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이 증언한 '코로나' 1년…"아동간 격차 벌어졌다"
어린이집 원장이 증언한 '코로나' 1년…"아동간 격차 벌어졌다"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1.02.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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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정부 방역지침·가정보육 지원 등 '아이들 발달' 중심 놓고 재검토해야"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코로나19 사태 1년. '코로나19'라는 이제 우리의 일상과 불가분의 단어가 돼 버렸다. 그 어떤 일상도 '코로나19'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린이집을 비롯해 돌봄기관과 학교는 문을 닫고, 놀이터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었던, 아이들의 삶과 생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와중에도 긴급보육과 가정보육 지원 등으로 아이들을 돌봐왔던 어린이집 교사들은 지난 한 해를 어떻게 보냈을까?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긴급보육'이란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아이들과 교사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앞으로 어떤 대책이 마련되길 바라는지,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물었다. 

'위드코로나시대의 유보육 실태와 미래'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2021 와글와글 작당회'에서는 지난 18일 양육자들의 목소리를 들은 데 이어 2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어린이집 원장님을 비롯해 10여 명의 현장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 아이들 발달이 느려졌다…'마스크'와 '유튜브' 때문

마스크 쓰고 생활하느라 언어발달 늦고, 미디어 노출 나이는 더 어려졌다. 코로나19는 아이들의 관계성과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어린이집 종사자들이 입 모아 지적했다. ⓒ베이비뉴스
마스크 쓰고 생활하느라 언어발달 늦고, 미디어 노출 나이는 더 어려졌다. 코로나19는 아이들의 관계성과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어린이집 종사자들이 입 모아 지적했다. ⓒ베이비뉴스

이번 작당회의 좌장을 맡은 임미령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사교육포럼 대표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영유아발달 격차가 벌어지는 것에 큰 우려가 있다.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바론 어땠는가"라고. 

임 대표의 질문에 가장 먼저 언급된 문제는 아이들의 언어발달이 늦어진다는 것이었다.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생활하는 탓에 아이들 말이 늦은 아이들 언어발달에 더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가정보육이 늘어나며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 또한 많이 늘어난 것도 아이들의 언어발달뿐만 아니라 사회성 및 또래 관계 형성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줬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어떤 아이는 뽀로로가 한 말을 그대로 똑같이 뱉어내며 다닌다. 그런 말을 상호 반응을 이어가며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뽀로로가 한 말을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관계를 맺고 대화하는 것이 아닌 일방적 수준의 언어만 받아들이고 뱉어낸다. 미디어 노출 나이가 영아까지 내려오면서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부모님께 아이가 어릴 땐 미디어와 완전히 분리하고, 부모님도 스마트폰 등 미디어 시청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노출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등 돌봄기관에서 가정보육 지원으로 제작해 보내는 미디어 콘텐츠를 어떻게 어느 수준으로 활용할지도 고민해봐야 할 일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안 그래도 미디어 노출을 주의해야 하는 시기인데 영상 교육 콘텐츠에 아이들이 더 익숙해질까 봐 우려된다"며 가정양육을 지원하는 방식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 방역지침이 아이들 ‘발달권’ 침해하진 않았는지 현장의 시선으로 봐야 

"어린이집에 내려온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보면 4㎡당 한 명씩 돌볼 수 있고, 협소한 시설은 1m로 완화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떻게 1m 거리를 두고 생활할 수 있나. 바깥 놀이 공간이 없거나, 실내 유희 공간이 좁은 어린이집은 더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언어발달, 사회성 발달에 이어 아이들의 신체발달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 어느 곳에서도 마음껏 놀 수 없는 시대, 임미령 대표는 "이 시기 아이들은 활발하게 움직여야 주의집중력과 성취감이 높아져서 부정적 감정이 줄어드는데, 아이들의 움직임을 제한해야 하는 시대라는 게 발달상의 문제를 가져오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어린이집은 그동안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를 감염이 두려워 아이들을 '과잉보호'했다. 그러나, 교육자로서, 기관을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정부 지침이 아이들의 발달권을 충분히 보장하는지 현장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베이비뉴스
어린이집은 그동안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를 감염이 두려워 아이들을 '과잉보호'했다. 그러나, 교육자로서, 기관을 운영하는 운영자로서 정부 지침이 아이들의 발달권을 충분히 보장하는지 현장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베이비뉴스

