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면한 라돈침대 피해자"… 암 유병률 일반인 2배
"정부가 외면한 라돈침대 피해자"… 암 유병률 일반인 2배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0.09.15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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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라돈 발생 침대 건강피해 대책 토론회

【베이비뉴스 김정아 기자】

라돈 피해자 중 암 확진을 받은 180명 중 70%는 여성이다. 갑상샘암이 41.1%로 가장 많았다. ⓒ베이비뉴스
라돈 피해자 중 암 확진을 받은 180명 중 70%는 여성이다. 갑상샘암이 41.1%로 가장 많았다. ⓒ베이비뉴스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수거할 때는 방사능이 기준치 이상이라더니 피해자들의 건강 피해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네요. 그렇다면 애초에 건강피해에 대한 근거도 없는데 기준까지 만들고… 수거는 왜 한 겁니까?"

라돈침대 피해자 호병숙 씨의 말이다. 호 씨는 1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라돈 발생 침대 건강피해 대책 토론회' 현장에서 이같이 말하며 정부의 라돈 침대 건강피해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토론회는 양이원영 국회의원실, 경기도,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시민센터, 라돈침대피해자모임이 공동주최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라돈사태가 일어난 지 2년이 지났다. 저선량방사선 관리의 최종 책임은 국가에 있다. 실증적인 조사를 통해 저선량 방사선 노출이 질병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라돈 침대 노출 10만 명 이상… 피해자 5000명 소송 진행 중

이른바 라돈침대 사태라 불리는 대진침대 라돈 초과 검출 사태는 지난 2018년 5월 한 방송사의 단독 보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보도 후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3차에 걸친 조사를 통해 해당 침대 수거명령을 내렸고 2019년 4월 기준, 10만 6661개의 침대가 수거됐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성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정책실장은 "정부는 첫 보도 이후 제품 분석과 수거 등은 했지만 피해자들의 건강 피해 정도에 대한 역학조사나 모니터링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돈 피해자와 전체인구 암 유병율 비교. ⓒ환경보건시민센터
라돈 피해자와 전체 인구 암 유병율 비교. ⓒ환경보건시민센터

라돈침대 집단소송을 맡고 있는 황경태 변호사에 따르면 라돈침대 피해소송자 모임은 5000명 규모로, 이중 의료정보를 제출한 488명 중 180명이 암 확진을 받았다. 

방예원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원이 발표한 '암 유병율 분포 분석에 따른 건강피해 보고서'를 보면 라돈침대 피해자소송자 모임 중 암 확진자는 3.6%에 달한다. 2017년 기준 전체인구의 암 유병율이 1.6%인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라돈 피해자 중 암 확진을 받은 180명 중 70%는 여성이다. 갑상샘암이 41.1%로 가장 많았고 유방암(19.4%), 폐암(13.8%), 백혈병(6.1%), 위암(5%), 기타 14.4% 등의 순이었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라돈 침대 사용자 중 40대의 암 유병율이 전체의 32%로 가장 높았다. 40대 일반 인구의 유병율은 14.33%이다. 라돈 침대 사용자 중 30대의 암 유병율은 전체의 30%로 일반 인구보다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정부는 건강피해 근거 없다는데… 전문가 "저평가됐다"

이날 토론회에 피해 증언자로 나선 호병숙 씨는 대진침대를 11년간 사용했고 사용 후 7년이 지난 2015년 자궁경부암, 2018년 유방암을 진단받았다고 밝혔다. 

호 씨는 "지금도 호르몬 억제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어 늘 몸이 아프고 피곤하다"며 "이렇게 피해를 호소했는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피해자에게 관심이 없다. 건강피해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원안위의 답변은 아프고 힘없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라돈 발생 침대 건강피해 대책 토론회'가 14일 경기도청에서 열렸다. ⓒ온라인생중계화면캡쳐
'라돈 발생 침대 건강피해 대책 토론회'가 14일 경기도청에서 열렸다. ⓒ온라인생중계화면캡쳐

실명을 밝히길 원하지 않는 다른 피해자도 "2007년 결혼할 때 대진 매트리스를 구매했고 임신, 출산, 육아하는 동안 내내 매트리스를 사용했다"며 "생후 15개월 때 아이는 소아암 진단을 받고 1년간 투병생활을 했고, 2015년 재발, 또 다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피해자는 "대진침대 피해자에 대해 건강 상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원안위에서 관리해야 한다. 대진침대를 사용하고 암에 걸린 국민들에 대한 조사와 보상 조치 마련 또한 힘써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또한 그간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원안위의 방사선 선량 측정은 실내에서의 라돈 측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해 저평가 됐다"며 "라돈과 토론에 의한 건강영향의 범위를 매우 좁게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원안위의 저선량에 대한 개념이 잘못돼 있기에 조사가능한 기간이나 선량임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한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있다. 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문제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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