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집에서 논다고? 우리 없으면 사회 돌아가지 않아”
“주부들이 집에서 논다고? 우리 없으면 사회 돌아가지 않아”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10.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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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주부파업단 “가사·돌봄노동도 ‘노동’이다. 주부 노동의 국가시스템 필요”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20일 오후 1시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진보당 주부파업단은 ‘2차 맘들의 랜선행동, 10월 20일 주부파업’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0일 오후 1시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진보당 주부파업단은 ‘2차 맘들의 랜선행동, 10월 20일 주부파업’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돌봄 국가책임제 실시하라. 돌봄과 가사노동 함부로 하는 세상을 뒤집자!”

“주부가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을 깨부수자. 맘고리즘을 끊어내자!”

“독박육아, 돌봄 불이익을 넘어 평등돌봄 지원하자!”

“주부 국민연금 지원하라. 노동시간 단축으로 돌봄시간 보장하라!”

20일 오후 1시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진보당 주부파업단은 ‘2차 맘들의 랜선행동, 10월 20일 주부파업’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진보당 주부파업단들이 까만 망토를 쓰고 손에는 주방도구들을 들고 꽹과리처럼 울렸다. 까만 망토는 주부의 노동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주부당원들은 평상시 주방에서 사용했던 도구를 이용해 발언자들의 의견에 힘을 더했다. 기자회견은 진보당 유튜브(YouTube) 채널 진보TV에서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들은 주부들의 가사노동, 돌봄노동이 ‘노동’임을 선포하며, 주부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는 국가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주부파업을 제안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이자 대선후보는 “많은 이들이 돌봄과 가사노동에 무임승차 하면서도, 이를 무가치하게 취급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돌봄은 개인·시장이 아닌 국가가 전면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주부파업은 민주노총 총파업과 함께 진행한다. 그 이유는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평등 돌봄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없어져야 모든 가족을 돌볼 수 있다. 불평등 세상을 타파해 청년들이 돌봄과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며 돌봄의 공공성과 국가책임을 촉구했다.

사회를 맡은 이윤진 서울 영등포구위원장은 “돌봄노동의 경제가치는 GDP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주부들의 노동은 세상이 돌아가는 곳 아래 감춰진 그림자 노동이다. 2차 랜선 행동을 시행하겠다”고 말하며 주부노동에 관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발언이 이어졌고, 마지막 퍼포먼스 시간에는 입고있던 까만 망토를 집어던지며, 돌봄노동을 상징하는 그림을 찢었다.

퍼포먼스 시간에는 입고있던 까만 망또를 집어던지며, 돌봄노동을 상징하는 그림을 찢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퍼포먼스 시간에는 입고있던 까만 망또를 집어던지며, 돌봄노동을 상징하는 그림을 찢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엄마들도 ‘너네 커서 뭐 될래?’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컸다”

박지선 주부당원은 “엄마가 아닌 ‘나’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박지선 주부당원은 “엄마가 아닌 ‘나’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저는 맞벌이 가정의 엄마다. 큰 아이는 8개월, 작은 아이는 10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우리 부부는 가사노동 분담과 아이돌봄 분담을 반반 나눠서 한다. 간혹 남편이 손이 더 빨라 집안일을 더 많이하기도 하고, 힘이 더 쎄서 아이랑 많이 놀아준다. 하지만 나눌 수 없는 엄마의 몫이 있다. 아이 사회생활인 친구, 친구의 엄마, 선생님에 관한 관리는 모두 엄마가 관리해야 한다. 아이가 아플때도 대부분 엄마가 아이를 봐야 한다.” (박지선 주부)

가사 노동과 아이 돌봄을 가정에서 잘 분배하더라도, 사회는 다르다. 사회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임금이 적기 때문에 돌봄의 공백을 매꾸는 것은 주로 ‘엄마’가 된다.

3살, 5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박지선 진보당 주부당원은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키울때 많은 엄마들이 자신의 일을 포기한다. 그렇기에 독박 돌봄과 가사노동의 문제는 남편이 나눠준다고 해도 해결이 안된다. 사회가 돌봄을 책임져야 해결되는 문제”라며, “엄마들에게도 꿈이 있었다. 우리도 ‘너네 커서 뭐 될거야?’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며 살았다. 엄마가 아닌 ‘나’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2살, 9살, 7살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미선 진보당 주부당원은 “아이가 성장하는 연령에 따라 요구가 다르다. 그래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은 없었다. 나는 항상 일을 했는데 임금이 없다. 실업급여, 고용보험 대상자도 아니다”며, “내가 하는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아이를 키우고 집에서 노는 ‘경단녀’다. 주부이자 양육자들은 놀지 않는다. 가정이 유지되기 위해 하는 수많은 창조적인 돌봄노동을 사회적으로 보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재난지원금은 지원하면서, 왜 급식 예산으로 초등돌봄 가정 지원하지 않나”

강미경 주부당원은 “왜 생존을 위한 노동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강미경 주부당원은 “왜 생존을 위한 노동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초등학교에는 더 큰 돌봄공백이 생겼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에 초등학교를 입한 아이들의 돌봄공백은 너무 심각하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엄마인 강미경 진보당 주부당원은 “초등학교가 수 개월 문을 닫고, 학교가 했던 모든 일을 엄마가 했다. 엄마는 선생님, 보조교사, 친구, 급식도우미가 됐다. 이런 와중에 아빠가 재택근무를 시작하면 집안일은 10배가 더 늘었다”며, “코로나19로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면서, 왜 생존을 위한 노동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이 급식을 안먹으니 예산이 많이 남는다. 내가 사는 노원구만 해도 급식 예산 26억 원이 남았다. 가끔 농협상품권이 나오긴 했지만 살림살이에 보탬은 안된다. 아이를 돌보는 가정에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여성의 가사노동과 돌봄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조은영 진보당 주부당원은 “동네 친구들을 만나면 ‘내 딸은 결혼 안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이 말은 결국, 우리 세대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내 딸이 나처럼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문제는 좋은 남편이나 시댁을 만나서 해결할 수 없다”며, “진보당의 돌봄국가책임제로 그림자 노동을 인정하고 돌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하고, 받고 싶은 사람도 다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돌봄국가책임제를 지지했다.

이날 기자회견문에는 ▲가사노동과 돌봄노동도 노동임을 선포 ▲돌봄의 사회정책 새롭게 설계 ▲무급돌봄 가사노동 가치 평가하는 국가적 시스템 필요 ▲돌봄국가책임제로 저출생·돌봄불이익 해소·평등 돌봄 실현·지역돌봄 현실화 가능성 ▲집안일 국민연금 지원 ▲육아 보험법 제정 ▲노동시간 단축 ▲돌봄시간 보장 등을 촉구하며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을 깨부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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