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지능 학생, 정부차원 전생애 지원 로드맵 수립해야”
“경계선 지능 학생, 정부차원 전생애 지원 로드맵 수립해야”
  • 조강희 기자
  • 승인 2021.10.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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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용 의원 “‘느린 학습자’ 제 속도로 배울 동안 정부 대응이 더 느려” 질타

【베이비뉴스 조강희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계선급 지능 시민 673만 명에 대한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동용 의원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계선급 지능 시민 673만 명에 대한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동용 의원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6일 “경계선급 지능 시민들이 여전히 교육, 복지, 고용 등 전 영역에서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체계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않아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그림자처럼 살아가고 있는 673만명에 대한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 의원에 따르면 경계선 지능 시민은 지난 2014년 EBS 「‘느린학습자’를 아십니까?」방송 이후 사회적 관심이 잠시 집중됐던 바 있다. 이후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리고, 2016년 일명 ‘느린학습자 지원법’이라 불리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제28조 학습부진아 등에 대한 교육)이 개정 공포됐으나, 대상을 느린학습자와 학습이 부진한 학생 전체로 정하고, 지원 내용도 학습에만 초점을 맞춰 한계가 명확했다.

◇ IQ 70~85 지적 장애 기준과 평균 지능 사이…느린학습자 단독 대상 복지·교육 등 정부 사업 전무 

경계선 지능은 지능지수(IQ)가 70에서 85 이하의 지능을 말한다. 지적장애 기준과 평균 지능 사이에 있으며, 과거에는 발달장애로 분류된 적도 있으나 2013년 이후에는 제외됐다. 서 의원은“최근에는 지능지수만이 아닌 사회적 적응 능력을 포함해 분류해야 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현재 느린학습자 관련 단독 대상 정부 사업으로는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고용 노동부에서는 전무하고 보건복지부에서만 복지시설의 경계선지능아동 자립지원 사업이 유일하다. 연관 사업으로 교육부에서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 지원 사업에 일부로 포함돼 있고, 고용노동부는 보호 종료 아동의 취약계층 의무고용 사업에 포함된 정도다. 

느린학습자들은 복지 혜택에서도 경계선에 있다. 복지부에서 ‘경계선지능아동자립지원사업’을 하고 있지만 복지시설 내 아동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느린학습자도 장애인만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법적 지원 근거가 없어 혜택이 없다. 교육부 교육복지사업도 경제적 형편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인지치료, 언어치료, 심리치료 등을 받는 데 월 100~200만 원을 쓰기도 하고, 일부 학부모는 전문의 추천으로 장애인 판정을 받으려 애쓰기도 한다.

느린학습자는 일반교실에서는 투명인간이고 특수교실에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아이가 되어 적절한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없다. 학습부진 대상인지 특수교육 대상인지 구분이 어려워 담임교사와 특수교사가 지도를 서로 미루는 일도 벌어진다. 

◇ 관계맺기가 가장 큰 어려움, 학부모 ‘지옥에 떠미는 것 같아 두려워’…교육 당국 ‘지원법규 없어’

느린학습자 아동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학습부진이 아닌 ‘관계맺기’다. ⓒ베이비뉴스
느린학습자 아동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학습부진이 아닌 ‘관계맺기’다. ⓒ베이비뉴스

더구나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학습부진이 아닌 ‘관계맺기’다. 느린학습자 부모를 대상으로 한 ‘경계선지능 인식 조사’(2018)에 따르면 경계선 지능 학생들은 학습부진보다 교우관계에서 더 큰 어려움을 느낀다. 의사 표현과 사회성이 부족해 관계 맺기가 어렵고 학교폭력 문제에 얽히기도 하고 집단 따돌림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서동용 의원은 그림자로 살아가는 경계선급 지능 학생들의 현실에 대해 “‘학교를 보내는 일이 아이들을 지옥으로 떠밀어 넣는 것 같아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는 학부모의 이야기에서 ‘행정, 재정적 지원에 관한 법규를 찾을 수 없다’는 교육청의 답변에서 더욱 단적으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이들에 대한 관심도가 크지 않다. 교원과 공무원을 위한 대표 연수원인 중앙교육연수원의 경계선 지능 관련 연수는 기초학력 연수에서 학습부진과 관련해 부분적으로 다룬다. 전국 10개 교대에서도 대체로 ‘특수교육의 이해’, ‘학습부진학생 교육’ 같은 강의에서 부분적으로만 다룬다.

대구교대는 2020년 2학기에 ‘슬로러너와 장애이해교육’이라는 강의를 열었고 서울교대는 ‘학습부진 및 학습장애아교육’에서 느린학습자를 비교적 비중 있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게 서 의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초학력 지원에도 불구하고 개인차와 환경에 따라 중학교와 고등학교 등 상급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업을 원하는 ‘성인 느린학습자’들을 위한 지원책도 전무하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고용노동부에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 공공근로 같은 사업 같은 취업 지원을 요청해도 검토하겠다는 회신만 돌아오는 게 현실”이라고 서 의원은 지적했다. 

◇ 경계선 지능 자녀 부모모임 지원 조례 제안 등 자립책 마련…서 의원 “교육·복지·고용 전생애 로드맵 수립해야”

교육청 및 지자체의 ‘느린학습자’ 관련 조례 제정 현황. ⓒ서동용 의원실
교육청 및 지자체의 ‘느린학습자’ 관련 조례 제정 현황. ⓒ서동용 의원실

정부의 대책 부재 가운데 경계선 지능 자녀를 둔 부모 모임인 ‘사랑하는 거북이’, 느린학습자시민회, 서울시 NPO주민센터 등을 중심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스스로 자립책을 마련해 왔다. 전남교육청, 서울특별시, 광주광역시, 서울 서초구‧노원구‧양천구, 경기 여주시‧고양시 등을 중심으로 지원 조례도 제정하며 적극적인 지원 정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서동용 의원은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라는 교육부 표어에 무색하게 느린학습자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섬세히 살피기보다는 일괄적인 교육과정에 학생들을 맞추는 시스템에서 ‘느리다’고 규정됐으나, 경계선급 지능 학생들은 자기 속도대로 배우며 분투하고 있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범정부적 차원에서 교육, 복지, 고용을 아우르는 전생애 지원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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