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이 대단해? 칭찬받을 일인가요"
"아빠 육아휴직이 대단해? 칭찬받을 일인가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11.23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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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임아영·황경상 기자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 9일 서울 내수동의 한 카페에서 부부기자인 임아영·황경상 기자를 만나 육아휴직 경험담을 들어봤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9일 서울 내수동의 한 카페에서 부부기자인 임아영·황경상 기자를 만나 육아휴직 경험담을 들어봤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육아휴직은 회사 여건이 된다면, 결정이 본인에게 달린 상황이라면 무조건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소중한 시간이고 돌이켜봐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다른 이유를 불문하고 본인을 위해서요.”

아홉 살, 다섯 살 두 아이 아빠, 황경상 경향신문 기자의 말이다. 황 기자는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육아휴직을 했다. 그 경험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블로그에 아이 엄마, 임아영 기자와 함께 연재했다.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정했다」(북하우스, 2020년)라는 책을 펴냈다.  

임 기자는 「이런 줄도 모르고 엄마가 됐다」(생각의힘, 2018년)를 통해, 엄마들이 고용단절(경력단절)이 될 수밖에 없고 아빠들은 아이와 지낼 시간이 확보되지 않는 사회 구조를 아이를 낳고서야 알게 된 ‘리얼 워킹맘’의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육아, 정말 지옥 같았다”)

입사 동기 부부기자인 두 사람을 지난 9일 서울 내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빠 육아휴직으로 경험한 가정 내 ‘평등육아’, ‘찐 육아동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 기자는 2년 전 기자와 한 저자 인터뷰에서 '독박육아'로 잔뜩 화가 나 있었는데, 이번 인터뷰에서는 웃음도 많아지고 확실히 여유가 좀 생긴 모습이었다.

엄마 임 기자는 2012년, 2016년 두 차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아빠 황 기자는 2019년 6개월 동안 육아휴직을 했다. 아래는 두 사람과 나눈 질문과 답변이다.

◇ “‘이제 내 맘 알겠어?’ 통쾌하면서도 묘한 동질감 느껴”

황경상 기자는 “육아휴직은 회사 여건이 된다면, 결정이 본인에게 달린 상황이라면 무조건 해보시라”고 추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황경상 기자는 “육아휴직은 회사 여건이 된다면, 결정이 본인에게 달린 상황이라면 무조건 해보시라”고 추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육아휴직을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요?

황경상(이하 황) : “지난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라 초기 적응을 돕고자 하는 취지였어요. 장모님 무릎이 안 좋으셔서 장인어른이 8월에 일을 그만두고 돌봐해주시기로 한 상황이라 그 사이 공백을 제가 채우기로 한 거죠. 1년을 휴직하자니 경제적 부담이 커서 사실 엄두가 안 났고요.

회사에서 아빠 육아휴직 ‘4호’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사례가 없진 않았지만 막상 육아휴직 하겠다고 얘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기자들 입장에선 경력이 끊길까봐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당시 출입처를 나가는 게 아니라 데이터저널리즘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긴 했어요.”
 
- 육아휴직을 직접 해보니 어떠셨어요?

황 : “전업으로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많은 ‘디테일’을 알게 됐어요. 하기 전에도 할 수 있는 선에선 많이 한다고 했는데 전업으로 해보니, 그림자 노동이라고 하잖아요, 자질구레한 게 진짜 많더라고요. 아이를 학교와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일은 가까운 거리지만 시간 단위로 오가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 잠깐 집안일 하다보면 또 데리러 갈 시간이 되요. 학교에서 놀이터에서 가만히 기다려야 할 때도 많고요.” 

- 육아휴직하고 얼마나 지나서 적응했다고 느껴졌어요?

황 : “처음에는 동선을 잘 못 짜서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할 때가 많았어요. 첫째를 학교에 9시까지 보내야 하고, 둘째 어린이집은 9시 반까지 보내야 하는데 그사이 30분이 비거든요. 처음엔 집에 왔다 갔다 했는데 좀 익숙해지니까 30분을 둘째와 공원에서 보내기도 하고, 과자 하나 사주면서 보내기도 하고 노하우가 생기더라고요. 익숙해지는 데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웃음).”

- 육아에 적응해 가는 남편의 모습을 어떻게 지켜보셨어요?

임아영(이하 임) : “통쾌했어요(웃음). 남편은 저에 비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타입이에요. ‘어떤 면에서는 왜 저렇게 탁탁탁 못할까?’ 하면서도 어떤 면에선 끈기가 있으니 아이 육아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진짜 ‘육아동지’라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임 : “제가 육아휴직 때, ‘일 있어서 좀 늦어’라고 남편한테 문자메시지가 왔을 때 화가 났던 생각이 났어요. 육아휴직하고 얼마 안 돼서 제가 놀려 주고 싶어서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걸어가면서 ‘오늘 좀 늦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남편이 ‘왜?’ 하는데, 그때 너무 통쾌하더라고요.

‘이제 내 맘 알겠어?’ 이런 느낌(웃음). 통쾌하면서 묘하게 알 수 없는 동질감이 느껴졌어요. 처음 동지라고 생각했죠(웃음). 그 이후로 몇 번 더 써먹었는데 안 속더라고요.”

◇ “아이가 ‘아빠가 사줬어요’ ‘아빠랑 뭐했어요’ 하면 뿌듯하죠”

임아영 기자는 “육아휴직 한 아빠가 훌륭하다고 남편은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뭐가 칭찬받을 일이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임아영 기자는 “육아휴직 한 아빠가 훌륭하다고 남편은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뭐가 칭찬받을 일이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육아휴직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떤 게 있으세요?

