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산 찾은 정치인 안철수의 '시즌2'
[르포] 부산 찾은 정치인 안철수의 '시즌2'
  • 손대성 기자
  • 승인 2012.12.08 01: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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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병 구하기' 나선 안철수 부산시민들과 교감 새정치 실현 위해, 정권교체 위해 문·안 하나로

18대 대선을 불과 12일 앞두고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지목되고 있는 부산. 새누리당의 '영원한 텃밭'으로 불렸던 이곳의 민심은 지난 2009년 지방선거 때부터 서서히 변화의 조심을 보이고 있다.

 

현 정권 하에서 벌어졌던 동남권 신공항 무산, 저축은행 사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이 일으킨 동정론이 뒤섞이면서 반(反) 여당 기류가 형성됐다는 것이 정치권 안팍의 공통된 시선이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은 이곳 출신 2명의 유력 정치인을 내세워 정권탈환을 꿈꿨다. 실제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협공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선거 초반 기세를 올렸다. 부산시민들의 반응도 전에 없이 뜨거웠다.

 

하지만 단일화 국면에서 정치쇄신의 수위를 놓고 불거진 문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의 갈등, 불협화음 끝에 지난달 중도퇴장 이후에도 지루하게 이어진 양측간 신경전에 이 같은 흐름은 반전됐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해보면 박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단일후보 문재인의 처지를 궁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의 대립을 청산하고 문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선언하며 '문일병 구하기'에 나선 안 전 후보는 7일 오전 측근 10여명과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오후 1시 30분께 부산에 도착했다. 이날 서울을 비롯해 중부지역이 폭설과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달리 부산지역은 영상 1~2도의 비교적 포근한 날씨였다.

 

검정색 점퍼를 걸친 평상복 차림의 그는 역전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자신의 지지모임인 부산내일 포럼 회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안 전 후보는 오후 5시 10분께 부산 최대 번화가인 진구 서면 롯데백화점 분수광장을 찾았다. 제주유세를 끝내고 부산을 찾은 문 후보가 안 후보와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 2000여 명의 시민들에게 비로소 '완성된 단일화'의 그림을 보여줬다. 

 

문 후보가 그간의 앙금을 털듯 안 전 후보의 손을 부여잡자 시민들은 "문재인" "안철수"를 함께 외치며 호응했다. 마이크를 잡은 문 후보는 "우리도 이제 하나가 됐다"며 "함께 힘을 합쳐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대선 후에도 새정치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 시민 여러분 아름다운 단일화가 이제 완성됐다"며 "아름다운 단일화를 완성시켜주신 안 후보님께 큰 박수를 부탁드린다"며 안 전 후보를 추켜세웠다.
 
문 후보로부터 마이크를 건네받은 안 전 후보는 "새정치를 위한 염원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면서 "새정치 실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짧은 연설 뒤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시민들에게 악수를 청하는 두 사람에게 박수갈채와 연호가 연이어 쏟아졌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는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는 "제가 처음 정치에 나온 것도 정치혁신, 정치쇄신, 새로운 정치 그리고 민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 때문"이라며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두 손을 번쩍 들어 부산시민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는 안 전 후보. ⓒ안철수캠프

 

호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라고 자신들을 밝힌 여성 6~7명은 '70억 원 진실을 규명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두 사람을 비난했다. 문 후보가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이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새누리당 측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이었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 지지자들이 이에 맞서 "물러가라 박근혜, 이명박"을 외치다 양측간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뻔하기도 했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 측과 헤어져 '청춘의 거리'로 불리는 부산국제영화제 광장을 찾았는데, 안 전 후보를 알아본 1000여 명의 젊은이들이 일대를 꽉 채우며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170cm 남짓한 비교적 작은 키 탓에 안 후보는 인파에 종종 묻혔다. 시민들은 도로옆 화단과 가로수에 올라가 까치발을 한 채 안 전 후보를 쳐다봤다.

 

젊은이들에 떠밀린 노인들이 "머리끝만 보인다"고 불평하자 보다못한 수행원이 안 전 후보를 무등을 태웠다. 안 전 후보는 수줍은 새색시처럼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오후 7시 40분께 마지막 유세지인 동구 부산역 광장에 도착한 안 전 후보는 정치쇄신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며 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재확인했다. 1500여 명의 시민들 앞에서 그는 "사퇴 이후에 시일들이 흘렀고 어제 아침에 문재인 후보가 민주당의 정당쇄신 그리고 정치개혁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했다"며 "그 말씀을 듣고 새 정치를 바라는 저, 그리고 저의 지지자들을 위해서 문 후보를 도와주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처음 정치에 나온 것도 정치혁신, 정치쇄신, 새로운 정치 그리고 민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 때문"이라며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 전 후보의 유세를 접한 이들은 대선완주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는 않았다.

 

유세장을 지나던 한아무개(36) 씨는 '안 전 후보의 문 후보에 대한 지지가 부산지역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안철수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나니까 대선판이 재미없어졌다"며 "문 후보를 찍을지는 생각해 봐야겠다"고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양아무개(71) 씨도 "젊은 사람이 반듯하게 해서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민주당도 그렇고 안철수도 이젠 (새누리당과) 똑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안 전 후보가 내세운 정치쇄신과 각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유호성(45) 씨는 "어쨌든 안철수라는 이름 석자가 우리 정치에 많은 보탬이 되지 않았느냐"며 "당장 돈만 축내는 의원수도 여당이고 야당이고 다 줄인다고 하니까 말이다. 5년 뒤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초량동에 산다는 정진(37) 씨는 문 후보를 지지한다면서도 안 전 후보의 보육공약에 관심을 많이 가졌었다고 했다.

 

3살박이 아들 은후 군을 안고 있던 아내 강아무개(36) 씨는 "안철수의 공약이 좀 더 구체적이었던 것 같다"며 "문 후보의 공약에 많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노년층에서도 이 같은 바람을 그대로 드러났다.

 

김아무개(64·여) 씨는 "안 후보의 새정치를 지지했는데 중간에 사퇴해 좀 서운함이 있었다"면서도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은 아니지만 안 후보를 지지했던 마음 그대로 정권교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부터 한나라당(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정서가 부산에 많이 있지만 이제는 많은 게 바뀐 것 같다"며 "(문 후보가) 40% 이상 득표해 대통령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강아무개(60) 씨는 "20대들이 투표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막연히 바라만 보지 말고 투표를 하라"고 말했다.

 

이날 부산유세만 놓고 보면 부산민심이 후보사퇴 전보다는 안 전 후보에 대한 열광이 덜 해보였다. 하지만

'정치인 안철수'의 '시즌2'를 기대하는 모습을 동시에 확인한 것에 안 전 후보 측은 안도하는 것 같았다. 안 후보는 지원유세를 마친 뒤 오후 8시 10분께 "5년 뒤"를 외치는 지지자들의 뜨거운 환송을 받으며 서울로 향했다. 서울은 이날 오후 9시 현재 영하 3.3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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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2012-12-09 07:04:00
단일화
그럼 단일화가 되었다면 대선의 판도가 달라질수도있겠어여
핲으로

ever**** 2012-12-09 00:54:00
대선
드디어 단일화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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