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짓기 전에, 우리 학교 가는 길도 생각해주세요
아파트 짓기 전에, 우리 학교 가는 길도 생각해주세요
  • 기고=이초영
  • 승인 2020.12.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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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드 대장정 18] 이초영 북성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은 집에서부터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합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어린이 통학로 안전을 위한 ‘그린로드 대장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어린이 안전 인식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내가 사는 서대문구는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덕분에 학교 가는 길이 위험천만이다. ⓒ이초영
내가 사는 서대문구는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덕분에 학교 가는 길이 위험천만이다. ⓒ이초영

제가 사는 서대문구는 재개발 공사가 한창입니다. 재개발로 주변 도로는 몇 년 동안 공사 중이라 공사차량이 수시로 지나다닙니다. 저와 친구들은 덤프트럭과 대형 트럭을 피해 인도로 다니지만, 그마저도 차도와 인도가 구분이 잘 되어 있지 않아 위험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 등교할 수 있는 통학로는 총 세 곳이 있습니다. 이 중 한 곳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데,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 통학로로 출입을 할 수 없고, 다른 한 길은 아파트 공사로 차도와 인도에서 도로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이었습니다.

◇ 험한 길 피해 아파트 단지 후문 이용했더니 '외부인'이라고 나가라고…

저는 예전에 주변 도로가 험난하고, 공사도 마무리되지 않아 다른 아파트 단지로 통하는 후문으로 하교를 해 본 적이 있는데, 경비원 아저씨와 아파트 주민들에게 외부인이라며 통제를 당해 다시 학교 후문으로 들어가 공사 중인 길로 하교를 해야만 했던 곤란한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어른들은 어린이의 안전보다 아파트를 외부인으로부터 지키는 일이 더 중요했나 봅니다. 

우리의 등하굣길은 항상 안전해야 하고 어린이들은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지 않은 아파트를 통학로로 이용하더라도, 통행이 제한되어서는 안 되고, 더 나아가서는 어린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통학로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님과 함께 구청으로 민원을 넣기도 했습니다. 

마침 저는 올해 서대문구 아동참여위원회(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3~6학년 52명으로 구성된 아동참여 기구)에 참여하였는데, 때마침 활동 주제가 ‘통학로 안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개발·재건축 공사로 인한 통학로 안전, 이대로 괜찮은가?’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함께 통학로 근처 공사현장에 방문하여 사진도 찍고, 어떤 부분이 위험한지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다른 아동참여위원회 친구들은 공사현장의 소음과 먼지로 인한 불편함, 덤프트럭·포크레인 등의 대형 공사차량으로 인한 위험, 안전펜스 등 보호 장치 부실, 공사장에서 배출된 적재물로 인해 자신과 친구들의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참여위원 활동을 도와주시는 대학생 지원단 선생님과 구청, 어린이재단 직원분들과 함께 온라인 회의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법이 생기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의견을 내었습니다.

이런 의견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서대문구의회에 전달되었고, 우리가 제안한 의견들이 반영된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단속, 등하교시간 공사 차량 이동 제한, 교통 안전지도사 배치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서대문구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을 위한 조례’가 개정되었습니다.

◇ 서대문구 아동참여위원으로 통학로 안전 지키는 조례까지 제정

우리가 제안한 의견이 '서대문구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을 위한 조례'로 제정됐다. 화상으로 만나 진행한 정책 간담회 영상 갈무리. ⓒ이초영
우리가 제안한 의견이 '서대문구 어린이 통학로 교통안전을 위한 조례'로 제정됐다. 화상으로 만나 진행한 정책 간담회 영상 갈무리. ⓒ이초영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재개발이나 재건축 공사를 진행할 때, 통학로에 대한 안전대책을 미리 만들고, 그 길이 어린이들이 다니기에 안전한지 자주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은 조례에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조례보다 더 큰 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국회에도 갈 뻔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갈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저희가 제안한 내용들이 조례에 모두 다 반영이 된 것은 아니지만, 저희의 의견을 어른들이 들어주셨다는 것이 좋았고,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서대문구가 어린이들을 위해 더 좋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주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고 4개월이 다 되어서야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판, 30km 제한 과속방지 카메라, 인도에 가드레일이 설치되었습니다. 학교로 가는 언덕길에도 계단이 생겨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게 되었고 예전보다는 조금 더 안전한 통행로가 생겼습니다. 

아파트를 멋지게 짓는 것도 좋지만,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통학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는 배려가 있었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요?

재개발은 주변 이웃들과 여러 마찰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해 구청, 학교, 건설사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주시고, 어른들이 함께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이 일이 어린이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지 항상 먼저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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