황 : “애들하고 대화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꽃을 같이 보면서 ‘아빠 왜 꽃잎이 떨어지면 아프지 않아?’ 이런 소소한 대화를 나눈 거요.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질문에 제가 대답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좋았어요. 제가 같이 없었으면 그런 대화는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자라는 과정을 함께한 것 자체가 기억에 남습니다.”

임 : “전 첫 육아휴직 때 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 큰애는 예민한 편이라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아이여서 많이 울었고, 둘째 때는 큰애가 다섯 살이라 덜 힘들었어요. 아이가 말을 하니까 말 상대가 돼줬거든요.

육아휴직은 엄마·아빠에게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정서적으로 위로를 주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두 번째 육아휴직 땐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육아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또 저희 엄마와 아빠의 젊은 시절을 살아보게 되는 것도 같고요. ”

- 가장 힘들었던 건 어떤 게 있어요?

황 : “아이에게 성질내고 나면 마음이 안 좋아요. 첫째는 학교 가니까 규칙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시켜도 안 하면, 화를 내게 되고 그러면 ‘내가 어른스럽지 했구나’ 하고 자책을 하게 되거든요. 어제도 엄청 화냈어요(웃음).”

임 : “저는 (사회가) 엄마한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게 힘들었어요. ‘왜 세상은 나한테 공정하지 않지?’, ‘왜 육아도 엄마한테 더 많이 하라고 하지?’ 사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재밌고 보람되고 사랑스럽기도 한 일인데 한편으로는 불공평한 일, 힘든 일로 치부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 육아휴직 동안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인가요?

황 : “아이들이 저를 많이 찾을 때요. 어린이집 가서 아이가 ‘아빠가 사줬어요’, ‘아빠랑 뭐 했어요’ 그런 얘기를 했다는 얘길 들으면 뿌듯하죠. 사소한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막상 하면 힘들긴 한데, 애들하고 보내는 이 시간은 지나가면 못 돌아오는 시간이니까 함께 보냈다는 게 보람 있었던 것 같아요.”

임 : “화가 덜 나는 걸 느낄 때?(웃음). 남편이 육아휴직하고 나서 예전보다 화가 덜 났던 게 확실히 변화예요.”

◇ “육아휴직급여 높이고 육아휴직 거부 사업장에 강한 패널티 줘야”

황경상 기자는 “아이들 데리고 생활하다 보니 세상이 아이 키우기 불편하게 돼 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황경상 기자는 “아이들 데리고 생활하다 보니 세상이 아이 키우기 불편하게 돼 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실제 육아를 맡아 보니 도움이 됐던 좋은 정책이나 제도는 어떤 게 있었나요?

황 :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요. 배우자 육아휴직 후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첫 3개월 동안 통상임금의 100%(상한 250만 원)를 주더라고요. 도움이 많이 됐죠.”

-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이나 제도가 있다면요?

임 : “육아휴직급여 현실화가 제일 필요해요. 육아휴직급여도 소득대체율 올려주고 육아휴직 못하게 하는 사업장에는 강력한 패널티가 있어야 해요. 아이 키우는 일은 너무나 사소한 일들이 많이 모인 일이에요. 제일 많이 해봐야 하는 사람은 정치인입니다. 열흘만 아이를 돌보면 이상한 정책을 못 내놓을 텐데 너무 답답해요.”

-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낮고, '여성이라면 당연히 하는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임 : “돌봄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집에서 논다’는 말이 제일 나쁜 말이라고 생각해요. ‘집에서 논다’는 말, 남자한텐 안 하잖아요. 돌봄은 노는 일이 아니고 돌봄이 여자만의 일이 아닌데, (사회적 편견을) 깨부숴야 해요.

주변에서 남편한테 ‘어떻게 육아휴직을 하셨어요?’ ‘좋은 아빠시네요’ ‘대단하시네요’라고 해요. 육아휴직 한 아빠가 훌륭하다고 남편은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여성이 하면 당연한 일이고 남성이 하면 칭찬받을 일인가? 그런 면에서는 소수의 이슈로 싸우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 육아휴직을 경험하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요?

황 : “세상이 아이 키우기 불편하게 돼 있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아이들 데리고 생활하다 보니, 평소 성인 남성으로서는 보지 못한 불편한 것들이 보였어요. 보도블록 턱이라든지, 위험한 구조물 설치 같은 것들이 불친절하게 돼 있었어요. 첫째아이가 ‘따릉이’(서울시 자전거 공유 시스템)에 관심이 많은데 아이를 위한 ‘따릉이’는 왜 없냐고 하더라고요. 아이의 시각에서 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때가 많아요. 아이가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말을 잘 못하니까 색종이를 가져가서 막 나눠주고 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저도 먼저 다가가지 못했던 같은데 '좋은 친구들이 많았구나' 하고 성장 과정을 반추해보게 됐어요. '옛날에 부모님이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혼자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에 자랐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 다시 육아휴직을 하게 된다면 꼭 하고 싶은 게 있는지요?

황 : “화를 좀 덜 내고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창의적 활동을 하고 싶어요. 같이 동화책을 만들어본다거나,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거나, 지난해엔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 집중했다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여유를 가지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임 : “저희는 너무 소수 중에 소수여서 다른 분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돼요. 회사가 고마운 결정을 해준 것에 대해 저희가 운이 좋은 편이라 생각해요. 여전히 (육아휴직을 할 수 있어서) 회사에 고맙다고 말하는 게 한국의 현실인 것 같아요. 50대 남성분들이 현실을 많이 아셔야 30대 남성이 육아휴직을 할 수 있어요. '나는 할 수 없는 환경인데' 하고 속상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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