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로 전문가는 어른이 아니다, ‘아동’이다 
통학로 전문가는 어른이 아니다, ‘아동’이다 
  • 기고=장세일
  • 승인 2021.0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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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드 대장정 20] 부산아동옹호센터 장세일

아이들은 집에서부터 학교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합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어린이 통학로 안전을 위한 ‘그린로드 대장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어린이 안전 인식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애들이 '통학로 안전' 뭘 아냐고요? 아이들이 더 잘 압니다. 무엇이 날 위험하게 하는지. ⓒ베이비뉴스
애들이 '통학로 안전' 뭘 아냐고요? 아이들이 더 잘 압니다. 무엇이 날 위험하게 하는지. ⓒ베이비뉴스

“애들한테 물어봐서 뭐합니까, 학교 앞에 문방구 가는 얘기나 적겠지.”

2019년 부산에서 ‘아이들의 의견이 반영된 안전하고 쾌적한 통학로 조성’이라는 목표를 내세운 그린로드 대장정을 시작하고 아동 통학로 설문조사를 준비하며 들었던 말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도 있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린로드 대장정 담당자인 본인부터도 통학로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아동들이 어떤 의견을 낼지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 아동 교통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국가 차원의 통학로 안전 대책이 구체화 되는 이때야말로 현재의 대책이 통학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고, 핵심 권리주체자인 아동들의 눈높이가 중요하게 고려됐는지, 안전에 대한 욕구가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아이들만 알아차리는 통학로 위험요소, 분명히 있다

설문조사 내용 중 통학로 위험요소를 정리한 Google Map. ⓒ장세일
설문조사 내용 중 통학로 위험요소를 정리한 Google Map. ⓒ장세일

부산 지역에서 2019년부터 2년에 걸쳐 총 28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아동 통학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구청, 경찰서, 교육청의 담당자 등 성인의 눈높이에서 확인하기 어렵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통학로의 위험요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횡단보도의 보행 신호 유지 시간이 아이들의 보폭으로 안전하게 건너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기존의 어린이보호구역이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통학로를 충분히 포함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 횡단보도 주변에 자신들의 키보다 큰 불법주정차로 인해 시야가 가려지는 것이, 어른이라면 몰라도 아이들에겐 굉장히 두려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통학로에 대한 아이들의 의견은 그린로드 대장정 사업을 진행하는 구청, 의회, 경찰서, 교육청 등에 전달했다. 기관들도 아이들의 의견이 충분히 타당하다고 판단해 아동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어린이보호구역 확대 지정, 신호등 추가 설치, 주 통학로 인도 설치 등 실질적인 통학로 개선 작업을 하기도 했다.

2019년 제주도에서도 아동들이 권리주체자로 통학로 개선사업에 참여한 ‘참여형 지도 기반설문시스템 구축 사업’이 진행됐다. 제주도가 행정안전부와 함께 10개 학교를 대상으로 아이들이 직접 태블릿 PC를 통해 등하교 이동경로, 교통사고 지점, 무단횡단 충돌유발지역 등을 표시해 지도를 구성해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작업이었다.

부산의 그린로드 대장정과 제주도의 아동 참여 과정은 아이들이 통학로에서 ‘보호’ 받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통학로를 가장 잘 아는 수요자이자 권리주체자로서 통학로 환경 개선에 주요한 의사결정자로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 처벌 무서워 피하는 곳 아닌, 당연히 배려하는 곳으로 자리잡길

“어른들에게 전하는 교통안전 메시지”를 주제로 아동들이 직접 그린 포스터를 부착한 노란 전주. ⓒ장세일
“어른들에게 전하는 교통안전 메시지”를 주제로 아동들이 직접 그린 포스터를 부착한 노란 전주. ⓒ장세일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민식이법’의 시행은 통학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우 높은 처벌 수위로 인해 시민과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동을 보호하는 곳’보다는 ‘자칫하면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아동이 ‘배려와 보호가 필요한 존재’보다는 ‘피하고 싶은 존재’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부작용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식이법’ 처벌에 대비한 운전자보험이 출시되기도 하고, 어린이보호구역에 아예 진입하지 않도록 우회하는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끄는 것이 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통학로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결국에는 처벌이 두려워 조심하는 인식보다는, 아직 성장 과정에 있어 눈높이가 성인과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는 사회적 인식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자와 아동은 서로 그 입장이 다르다는 것, 그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에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운전자에게는 아동들의 눈높이에서 느낄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 아동들에게는 운전자의 시야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교육이나 캠페인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동들의 눈높이를 시민과 운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옐로카펫, 노란 발자국, 노란 전주 등의 안전시설물들이 인식 개선 활동의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을 안전하게 만드는 일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다. 법적 기반과 물리적 환경을 바꾸는 것 역시 안전한 통학로를 100% 보장하지는 못한다. 많은 사람이 노력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비극이 또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그 비극을 막아야 하는 책임 중 상당 부분은 어른들에게 있지만, 통학로에서의 당사자인 아이들에게도 그것을 공유해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린이보호구역과 아이들에 관한 편견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언젠가는 통학로 안전에 대해 걱정을 하는 것이 새삼스러워지는 환경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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