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있어 출산은 온몸의 기력을 완전히 소진했다고 할 만큼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입니다. 특히 임신과 출산으로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와 신체 변화를 겪으면서 감정적으로 많이 지치게 됩니다. 그래서 출산 후에 가벼운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고 심하게 산후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산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산후 조리입니다. 출산으로 손상된 관절이나 근육, 약해진 체력과 신체 기능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과 영양 보충으로 산후 조리를 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지치고 약해진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포함이 됩니다. 몸과 마음은 어느 한쪽이 약해지면 다른 쪽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마음이 가라앉고 입맛이 없어진다고 해서 식사를 거르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입맛이 없더라도 식사를 잘 챙겨 먹으려 애쓰면 몸에 에너지가 돌게 되고 이것이 정신적으로 기운을 차리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우울감이 느껴질 때는 영양 섭취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데 두부, 연어, 올리브 등 마그네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음식이 도움이 됩니다. 마그네슘은 긴장을 풀어주며 혈액 순환을 개선합니다. 날카롭거나 예민한 마음을 누그러뜨리며 두통 등의 통증도 완화하고 처진 기분은 끌어올리고 편안하게 마음을 다스려줍니다.
감초와 대추를 함께 물에 넣어 팔팔 끓여서 우려낸 다음 차로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 두 가지 약재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흥분, 초조, 긴장 등을 줄여주며 가슴 답답함을 풀어줍니다. 예민한 아이들에게도 쓸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처방이기도 합니다. 또한 감초와 대추는 산후에 소진된 기와 혈을 보충하는 데도 좋습니다. 출산으로 체내에 쌓인 각종 노폐물들을 빨리 배출시켜주고 허약한 체질을 보강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산후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더불어 마음을 안정시키고 숙면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감초와 대추를 함께 달일 때 대추는 칼집을 내고 넣어야 약효가 있는 성분이 충분히 우러납니다.
겨울철에는 햇볕을 쬐기 어려워서 비타민 D가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비타민 D가 부족해지면 우울해지기 쉬운데 그래서 겨울철에는 계절성 우울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햇빛을 충분히 쬐면 체내 비타민 D가 합성이 되면서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됩니다. 따라서 산후에 자꾸만 무기력한 기분이 들고 마음이 허할 때는 햇볕이 있는 낮 시간에 30분 정도 산책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따뜻한 족욕도 우울한 기분을 떨쳐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잠들기 전 가볍게 족욕을 하면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풀립니다. 또한 뭉쳐 있던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몸이 이완되면서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산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면서 밤에 깊게 잠들지 못하는 경우에는 족욕이 숙면 유도에도 도움이 됩니다.
산후에는 적정 체중 유지는 물론이고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운동을 병행하면 도움이 됩니다. 산후에 과도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산후 조리를 방해하고 몸을 더 상하게 만들 수 있지만 적당한 운동은 체중이 더 늘어나는 것을 막아주며 약해진 근육과 관절의 힘을 기르는 데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일주일에 3번 정도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되면 혈액 순환이 좋아지고 우울증을 감소시키고 기분을 상승시키는 세로토닌의 분비도 촉진이 됩니다. 따라서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면 산후 우울감 감소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김소형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한의학 박사로 서울 강남 가로수길의 김소형한의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치료뿐만 아니라 전공인 본초학, 약재 연구를 바탕으로 한방을 보다 넓고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저서로는 「꿀피부 시크릿」 「데톡스 다이어트」 「CEO 건강보감」 「김소형의 경락 마사지 30분」 「김소형의 귀족피부 만들기」 「자연주의 한의학」 「아토피 아가 애기똥풀 엄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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