 원인 음식이 고기, 달걀, 빵 등 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콩도 대두콩, 강낭콩 등 먹는 음식이 다양해 기존 미국식 진단방법이 맞지 않을 수 있는데, 한국형 진단시스템이 나와, 좀 더 편리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검사를 통해 만성음식알레르기 진단이 내려지면, 어떤 치료가 필요할까? "진단결과에 따라 아이든 어른이든 제한할 식재료 리스트를 정해주고, 식단을 짜주는 등 만성음식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 음식을 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진단에 따라 원인음식이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좀 더 체계적인 예방법이 필요하다. 이 원장은 "만성음식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음식으로 우유, 두유가 모두 해당되는 등 여러 개가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럴 때는 원인 음식을 대체할 수 있는 음식방향을 알맞게 제시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나친 음식 제한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 원장은 "우유는 사실 과자나 빵, 아이스크림 등 모든 음식에 들어있기 때문에 우유가 알레르기 원인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우유 성분을 다 피하긴 어렵다"며 "이럴 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유가 들어있는 모든 음식을 제한하기보단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는 건 피하자’는 방식으로 검사수치와 증상에 따라 다른 처방이 내려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이기호 차움 푸드테라피센터 원장이 식단과 음식 재료 등에 대해 사람에 따라 피부가 받는 좋고 나쁜 영향 등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이기호 차움 푸드테라피센터 원장이 식단과 음식 재료 등에 대해 사람에 따라 피부가 받는 좋고 나쁜 영향 등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렇게 꾸준히 원인 음식을 제한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6개월 후에는 만성음식알레르기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만성음식알레르기를 예방하기 위해선 부모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이 원장은 "브로컬리가 몸에 좋다, 현미가 좋다, 우유가 좋다 등 웰빙(well-being) 식품이면 다 좋다고 아이들을 붙잡고 억지로 먹이는 건 삼가야 한다"며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반복적으로 먹이는 것도 반대다. 다양한 음식에 많이 노출될수록 만성음식알레르기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안 먹어 본 음식을 줄 때는 단계적으로 하나씩 주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편식한다고 해서 나무라며 억지로 먹일 게 아니라, '우리 아이 몸에서 안 받으니까 안 먹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 몸을 체크해봐야 한다"고 이 원장은 강조했다.

 

특히 임산부들은 태아가 만성음식알레르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 원장은 "‘IgE’항체는 태반을 통과하지 않지만 ‘IgG’항체는 태반을 통과하고, 최대 6개월 간 생존한다"며 "결국 엄마가 알레르기 반응이 있으면 아이에게도 나타난다. 모유를 먹일 경우에는 엄마가 먹는 음식으로 인해 아이는 계속 알레르기에 노출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갓난 아기는 스스로 가렵다며 긁지도 못하고, 힘들다 말도 못하지 않나. 엄마가 미리 자신이 먹지 말아야 할 음식들을 잘 가려야만 아기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먹이는 종합영양제도 현명한 선택이 필수다. 종합영양제에 들어있는 미네랄이나 마그네슘 성분 자체는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지만, 종합영양제를 알약 등의 덩어리로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옥수수나 밀가루 등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결국 건강에 좋다고 먹고, 먹이는 모든 음식들이 아이와 우리 몸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10대 항산화푸드, 슈퍼푸드인 귀리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만성음식알레르기는 아이의 성장이나 집중력은 물론, 어른이 돼서까지도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좋다고 하는 음식을 고집하며 먹이기보단 만성음식알레르기를 제대로 알고 대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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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c**** 2012-11-05 19:16:00
몰랐던 사실이네요.
몸에 좋은 음식이 다 좋지

j**** 2012-11-04 06:10:00
음식알레르기
음식 알레르기로 인해 밥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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