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산 지 10년… 히말라야에서 발견한 '나'
엄마로 산 지 10년… 히말라야에서 발견한 '나'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0.12.15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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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연결과 회복의 여행기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몇 년 전 한 달간 유럽여행을 간 적이 있다. 여행 소식을 부모님과 지인에게 전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여자 혼자 여행가면 위험해’였다. 여행의 시작은 지인들을 설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 상황은 나에게 국한되지 않았다. 여행 유튜버가 여성이면 영상 댓글에는 위험한 여행 장소를 가지 말라는 언급이 많다. 반면 남성 여행 유튜버에겐 새로운 장소를 가달라고 요청한다. 백운희 작가의 책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책구름, 2020년)를 처음 펼쳤을 때, 나의 경험이 떠올랐다. 

저자인 백운희 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여성, 기자, 엄마, 경력단절여성, 주부, 시민단체 활동가로 살았다. 하지만 그녀의 히말라야 트래킹 준비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2017년 1월 히말라야 트래킹을 떠나기 위해 남편과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고, 아이를 언니에게 맡겨야 했다. 

마르디히말 롯지의 아침 ⓒ백운희
마르디히말 롯지의 아침 ⓒ백운희

“나는 다른 이의 희생이 담보돼야 나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처지였다. ‘여성이 돌봄의 무게를 덜기 위해 또 다른 여성을 갈아 넣어야 하는 구조’ 그대로였다. 억울했다. 해외 출장이 잦은 남편은 갑작스레 일정이 생기더라도 아이 돌봄 문제로 업무에 차질을 겪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38쪽)

남성이 히말라야로 떠난다면 이처럼 많은 반대에 봉착하진 않을 거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이 책은 단순한 히말라야 트래킹 경험담이 아니다. 작가는 히말라야 트래킹의 경험으로, 한국사회에 고착화된 성역할을 지적한다.

“나 하나 일을 그만뒀다고 가정에 닥친 어려움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다. 살림과 돌봄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사회 구조는 그대로 두고 엄마들이 전업맘, 워킹맘, 경력단절여성으로 분류되고 잣대에 놓이는 답답함은 계속됐다.”(183쪽)

◇ 스스로를 돌보고 세상과 이어주는 회복의 장소, 히말라야 

저자는 책에서 ‘엄마를 향한 잣대부터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라고 언급하며 동시에 ‘돌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싶다’고 말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미래는, 자신으로 존재하면서 엄마와 직장인의 역할을 함께할 수 있는 사회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직접 국회와 정치권에 요구하고 나섰다. 유아교육 정상화와 공공성 확대, 어린이집 급간식비 최저 기준 인상, 어린이생명안전법안 등이 이런 것이다. 엄마가 육아를 하고 직장을 다니며 죄책감과 상실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사회, 여성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사회이다.

2019년 11월 28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유치원 3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2019년 11월 28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유치원 3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그렇다면 저자는 히말라야 트래킹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극한 상황 속에서 낯선 이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낯선 음식과 떨어진 체력 때문에 입맛이 없었고,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고산병과 추위는 기본이다.

이 때 작가는 ‘또 다시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극한의 여행 속 낙관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작가에게 히말라야는 스스로를 돌보고 세상과 이어주는 회복의 장소가 됐다.

2주 동안의 히말라야 트래킹은 저자를 변화시켰고, 저자의 남편도 변하는 계기가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녀가 스스로 목적을 찾기 위해 사유할 수 있도록 심리적 공간을 만들어주고 더는 욕심내지 않는 일이라는 것.”(263쪽, 남편의 글)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작가의 히말라야 트래킹은 자신을 변화시켰고 남편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이제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는 모두 '히말라야'로 가야 한다. 스스로 회복되고, 세상과 이어지는 터닝포인트가 되는 곳. 그곳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것이다. 나만의 히말라야를 찾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것이 나를 변화시키고, 상대를 변화시키며, 또 사회를 변화시키는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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