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보건복지협회 창립 60주년…시작은 출산 억제, 앞으로는?
인구보건복지협회 창립 60주년…시작은 출산 억제, 앞으로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7.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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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창립 60주년 기념 국제인구보건 심포지엄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8일 오후 1시 서울시 여의도동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국제인구보건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8일 오후 1시 서울시 여의도동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국제인구보건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가족계획운동이 지향하는 바는 대체로 불임증 부부에 대하여는 임신을 도모하며, 임신 가능한 부부에 대하여는 그 수태와 터울을 조절함으로써 도의적으로나 모성의 건강을 위해서나 좋지 못한 인공임신중절을 피하고 원치 않는 수태를 미연에 방지할 뿐 아니라 태어난 자녀에 대하여는 그 생명을 존중하고 잘 양육하게 함으로써 적절한 가족 수 유지와 명랑하고 윤택한 가정생활을 이룩하고 나아가서는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에 있다.”(대한가족계획협회 설립취지서)

1961년 4월 1일,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전신인 대한가족계획협회 설립 취지서 내용이다. 국제가족계획연맹(IPPF)의 매년 3000달러 운영자금 지원으로 창립된 대한가족계획협회는 인구증가억제정책(합계출산율 6.3명)을 본격화하고 근대적 핵가족 가치관 확산에 힘썼다. 그 후로 60년이 지난 2021년, 한국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0.84명으로 감소했고, 출산억제정책에서 출발해 여성 인권 증진 정책 등으로 역할이 전환됐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보면 두 세대를 지난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8일 오후 1시 서울시 여의도동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국제인구보건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뉴노멀시대 인구보건 로드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인구보건정책과 성·생식건강’을 주제로 선정했다.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국제 심포지엄을 계기로 국내외 전문가와 단체간의 인구변화 대응과 성생식건강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토대로 인구보건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협회와 국내외 기관들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 “한국 60년 전 원조 수원국→글로벌 연대 도모국으로 발전”

알바로 베르메호(Alvaro Bermejo) IPPF 사무총장의 기조연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알바로 베르메호(Alvaro Bermejo) IPPF 사무총장의 기조연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첫 번째 ‘뉴노멀시대 인구보건 로드맵 I 인구보건정책’ 세션은 은기수 한국인구학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알바로 베르메호(Alvaro Bermejo) IPPF 사무총장의 기조연설로 시작됐다. 알바로 베르메호 사무총장은 “지난 60년간 한국은 총인구에서 생산가능 인구가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 증가하는 현상(인구배당효과)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었고, 원조 수원국에서 글로벌 연대를 도모하는 국가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1994년 카이로에서 개최된 국제인구개발회의(ICPD)를 통해 인구정책은 인구개발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여성의 인권 증진과 생식 건강 및 개인의 권리보호로 전환됐다. 한국은 이에 발맞춰 신속하게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으나 합계출산율을 계속해서 감소했다”면서 “2005년 모자보건법 개정으로 대한가족협회는 출산억제정책에서 탈피해 출산장려사업을 추진하며 명칭을 인구보건복지협회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바로 베르메호 사무총장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서는 출산장려정책으로 인한 낙태금지를 비판하는 여성단체의 손을 들어주며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한국 방문 중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여성들과 이야기 나누며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한국의 도전과제와 성과를 함께하는 파트너로서 매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협력강화를 약속했다.     

◇ “출산율 문제 삼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출산율에 맞는 사회 모색해야”

토론에서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과거와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토론에서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과거와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어진 박기남 인구보건복지협회 사무총장과 정신숙 출산건강실장은 발표를 통해, 지난 60년간 국제지원과 민관협력으로 이루어 낸 협회의 인구 및 모자보건사업 성과와 시기별 사업의 변화과정을 돌아봤다. 향후 뉴노멀시대 대응을 위해 공공보건의료서비스 질을 향상과 임신·출산·육아 지원 강화 등 수요자 중심의 생애주기별 의료, 교육, 정보, 상담 등 원스톱통합서비스를 제공의 방향을 제시했다.

