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산모가 죽을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라 할지라도 천주교회는 낙태를 반대하며, 태아 먼저 살리라고 할 정도입니다.”
“우리 여성들은 끝날 때까지, 낙태죄가 완전하게 폐지될 때까지 싸우고 바꿔낼 것입니다.”
천주교회 여성 신자 1015명이 온라인 서명을 통해 ‘낙태죄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23개 단체의 연대체인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 신자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완전 폐지를 국가에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약 2주간 온라인을 통해 ‘낙태죄 완전 폐지’에 대한 천주교회 여성 신자들의 의견과 지지서명을 받았다. 공동행동 측은 총 1015명의 여성 천주교회 신자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에서 “여성 인권은 제쳐두고 태아 생명만 부르짖는 교회와 천주교회에 실망과 분노했다”며, “교회는 이런 여성 신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일 정부는 형법상 낙태죄는 존치시키되, 14주 이내의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임신 14주까지의 임신중지는 여성의 요청이 있으면 할 수 있다. 이후 15주 1일차부터 24주차까지는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로 보고 상담 및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 의사의 개인적 신념에 따른 인공임신중절 진료거부를 인정하는 내용도 담았다.
지난 8일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열린 ‘처벌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낙태죄 완전 폐지하라 기자회견’에서 나영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의 낙태죄 입법예고안은 여성에 대한 처벌을 유지하고, 보건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제약해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을 막는 기만적인 법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낙태죄 전면 반대한다”
지난 8월 한국천주교주교회는 ‘낙태죄 완전 폐지 입법 추진을 강력 반대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여성의 행복과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앞설 수는 없다”며, “태아와 산모는 엄연히 서로 다른 존재이며, 태아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의 범위 안에 포함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모든 형태의 낙태를 허용하게 된다면 여성의 건강에 치명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임신과 출산의 문제는 낙태죄 완전 폐지가 아니라, 임신과 출산을 오로지 여성에게만 책임지게 하는 사회 문화를 개선해야만 해결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천주교회 여성 신자들과 지지서명을 보낸 1015명의 여성 신자들은 낙태죄 완전 폐지를 찬성했다. 기자회견은 약 2주간 받은 천주교회 여성 신자들의 의견과 지지서명을 참석자들이 대독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참고로 의견과 지지서명은 본명이 아닌, 세례명으로 받았다. 공동행동은 그 이유를 “신자임을 확인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의견을 보내온 미로페 씨는 “임신중지에 대한 선택권은 여성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국가와 종교는 더 이상 여성의 몸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을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낙태죄 전면 반대한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요안나 씨는 “누구나 평등하고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스스럼없이 발휘하고, 어떤 선택을 해도 행복한 세상을 위해 낙태죄는 완전 폐지돼야 한다”면서 낙태죄 완전 폐지를 지지했다.
이어 플로라 씨는 “한국 천주교회가 여성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낙태죄 폐지 운동에 오히려 힘을 보태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글라시아 씨 역시 “낙태죄 폐지는 당연히 돼야 한다, 이미 폐지됐어야 한다”면서 낙태죄 폐지 찬성에 대한 의견을 보냈다.
기자회견 도중 낙태죄 완전 폐지에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이 기자회견장 근처에서 “낙태는 살인이다”라고 외치면서 기자회견을 방해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의 낙태죄 관련 입법예고안 직후 정치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는 지난 12일 낙태죄 완전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낙태죄를 명시한 형법 제27장 제269조와 제270조를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다.
정의당도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수많은 여성이 검은 옷을 입고 낙태죄 폐지를 외쳤지만,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며,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낙태죄는 폐지하지 않고 처벌 기준만을 완화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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