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이를 낳으면 행복할까? 꼭 결혼하고 같이 살아야 가족이 될까? 그냥, 같이 살면 가족 아닌가?
이 질문을 2040 미혼 성인에게 던져봤더니, 10명 중 4명만이 '내겐 결혼이 필요하다'라고 대답했다. 결혼이 외로움을 해결해주고, 보다 행복한 삶을 만들어줄 것이란 기대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혼하면 당연히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10명 중 2명에 불과했으며, 자녀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더 행복할 것이란 의견도 10명 중 3명에 그쳤다.
◇ "능력 있으면 연애만, 나 혼자 살아도 아무렇지 않은 시대"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의 만 19세~49세 미혼 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결혼관과 출산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우선 미혼남녀들에게 '결혼의 필요도'를 물었더니, 43%만이 결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엠브레인 측은 "2018년 실시한 동일 조사와 비슷한 결과(44.1%)로,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가 고착화된 것"이라 해석했다. '내겐 결혼이 필요하지 않다'고 단정한 응답자도 34.7%로 상당한 수준이었는데, 이런 양상은 20대보단 40대에게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결혼이 외로움을 해결하고, 보다 행복한 삶을 만들 것이란 기대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34.1%만이 '현대사회를 외롭지 않게 살아가려면 결혼은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결혼을 한 사람이 결혼하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는 미혼자도 21.7%에 불과했다.
다만, '외롭지 않게 살려면 결혼해야 한다'에 남성은 43.8%가, 여성은 24.4%가 동의했고, '결혼하면 안 한 것보다 행복할 것'이란 말에 남성은 32.4%가, 여성은 11%가 동의했다. 결혼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남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은 혼자 살아도 괜찮은 시대'에 10명 중 8명(80.2%)이 동의했다. 연령과 상관없이 '능력이 있으면 연애만 하고 싶고', '혼자 살아도 지장 없다'는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
또, 45.9%는 '결혼보다는 직장과 일에서 인정 받으며 살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런 양상은 여성(56.2%)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는데, "결혼과 출산 과정에서 경력이 단절되기 쉬운 여성의 현실적인 고민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엠브레인 측은 설명했다.
◇ 41.3% 희망 자녀 숫자 '0', 미혼 여성 2명 중 1명은 '출산 NO'
미혼자들이 결혼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자유로운 생활이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52.4%, 중복응답)이 가장 컸다. 자녀 양육과 결혼 비용, 가계 운영에 대한 경제적 부담, 새로운 가족관계가 걱정된다는 응답도 대부분 40%를 아울렀다.
출산에 대한 기대감또한 낮았다. 응답자의 10명 중 2명(18.6%)만이 '결혼하면 자녀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또, 자녀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더 행복할 것이란 의견도 30.4%에 그쳤다. 희망하는 자녀 숫자를 물었을 때 '낳고 싶지 않다'는 41.3%였고, 미혼 여성의 2명 중 1명은 '출산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응답자의 88%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 공통된 인식을 보이고, '저출산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는 주장에 공감했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 해결에 사회적 노력이 부족하다는 인식 또한 같았다.
예를 들어 '자신이나 가족이 다니는 직장 및 조직에서 자녀 출산 및 양육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2명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가족의 개념과 제도가 개편돼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에 많은 응답자들이 '가족은 결혼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68.7%)라고 대답하며 동의했다. 76.9%는 '사랑한다고 꼭 결혼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대답했고, '결혼하지 않은 동거인도 엄연히 가족'(59.9%)이라고 말했다.
엠브레인 관계자는 "응답자의 82.2%가 이제는 사실혼, 미혼모, 미혼부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인식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는데, 다양한 가족을 법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의 정부 구상안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은 이런 인식과 일맥상통한다"라며 "응답자 대부분(88.7%)이 '앞으로 결혼제도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 전망한 만큼, 이번 정부 정책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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