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아동의 성 관련 문제행동은 성인 간의 성폭력과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대응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같은 의견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회 아동권리 포럼에서 나왔다. 이번 포럼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것으로, ‘우리 아이들의 성행동,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를 주제로 열렸다.
지난해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여아가 또래 남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온라인 맘카페에 ‘성교육’을 시작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언제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양육자들이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신현영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올바른 성교육뿐만 아니라 아이가 피해를 당했을 경우 부모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하며, 영유아 보육시설에서도 철저한 대응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포럼에서 아동 성행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태도를 진단하고, 아동의 성행동 문제 개선을 위한 실제적 대응방안이 모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성행동, 성인 행동과 맥락 달라… 낙인 찍지 않도록 해야”
이완정 인하대학교 아동심리학과 교수는 아동 성행동을 지칭하는 개념어조차 없는 인식을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매뉴얼 제작에 참여한 이 교수는 ‘어린이집 영유아의 성행동 문제 관리 대응 매뉴얼’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 교수는 유아 성행동과 성인의 범죄행동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에서 성행동을 규정한 사례를 들어 “행위 양상이 (성인의) 성폭력과 유사했다고 해도 아이들은 성인의 동기와 쾌감, 결과 예측을 하지 않는다”며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 행동을 ‘성폭력’이라고 부르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성관련 행동에 얽힌 유아를 지칭하는 용어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닌 ‘피해 유아’와 ‘행위 유아’를 사용할 것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어린이집 현장에서 많이 보고되는 ‘유아 자위행위’의 예를 들었다. 그는 “대부분의 교사들은 유아의 관심을 다른 것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도한다”며 “지속성과 반복성을 띄는 유아의 가정 배경을 살펴보면 부모가 아이에게 시간을 안 쓰는 경우가 많고, 아이에게 관심을 쏟으면 문제 행동은 곧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럼 어떤 유아가 성행동 문제를 보일까. 이 교수는 미국 미네소타성폭행대응연합 발간자료를 인용해 ▲성적 학대를 경험한 아동이 이후 대부분 성행동 문제를 나타내지는 않음 ▲성인 성폭력 행위자의 대부분이 과거 아동기에 성행동 문제를 나타낸 것도 아님 등의 성행동 문제를 나타낸 유아 특징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유아의 성행동은 어떤 단‧장기 경향성이 없기 때문에 경향성을 논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며 “행위 영유아에게 경향성의 낙인을 찍지 말라”고 강조했다.
만약 유아가 성행동 문제를 보였다면 성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아이의 성문제를 겪은 교사나 부모는 부끄러움과 두려움, 불안과 죄책감 등을 느낀다. 또한 ‘아이가 어디서 그 행동을 배웠을까’, ‘고쳐지지 않고 심각해지면 어떡할까’를 우려한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반응은 국내외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며 “성인들이 아이 앞에서 이 일에서 충격 받은 것을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낙인이나 처벌보다는 ‘피해 유아와 행위 유아가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성교육은 인성교육… 유아기부터 타인 존중 가르쳐야”
이 교수는 성행동 문제 관리 체계의 목표는 ‘유아 안정’과 ‘인권 보장’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정부 매뉴얼에서 앞으로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린이집‧육아종합지원센터‧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규정할 것을 밝혔다.
“성교육은 결국 인성교육”이라고 강조한 이 교수는 “생활 전반에서 타인의 다양함을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성교육의 틀이며, 유아기부터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성남 어린이집 사건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 의견이 다수에게서 나왔다. 이 교수는 “언론 보도시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용어 사용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적절한 언어를 사용하고 아동과 부모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등의 2차 피해 방지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형윤 경기남부해바라기센터 소장은 “만 5세 아동은 성범죄 가해 아동이 될 수 없고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며 “특히 아이들이 3년만 지나면 검색해서 사건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취재 보도 시에 행위 아동에 낙인을 찍지 않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성남 어린이집 사건 이후, 아동 성행동을 개념화하고 문제 발생 시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해 어린이집 영유아 성행동 문제에 대한 관리‧대응 매뉴얼을 연구‧제작했다.
정부 측 담당자는 이날 포럼에서 성행동 문제에 정책 대상자를 배려하고 관계기관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김우중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과장은 이 자리에서 “매뉴얼은 피해 아동과 부모, 행위 아동과 부모,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 등의 정책 대상자를 배려하기 위한 예방과 대응 차원의 행정 절차를 담았다”며 “매뉴얼에 따라 각각의 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시스템을 갖추고,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김정아 베이비뉴스 기자, 이미지 동아일보 기자, 오채선 한국교원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 우현경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센터장 등 각계 전문가가 참석해 의견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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