현장에서도 같은 맥락의 증언이 이어졌다. 바깥 놀이시설에서 아이들끼리 접촉이 잦다 보니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를 감염이 무서워 어린이집에선 아이들을 더 과잉보호하는 분위기였다는 고백도 있었다. 놀이터가 바로 옆에 있음에도 놀이터를 못 데려가고 실내에서만 놀게 했다는 것이다. 

"언젠가 9시 뉴스에서 어린이집 모범 방역 사례라고 이런 장면을 보여준 적 있다. 칸막이 친 공간에 아이들을 두고 혼자 뭔가 조작하며 노는 모습.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저렇게 지내야 한다고 권유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기관에 가도 함께 못 놀고, 그야말로 '갇힌' 거다. 그런 어려움 때문에 아이들 정서가 우울해지니 부모들의 가정양육이 더 어려워지고, 기관에 상담하는 일도 많아졌다. 우리가 교육자로서, 그리고 기관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왔을 때 무조건 수용하는 게 아니라 이 지침이 과연 아이들의 발달권을 충분히 보장하는지, 현장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 “어린이집 교사 '본분' 지키려다 '본질' 놓친 건 아니었는지…”

어린이집 교사라는 본분을 놓치지 않으려 고군분투한 한해였다. 긴급보육은 긴급보육대로 진행하면서, 가정보육하는 아이들을 위해 영상 콘텐츠 제작과 놀이꾸러미부터 급간식까지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배달'하는 교사들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것이 교사의 본분이고, 또 어떤 것이 교사의 본질을 해치는 일인지 판단이 모호한 상황에 놓였다. 

상황이 이러니 가정보육에서 활용할 미디어 콘텐츠를 열심히 만들어 보내는 어린이집은 성실한 어린이집이라고 생각하고, 미디어가 아닌 아날로그 방식 그대로를 유지하는 어린이집은 '일 안 하는 어린이집'이라고 낙인찍는 경우마저 생겼다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양육자들이 '어린이집 선생님이 이런 걸 주고 가셨다'고 글을 올리신다. 이런 살핌이 돋보이긴 하지만, 이게 균형감을 잃었을 때 선생님의 업무가 과중해지고, 자칫 교사로서 자존감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보육교사는 언제나 보육을 중심으로 일해야 하고, 그 외는 별도의 업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장기미등원 아동의 가정학대 예방에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지침에 따라 2주 이상 미등원 시 주 1회 전화로 확인하는 곳도 있었고, 영상통화하며 아이들의 안부를 점검하는 곳도 있었다. 

한 어린이집에선 아이들과 영상통화하던 중, 엄마가 잠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간 시간에 아이들끼리만 집에 있는 일이 생긴다는 상황을 확인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집에 있는 아이들이 걱정돼서 제가 몇 번 가보기도 하고, 어머니께 연락드려서 아이들끼리만 집에 있으면 위험하다, 아르바이트 가는 시간만이라도 아이들을 원에 보내라고 계속 말씀드리는데, 아이 엄마는 아이들이 밖에 나가는 것 자체에 막연한 두려움이 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구청이나 관계기관에 얘기하면 이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이나 대책 마련을 생각하기보단 막연히 엄마가 아이들을 학대·방임한다고 본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감염병 시대, ‘고립’ 아닌 다른 대책을 아이들에게 마련해줘야 한다 

비장애아동의 발달에도 격차를 가져온 코로나가 장애아동 가정이라고 빗겨날까. 장애가 있는 아동이거나, 부모에게 장애가 있거나, 다문화인 가정에는 '위드코로나' 시대가 더욱 가혹했다.

