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학교 간 아이들, 유튜브 안 보고 친구랑 논단다
다시 학교 간 아이들, 유튜브 안 보고 친구랑 논단다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20.11.0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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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한번 해봤어] 코로나 시대, 일상 관찰하기

"가을이 오네" 싶었는데 가을도 막바지인 것 같은 요즘이다. 바람이 차갑다. 그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도 심상치 않다. ‘가을, 너를 이렇게 그냥 보낼 수는 없다’ 싶어 길을 나섰다. 그래 봐야 동네 한적한 길. 커피 한 잔을 사서 혼자 천천히 걸었다.

벤치가 보이면 마스크를 잠시 벗고 커피를 마셨다. 한 모금 마시고 얼른 마스크를 썼다. 떼었다 붙였다 하는 메모장처럼 마스크를 벗고 쓴다. 다시 길을 걷는다. 햇살이 곱다. 차가운 바람의 온도마저 식혀주는 햇살. 이런 날씨가 새삼 감사하다. 조금 행복하다는 생각도 든다.

커피를 마시며 걷던 산책길. 가을 낙엽이 멋있다. ⓒ최은경
커피를 마시며 걷던 산책길. 가을 낙엽이 멋있다. ⓒ최은경

또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부앙 부앙~” 이게 무슨 소린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니, 경비원 아저씨가 바람을 세게 일으켜서 낙엽을 치우는 기계를 어깨에 메고 있다. 치워야 할 낙엽이 어마 무시한데, 그냥 두면 안 되나 궁금했지만 치우는 사정이 있겠지 싶어 자리를 뜬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낙엽의 길’이 등장했다. 응? 웬 낙엽의 길. 일정 기간 여기 쌓인 낙엽은 치우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가 보였다. ‘그래, 가을인데 낙엽이 좀 쌓이면 어때서’ 소음으로 어수선했던 마음이 다시 가을 햇살처럼 반짝였다.

마시던 커피도 이제 한 모금 남았을까. 앉을 벤치를 찾던 그때, 자전거를 타던 아이가 “아아아아!”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내 앞에서 넘어졌다.

아홉 살이나 됐을까. 정말 순간이었다. 미끄러져 넘어진 것 같았는데 아이는 금세 일어나 자세를 고쳐 섰다. 잠시 정적에 가까운 순간이었다. 앞서가던 아줌마도, 그 뒤에 있던 나도 놀라서 걸음은 멈췄는데 뭐라고 말은 나오지 않았다. “괜찮아?”라고 물어나 볼까 싶던 그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OO아, 괜찮아?”

내 앞에서 뒤에서 그리고 그 뒤에서…. 아이를 걱정하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잠시 어쩔 줄 모르던 아이의 얼굴이 그제야 조금 펴졌다. 마치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다친 아이 주변으로 하나둘 모여드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괜찮다’는 말이 이렇게 힘이 되는 말이었나? 생각했다.

너무 흔한 말이라 어쩐지 자꾸 쓰는 것이 꺼려지기도 했는데…. 연거푸 ‘괜찮아’란 말을 들으니, 안 괜찮아도 괜찮아질 것만 같았다. 자꾸만 하고 싶어지는 말이었다. ‘괜찮다’라는 말을 대신할 말을 찾기가 어려웠다.

◇ 친구와 함께라면, 안 괜찮은 것도 괜찮아질 것 같아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조치로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간다. 얼굴이 밝아졌다. 아이들 소리가 길에서 들리니 새삼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아이들에게서 이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 않다. ⓒ베이비뉴스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조치로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간다. 얼굴이 밝아졌다. 아이들 소리가 길에서 들리니 새삼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아이들에게서 이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 않다. ⓒ베이비뉴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오랜 시간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못 했다. 우리 집 아이들을 봐도 공부를 안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아쉬움이 없었다. 다만 친구들과 못 노는 것, 이야기를 할 수 없고, 장난도 못 치는 것, 생일 파티와 파자마 파티도 못 하는 것, 현장학습엘 갈 수 없는 것이 속상할 뿐이었다. 그 마음을 유튜브 보는 시간으로 달랬던 아이들이다.

그랬는데, 학교에 다시 가기 시작하면서 아이들 얼굴이 밝아졌다. 친구들과 놀고 오겠다며 유튜브도 우선순위에서 밀렸다(세상에 이런 일이!).

열 살 둘째 아이는 마스크 때문에 친구들과 말하기도 불편하고, 분식집에서 컵볶이도 함께 먹을 수도 없지만, 놀이터에서 그네를 같이 탈 수 있다고 좋아했다. 핸드폰 게임도 ‘같이’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친구와 같이하는 모든 것이 즐겁다고 했다. 이건 결코 집에서 채워줄 수 없는 것들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조치로 매일 학교에 가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하교 시간 즈음 동네가 조금 시끄러워진 것을 느끼며 코로나 이전으로 살짝 돌아간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이 즐거움을 뺏고 싶지 않았다. 안전 걱정할 것 없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친구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말에서, 내 아이가 한 말이 떠올랐다. "오늘 친구랑 놀아서 너무 좋았어, 내가 너무 하고 싶었던 게임을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어. 또 이렇게 놀았으면 좋겠어"라고. 그리고 자전거 타다 넘어진 아이가 어쩌면 엄마에게 했을지도 모를 말을 떠올렸다.

"오늘 자전거 타다가 넘어졌는데 친구들이 모두 괜찮냐고 물어보고 걱정해줬어. 아팠는데 그래서 좀 괜찮았어."

단풍놀이도 못 갔지만 올해 그 어떤 장면보다 아름답게 기억될 가을의 풍경이었다.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성에 대해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서 성교육 전문가에게 질문한 성교육 책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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