토론에서는 인구보건복지협회의 과거와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혜주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인구의 질과 형평성을 위해 초기아동기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생애 전반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차원의 불평등이 초기아동발달기의 건강 불평등에서 시작되며, 이 시기의 건강 불평등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조기개입을 통해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진경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기조와 추진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박 사무처장은 “기본계획에서는 청소년기부터 월경 건강 등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관리 및 질환 예방, 건강하고 안전한 피임과 임신중지, 젠더 폭력의 예방 등 새로운 정책적 과제를 포함해 성·재생산 관련 개인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보장과 자기 결정권 등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조은주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앞으로 협회의 역할에 대해, 여성의 재생산권을 위한 활동,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의미 있는 대응, 가족계획 아카이브 구축을 제언했다. 특히, 조 교수는 저출생과 관련해, “출발점은 출산율을 문제 삼지 않는 것부터 시작”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출산율을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이 출산율에 맞는 사회를 모색하고 여성의 생애과정과 가족 형태에서 나타나는 신원한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기 위한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19호 전 세계 여성이 인권으로서 성·재생산 건강권에 침해받고 있다”

토모코 후쿠다(Tomoko Fukuda) IPPF 아태지역사무소장이 ‘국제 성·생식건강 정책 및 추진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토모코 후쿠다(Tomoko Fukuda) IPPF 아태지역사무소장이 ‘국제 성·생식건강 정책 및 추진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두 번째 ‘뉴노멀시대 인구보건 로드맵 II 성·생식건강’ 세션에서는 신혜수 유엔인구정책센터 이사장이 좌장을 맡았다. 토모코 후쿠다(Tomoko Fukuda) IPPF 아태지역사무소장의 ‘국제 성·생식건강 정책 및 추진방향’, 데이비드 드 베니(David De Beni) UNFPA 아태지역사무소 보건경제자문관의 ‘코로나 팬데믹시대 성·생식건강과 보편적 의료보장 과제’, 하워드 소벨(Howard L Sobel) WHP 서태평양지역조정관의 ‘양질의 성·생식건강서비스 유지 및 개선’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이들은 국제 성·생식보건의 실제와 코로나 팬데믹이 공중보건과 모자보건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필수 성·생식 건강 서비스 접근성 확대 방안과 양질의 서비스 유지 및 개선책을 모색했다. 

토론에는 김남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지윤 한국국제협력단 다자협력인도지원실장(Zoom)이 참여했다. 

김동식 선임연구위원은 “세 분의 발제를 통해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여성이 인권으로서 성·재생산 건강권에 침해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면서 “국가와 지역이 가진 성·재생산에 관한 법·제도의 지향하는 바와 보장 수준, 의료자원의 상황이 매우 다름에도 많은 여성들이 자신에게 맞는 피임법에 접근하거나 혹은 필요한 시점에 산전 진료를 받거나, 객관적인 정보에 근거해 임신중단을 결정하고 안전한 시술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은 전 지구적인 아젠다라는 것을 말해 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성·재생산 정책과 관련해, 김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성별 간 많은 불평등이 있다. 남녀 간의 성과 재생산은 합의와 동의하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피임의 구조적 결정과 상황에서 평등하지 않다. 여성이 임신 중단 결정으로 받는 차별과 낙인은 심각하다”면서 “성평등 부분이 로드맵을 만들 때 들어가야 하고, 여성의 권리 보장을 위해 남성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참여하고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신혜수 이사장은 “저출생 극복을 위한 인구적 관점이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 성·재생산 생식의 문제에 여성의 자율성을 어떻게 보장하는가? 결정의 자율성, 그것을 차별과 폭력 없이 어떻게 개인의 인권을 보장하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1961년 창립 이래 ‘인구의 자질’과 ‘보건복지’ 향상에 힘써왔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자 정부의 인구정책에 발맞춰 건강한 출산·양육 환경조성 실천을 목표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하고 있다. 

특히 모자보건사업으로 선천성대사이상 환아 관리사업, 태아건강검진 지원사업, 난임부부 지원사업, 분만취약지역에 찾아가는 산부인과 운영뿐 아니라 출산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임산부의 날 및 배려캠페인, 유아차 캠페인, 엄마젖먹이기 홍보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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