"어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는데, 다문화가정인 데다가 부모님 두 분 모두 청각장애가 있는 가정의 아이가 왔다. 그 친구가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거의 등원을 못 했는데, 엄마하고 집에 오래 머물다 보니, 엄마가 사용하는 수어에 다문화가정에서 주로 쓰는 모국어가 섞여서 특히 언어발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일반유치원과 교류하며 정기적으로 장애통합교육을 시행해오던 특수학교 유치부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작당회에 참여한 특수학교 유치부 교사 A씨는 코로나19로 원생 수가 급감하며 통합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된 상황을 전달하며 일반유치원 과정을 열어서 아이들이 통합수업을 받을 수 있게 장애아동을 위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다 자폐나 장애 전조증상을 느껴 가정에 통보해도 선제적 대응이 어려운 한 해였다. 코로나19로 많은 치료기관이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했고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강북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만 0세~1세 아이 중 살짝 자폐 전조증상을 보이거나, 걸음이 늦는 등 발달지연 보이는 아이들이 있어도 동네 치료센터가 모두 휴관이라 검사를 받는 것 조차 6개월에서 1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서울대병원은 2년 치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한다. 아이들 발달과 건강과 관련한 기관은 무조건적 휴관보다 지원을 지속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코로나19가 얼마나 이어질지, 코로나19 이후 또 어떤 팬데믹이 닥칠지 모른다.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 놓였든, 고립되지 않고 사회 활동을 지속할 수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다면 발달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이어졌다. 

◇ 어린이집 불신·불안 해소...정답은 CCTV가 아니라 소통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위드코로나' 시대, 어린이집은 어땠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현장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발언 중인 양신영 사걱세 선임 연구원. 작당회 영상 갈무리. ⓒ베이비뉴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위드코로나' 시대, 어린이집은 어땠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현장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발언 중인 양신영 사걱세 선임 연구원. 작당회 영상 갈무리. ⓒ베이비뉴스

양육 가정에 어린이집은 이제 선택 아닌 필수인데, 감염병이라는 ‘불안’에 더해, 잊을 만하면 보도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소식은 학부모들의 불신마저 드높인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이 문제를 풀 방법은 'CCTV'가 아닌 '지속적인 소통'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상적 대면과 소통이 줄어든 게 큰 문제다. 예전과 같았으면 새 학기 오리엔테이션부터 아이들 적응 기간, 등하원 시 수시로 얼굴 보면서 개별 상담 시간이 많았는데, 이젠 현관에서조차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론 비대면간담회라도 분기별로 진행하는 등 기관이 좀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토론 끝에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최현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사교육포럼 부대표는 "어린이집 없었으면 지난해를 어떻게 버텼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부모로서 할 수 있었던 건 어린이집과 선생님을 믿는 일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그 안에서 소통하고 아이들 생각하는 기관을 신뢰하게 되더라"며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소통을 원한다. 이런 상황에 원과 부모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대화하고 협력하며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섯 살, 일곱 살, 아홉 살 아이를 키우는 양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 연구원은 오늘 작당회를 어떻게 봤을까.

"어린이집 선생님이 어느 날 연락을 주셔서는, 꾸러미를 집에 직접 갖다 주신다고 하셨다. 그때 제가 '무슨 말씀이시냐, 제가 받으러 가겠다'라고 해서 받아온 적 있는데, 원장님들 말씀 들으니 은연 중에 그런 경쟁이 원마다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양 연구원은 "시의회 등에서 여는 회의 같은 곳에 가보면 국공립어린이집이 얼마만큼 늘었다는 수치 발표를 듣는다. 하지만 물리적 확충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의 내실을 채워나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오늘 모여주신 원장님들 덕에 알게 됐고, 원에서 방역지침을 지키며 아이들의 바깥놀이 시간을 확보하는 게 우리 아이들의 일상을 소중히 지켜온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연구원으로서 고민을 확인해 주셔서, 또 귀한 인사이트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임미령 대표는 "오늘 나눠주신 이야기들을 설문지 등에 반영해 의견을 수렴하고 요구조사를 진행하며 정책에 반영될 통로를 마련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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